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난 국민행복기금' 다중채무자 구제 초점>(종합2보)

입력 2013-03-11 18:49  

<<캠코 `바꿔드림론' 연체율 추이 추가.>>기업·농어촌부채 탕감처럼 개인 빚 부담 완화 방식'배째라' 채무자 양산과 성실 상환자 역차별 우려도

박근혜 대통령의 가계부채 해결 Ƈ번 공약'인 국민행복기금의 윤곽이 잡혔다.

대부업체까지 포함한 전 금융권의 6개월 이상 장기연체를 일괄 정리해 채무자의고통을 덜어주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가계부채 대책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빚을 갚지 않고 시간을 끌면 정부가 언젠가는 해결해주리라는 막연한 기대 탓에 '배째라'식 채무자가 마구 늘어날 우려가 있다.

'신뢰와 성실'을 토대로 한 기본 금융질서를 무너뜨린다는 비판과 도덕적 해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향후 성패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행복기금' 초안 완성…다중채무자 타깃 한국금융연구원은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DSR)이 40%를 넘는 다중채무자(3곳 이상에 빚을 진 사람)를 '잠재위험 채무자'로 규정했다.

잠재위험 채무자는 173만명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1개월 이상 연체한 고위험다중채무자는 14만명, 이미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사람은 11만명이다.

다중채무자는 대부분 저소득·저신용층에 집중된 데다 고금리 대출을 떠안은점에서 가계부채의 가장 취약한 고리다.

은행권이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을 운영하고 미소금융·햇살론·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상품이 도입됐지만 다중채무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해법으로 내놓은 게 국민행복기금이다.

국민행복기금은 금융권의 6개월 이상 연체채권을 사들여 한꺼번에 정리한다. 이렇게 해야 개별 금융회사가 풀기 어려운 다중채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정부판단이다.

은행에서 대부업체에 이르기까지 금융권 곳곳에 흩어진 다중채무자의 빚을 모아원금은 절반 이상 깎고 나머지는 장기 분할상환함으로써 신용회복을 돕는 방식이 활용된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다중채무의 늪에서 꺼내 신용을 회복시켜 줘야 가계부채문제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최근 "지금까지는 '자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나는 신용회복을 병행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행복기금은 장기 연체자의 빚을 사들여 감면해 줌으로써 재기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신 내정자의 생각과도 맥이 통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국민행복기금의 초안을 신 내정자에게 보고했으며,관련 법 제정에도 착수했다.

최근에는 금융권 관계자들에 국민행복기금 운영 방침을 전달했다. 업계는 연체채권 매각 때 적용될 할인율이나 매각대금 지급 방법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6개월 연체자 112만명, 캠코 '바꿔드림론' 연체율 9.6% 국민행복기금은 금융권의 1억원 이하 6개월 이상 연체채권을 한꺼번에 사들여원금을 깎고 채무자와 분할상환계약을 맺는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연합회에 등록된 6개월 이상 연체자는 112만명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로 넘어간 65만명의 상각채권과 대부업체 채무까지 고려하면 더 많다.

이상빈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어떻게 해도 돈을 갚지 못하는 이들은 어느 한 시점에서 털고 가는 게 낫다"고 국민행복기금이 주효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교수는 "과거 기업이나 농어촌 부채를 탕감해줬던 것처럼 이번에는 개인의빚 부담을 덜어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국민행복기금이 어느 때보다 강력한 가계부채 대책인 만큼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수 있다.

먼저 금융의 기본질서가 무너질 우려가 제기된다. 돈을 빌리면 갚을 의무를 지는 게 당연한데, 여기에 정부가 '해결사'처럼 개입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채무자로서는 웬만하면 국민행복기금의 구제범위에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없는 빚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도 "농어가 부채 탕감은 정책자금 부실 등을 '결자해지'한 측면이 있었지만, 다중채무는 엄연히 개인의 경제적 선택에 따른 결과"라고 꼬집었다.

정부도 국민행복기금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감지하고 경계하는 듯하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국민행복기금이 곧 나올 테니미리 비싼 자금을 빌려놓으려는 행태도 조금씩 나타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국민행복기금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캠코의 `바꿔드림론'(저금리 전환대출)은지난 1월 말 기준 연체율이 9.6%에 달한다. 2011년 말 5.9%에서 지난해 9월 말 8.5%로 오르더니 이제 두자릿수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금융위는 국민행복기금의 지원 대상인 ƌ개월 이상 연체'의 기준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난달 말로 잡았다. 그 이후 생겨난 장기 연체자에는 도덕적 해이의 소지가 크다고 본 것이다.

이해선 금융위 중소서민금융국장은 "일부 채무를 조정하면 상환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밝혀야 행복기금의 지원을 받는다"며 "조금만 도우면 적극 상환할 의지가있는 사람이므로 도덕적 해이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행복기금 출범 직전 ƌ개월'이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람이나 출범이후 새로 발생한 연체자와의 형평성 논란도 금융위가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zheng@yna.co.kr eu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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