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풍향계] SNL코리아가 TV와 페이스북을 동시에 사로잡은 비결

지수희 기자

입력 2016-11-03 17:48   수정 2016-11-03 18:27

페이스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TV프로그램이 있다.

tvN이 토요일 저녁 8시에 방송하는 SNL코리아가 바로 그것이다. SNL코리아는 42년 전통의 미국 코미디쇼 SNL(Saturday Night Live)의 한국판 프로그램으로 매주 바뀌는 호스트(쇼의 주인공)의 생방송 쇼와 사전 제작된 VCR 코너(디지털쇼트)로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SNL코리아는 국내 페이스북 팬 상위 10개 페이지 가운데 TV프로그램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TV 시청자들이 모바일로 대거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TV프로그램 제작자들은 SNL코리아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일 현재 SNL코리아의 페이스북 팬 수는 255만 명으로 CJ그룹 관련 페이지 중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팬 수 상위 국내 페이지 순위 / 이노버즈미디어)

◇ TV프로그램이 스낵 컬쳐로…촬영장 뒷모습도 `코믹`

일단 SNL코리아 페이스북은 재미있다.

TV에서만 볼 수 있던 코미디쇼를 1분 분량의 스낵 컬쳐(짧은 시간 동안 간편하게 문화생활) 영상으로 만들어 제공한다. 또 방송에선 볼 수 없는 쇼 무대의 뒷모습이나 야외촬영 현장을 엿볼 수 있다.

대체로 SNL코리아 페이지에 올라오는 포스트는 방송 제작 일정을 따라간다.

토요일 생방송 쇼를 앞두고는 이번주 호스트가 누구인지 공개하는 예고 동영상을 올린다. 오는 5일(토) 방송되는 솔비 호스트편의 예고 영상은 <로마공주가 오십니다>라는 짧은 멘트 하나만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더빙극장, 3분 시리즈 등 녹화분이 촬영되는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촬영현장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공개함으로써 시청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사진이 많지도, 글이 길지도 않지만 코미디쇼 페이지에 걸맞게 웃음이 터진다.


(▲사진=SNL코리아 페이지 캡쳐)

생방송이 진행되는 토요일 당일에는 방송시작 직전 호스트나 스태프들이 준비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본방 시청을 독려하고 생방송이 끝난 후에는 그 날 재미있었던 주요 장면을 1분 내외의 클립으로 만들어 SNS에 올린다.

SNL코리아 페북지기 손보경 CJ E&M 콘텐츠마케팅팀 대리는 "제작 과정부터 회의에 참여해 각 코너의 유머 포인트를 미리 인지하고 생방송에서 실제로 관객들이 웃음이 터지는 검증된 장면을 1분 이내의 영상으로 만들어 포스팅한다"고 설명했다.

TV로 본방송을 보지 못한 시청자들도 페이스북으로 오면 엑기스만 모아놓은 코미디 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TV 시청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페이스북 콘텐츠는 오히려 시청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29일 트와이스가 호스트로 출연한 방송은 SNL코리아 시즌8은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날 방송은 유료플랫폼(케이블, 위성, IPTV) 기준 전국 가구 평균 시청률 2.8%, 순간 최고 시청률 3.4%를 기록하며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해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특히 tvN 타깃 시청층인 남녀 20~40대의 평균 시청률은 SNL코리아 시즌1부터 지금의 시즌8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트와이스라는 호스트의 힘도 컸지만 실시간으로 트와이스의 상황을 전한 SNS 마케팅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SNL코리아 페이지 캡쳐)

민진기 SNL코리아 PD는 "페이스북 이용자들과 SNL 시청자층이 10대~20대로 일치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예전에는 방송으로 흘러가 버렸다면 지금은 동영상 자료로 바이럴되면서 다음회 시청률에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 팬들의 아이디어+권혁수 효과…`대박`을 치다

지난 9월 <올림포스 가디언>을 패러디한 더빙극장 콘텐츠가 SNS상에서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이 콘텐츠는 조회수 300만 회, 좋아요 15만 개, 공유 2만 회를 기록했으며 댓글도 약 7만개가 달렸다.

더빙극장은 드라나마 영화 속 명장면을 디테일한 표정과 숨소리까지 패러디하는 코너로 특히 권혁수의 연기력이 극찬을 받고 있다.

지난 상반기 거침없이 하이킥의 나문희 캐릭터를 패러디하면서 대세 연기자로 떠오르고 있는 권혁수는 <올림포스 가디언>으로 패러디 연기의 정점을 찍었다.

