[이 아침의 시] 나이 든 개 - 고영민(1968~)

입력 2019-08-18 18:08   수정 2019-08-19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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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나에게는 나이 든 개가 있어요*

잘 먹지 않고
잘 걷지도 못하는

하루 종일 눈을 감고 있는

사람에게 1년이
개에게는 왜
7년인지
나는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나에게는 늙은 개가 있어요

부르면 천천히
눈을 떠주는

*미야가와 히로의 동화를 변용함.
시집 <봄의 정치>(창비) 中

나이 든 개의 시간에 대해서 생각한다. 함께했던 시간이지만 명백히 다른 속도로 흘렀을 시간들을 늙은 개의 둔해진 움직임 속에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시인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기 싫은 것 같다. 죽음을 연습하는 듯 하루 종일 눈을 감고 있는 개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으리라. 어떤 목소리로 개를 불렀을까. 시인은 자신을 바라보기 위해 늙은 개가 눈을 떠주는 속도로 이별의 순간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 느리고 조용한 시간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그 조응의 시간은 서로를 향한 위로가 아닐까. 나의 부름에 천천히 눈을 떠주는 아침이 있다는 위안으로 하루를 시작하려 한다.

이소연 < 시인(2014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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