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인사청탁' 엄중 경고>

입력 2013-03-12 16:34  

"인사청탁자 개인신상 공개하겠다"2만6천여명 임직원에 이례적으로 편지 보내

우리금융지주 이팔성 회장이 12일 `인사청탁 및줄대기 관행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 회장은 이날 2만6천여명의 임직원들에게 이례적으로 편지를 보내 이같은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편지에서 "엄중한 시기에 계열사 일부 임직원들이 본연의 업무는 소홀히하면서 인사청탁과 줄대기에 여념이 없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일부 언론매체에서는 "청탁이 제일 많은 곳이 우리금융이라는 보도가나오기도 했다"며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자신이 속한 조직을 향한최고경영자의 비판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신랄했다.

물론 우리금융[053000]의 현주소를 따져보면 이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우리금융은 외환위기와 카드대란을 겪으면서 부실화돼 12조8천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정상화를 위해 지난 2010년부터 민영화를 본격 추진했으나 세 차례나 무산됐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조직내부에선 정치권이나 정부 쪽으로의 인사청탁이 만연해져 인사철만 되면 뒷말이 무성했다. 심지어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금융 민영화가 지연되면서 조직이 지나치게 정치화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이 회장의 편지는 잘못된 인사 관행을 바로잡아 우리금융지주의 조직기강을 똑바로 세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의미는 이 회장이 인사청탁을 하는 임직원은 누구든 엄중조치할 것임을 경고한 대목에서 뒷받침된다.

그는 "청탁 등에 의존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조직의 화합을 해치는 행위를한 임직원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인사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인사카드에 기록, 유지해 특별관리하고 필요시 개인신상을 공개하는 등 불이익을 받게 할 계획"이라고도 말했다. 초강경카드다.

이어 "그룹의 인사는 어떠한 외압과 청탁에도 오로지 유능한 인재가 우대받고중용될 수 있도록 공정하게 실시함으로써 능력에 따른 공정한 인사제도가 정착될 수있도록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일각에선 이 회장의 편지가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 장(長)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한 직후 나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은 금융권의 대표적인 `MB(이명박 전 대통령)계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우리금융의 기강을 바로잡는 노력을 보임으로써 현재 직무를 계속 수행하고 싶다는 `희망사항'을 표현한 것이라는 설도 나온다.

bingsoo@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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