이 영상에서 권혁수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와 리라 연주가 오르페우스 등 1인 15역의 연기를 모두 소화해냈다. 특히 "늦게 와서 정말 죄송합니다. 디오니소스님" "너 때문에 흥이 다 깨져 버렸으니 책임져"라는 말은 SNS상에서 또 다른 패러디를 낳을 만큼 화제가 됐다.


(▲사진=SNL코리아 더빙극장 <올림포스 가디언 편>)

주목할 점은 더빙극장 <올림포스 가디언 편>이 페이스북 팬의 요청에 의해 제작됐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7부터 진행된 더빙극장이 인기코너가 되면서 팬들은 댓글이나 메신저를 통해서 패러디 작품을 추천했다.

페북지기가 팬들의 반응을 제작진에게 전달했고 제작진이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올림포스 가디언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민진기 PD는 "이미 온라인상에서 디오니소스 캐릭터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있는 상황에서 권혁수라는 배우가 너무 잘 표현해줬고 여기에 팬들의 요청이 반영됐다는 점이 더해지면서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다"고 분석했다.

더빙극장 <올림포스 가디언 편>은 완성 작품 외에도 권혁수가 1인 15역을 해내는 녹화장면 콘텐츠도 반응이 뜨거웠다.

"`이 것 좀 패러디 해주세요` 라고 해서 해줬다"는 설명이 붙으면서 팬들의 제보는 더 늘어났고 <세일러 문>이나 <카드캡터 체리> 같은 팬들의 제보에 의한 후속 작품도 등장했다.

제작진은 팬들의 반응을 보고 더빙극장의 영역을 드라마에서 애니메이션 → 애니메이션 주제가로 넓힐 수 있었고 페북지기는 후속 작품을 팬들에게 직접 고르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등 SNL코리아 페이스북은 팬과, 제작진, 마케터가 함께 소통하며 프로그램을 만드는 창구가 됐다.


(▲사진=SNL코리아 페이스북 캡쳐)

◇ "타겟 시청자가 반응할 모든 소스를 동원하라"

SNL코리아를 담당하는 작가는 모드 14명. 호스트가 정해지면 과거부터 최근 이슈까지 호스트를 철저히 분석하는 작업이 시작된다.

호스트 분석이 끝나면 한 명의 작가가 10개의 아이템을 제시해 총 140여 가지의 아이디어를 모은다. 이 가운데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호스트의 특성을 가장 잘 살려줄 7~8가지를 선정해 시청자들에게 선보인다.

14명의 작가들은 SNL코리아의 주 시청자 층인 10대~20대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모든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14명의 작가가 서치해야 할 커뮤니티가 각각 정해져 있고, 막내작가들은 자료로 만들어 스태프들과 함께 공유한다.

연출자도 스마트폰을 한시도 놓치않고 젊은 감각을 키우려 하고 있고 촬영현장 스태프들은 현장의 재미있는 사진을 페북지기에게 아낌없이 공급한다. 페북지기는 타겟층이 쓰는 용어들을 공부해 소통한다.

여기에 팬들의 직접적인 참여(제보) 더해져 한편의 SNL코리아가 완성되는 것이다.

SNL코리아는 지난 시즌7부터 <새파랗게 젊은 SNL>이라는 슬로건에 따라 청소년부터 20대 초반까지로 구체적인 타겟 시청자층을 정했다.

타겟층이 구체화되자 페이스북 팬이 늘어나는 속도도 빨라졌다.

최근 인피니티나 트와이스 등 타겟층에 적합한 호스트가 출연하면서 그들의 팬이 자연스럽게 SNL코리아의 팬으로 흡수됐고 청소년들이 공감할만한 풍자를 담아내면서 페이스북이 토론의 장이 되기도 했다.

페북지기 손보경 대리는 "팬이 200만명을 넘긴 후 정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팬들의 참여도가 더 높아진 만큼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 = SNL코리아 페북지기 CJ E&M 마케팅팀 손보경 대리(좌)와 민준기 SNL코리아 제작PD(우) / 장소:CJ E&M 방송센터)

SNL코리아는 당분간 팬들의 제보를 프로그램 제작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그리고 아이돌 가수 외에도 숨겨진 매력을 갖춘 스타들을 호스트로 섭외해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전달하고, 또 권혁수 같은 또 다른 스타를 발굴하는 일에도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민진기 PD는 "250만명의 충성 고객은 SNL코리아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알려주는 바로미터"라며 "다만 충성고객을 실망시킬 경우 더 큰 부작용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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