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 통상교섭본부 조직 축소에 '허탈'

입력 2013-01-15 18:00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에서 16년만에 지식경제부와 합쳐 산업통상자원부로 거듭나게 될 통상교섭본부는 허탈해하는분위기가 역력했다.

구체적인 조직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장관급 기구에서 '산업' 부처 아래 더부살이 신세로 전락하게 됐기 때문이다.

통상교섭본부 고위 관계자는 "할 말이 없다. 통화하고 싶지 않다. 노 코멘트(Nocomment)다. 속된 말로 멘붕이다"라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 직후 박근혜 당선인 캠프에서 통상교섭본부가 지식경제부와 합쳐질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그럴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던 것과는 정반대 반응이었다.

인수위의 발표내용이 전해지자 세종로청사 외교통상부 사무실은 크게 술렁였다.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조직의 앞날을 걱정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통상교섭본부는 1993년까지 외교부의 국 단위 기구였다가 YS 정부 때 상공부와합쳐 통상산업부로 승격했다.

1998년 DJ정부가 들어서 경제위기 상황에서 통상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외교, 산업의 양 측면을 놓고 저울질하다가 외교부로 해당 기구를 넘겼다. 이때 명칭은외교통상부로 바뀌고 통상교섭본부가 신설됐다.

통상교섭본부는 본부장 아래 통상교섭조정관, FTA 교섭대표, DDA협상대사가 있다. 직제는 다자통상국, 지역통상국, 국제경제국, FTA정책국, FTA교섭국 등 5국 17과로 구성됐다. 최근에는 일본, 중국, 아세안 등과의 협력 중요성이 커지자 동아시아 자유무역협정추진단을 별도로 만들었다.

통상교섭본부는 그동안 국내 통상전문 기관으로 2000년대 자유무역협정(FTA) 정책을 총괄하며 협상을 주도해 왔다.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과의 경제협력사업 파트너로 활동했고 자원외교, 신재생에너지 외교도 펼쳤다.

2011년에는 한미 FTA가 논란이 커지자 야당과 시민단체 일각에서 '통상교섭본부가 조직논리로 무리하게 FTA를 확대한다'는 비난과 함께 '해체주장'이 제기되기도했다.

통상교섭본부를 산업 담당 부처로 통합한 것을 두고서 일단 '산업과 통상외교의접목을 시도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조직 개편으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FTA 등 기존의통상정책에서 후퇴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우리 제품에 대한 통상압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내 산업보호에 외교역량을 강화한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실제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공약에서 FTA 정책의 흔들림없는 추진을 강조해 기존 정책의 변화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그럼에도 부처 통합은 조직 축소로 이어져 위상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교섭본부의 다른 관계자는 "공무원이니 정부 방침을 따르겠지만 장관급에서하루 아침에 담당 차관이라도 신설할 것을 바라는 신세가 되니 처량하다"면서 "공연히 세종시로 가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했다.

yks@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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