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셰일오일·亞 정유공장 증가
국제해사기구 환경 규제로
선박용 경유 매출 증가 기대
[ 김보형 기자 ]
하반기 실적 개선을 기대했던 정유업계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등 정유사들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이 이달 들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이다. 원유를 정제해 남기는 이익을 말한다.
정제마진 손익분기점 겨우 넘겨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8월 첫째주 기준으로 배럴당 5.5달러를 기록했다. 6월 셋째주 배럴당 2.8달러로 바닥을 찍은 정제마진은 7월 셋째주엔 7.4달러로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3분기(7~9월)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 기대가 퍼진 배경이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으로 휘발유·경유 수요는 감소한 반면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과 아시아 지역 정유공장 신규 가동 등으로 공급이 늘면서 또다시 하락세를 걷고 있다.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이다. 정제마진이 1달러 하락하면 정유사 영업이익은 분기당 2000억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정제마진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2분기(4~6월) 정제마진은 3.5달러에 불과했다.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탓에 국내 정유사들은 실적 부진을 겪었다. 1위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은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41.6% 감소한 4975억원에 그쳤다. 2위 업체인 GS칼텍스도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77.2% 급감한 1334억원에 머물렀다. 에쓰오일은 주요 설비의 보수 탓에 일부 공장 가동까지 멈추면서 90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미·중 무역분쟁 직격탄
정제마진 악화의 가장 큰 이유는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세계 경기 둔화 우려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 경우 석유제품 수요도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중국 수출 비중은 19%(4412만 배럴)에 달한다. 이어 일본(12%)과 싱가포르(10%), 대만(10%), 미국(8%) 순이다. 국제 금융정보 제공업체 CEIC에 따르면 미·중 갈등이 본격화한 지난 3~4월 중국의 경유 수요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가까이 감소했다.
중국 등 아시아권 신규 정제설비가 가동에 들어가면서 공급과잉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헝리석유화학(하루 40만 배럴)과 저장석유화학(40만 배럴)은 물론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22만 배럴)도 양산을 앞두고 있어 정제마진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란발(發)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원유 수급 차질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란이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영국 유조선 등을 억류하면서 중동 지역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전체 수입 원유의 70%가량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고 있다.
정유업계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에 따른 정제마진 상승에 기대를 걸고 있다. IMO는 내년부터 선박 연료유 황산화물(SOx) 함유량을 3.5%에서 0.5%로 낮추는 환경규제를 도입한다. IMO 규제로 고유황유 대신 선박용 경유 수요가 늘어나면 정제마진도 인상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3분기가 차를 몰고 휴가를 떠나는 이른바 ‘드라이빙 시즌’으로 세계적으로 휘발유·경유 소비량이 증가한다는 점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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