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압박·해촉위협에 울며 겨자먹기로 민원 유발"
보험설계사들이 '자폭계약'은 물론 서명을 위조하는 불법 계약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보험 민원 감축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현장에선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민원의 시발점이 되는 혼탁 영업과 불법이 판을 치고 있다.
중견 손해보험사인 메리츠화재[000060]의 전속 설계사로 38개월째 일한 박모(38) 씨는 최근 지점장으로부터 "실적이 모자라니 '그림 그리기'라도 해 오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지점장이 말한 '그림 그리기'란 설계사들 사이에서 쓰이는 은어(隱語)다. 얼마지나지 않아 해약할 계약을 억지로 만들어 실적으로 보고하는 것을 뜻한다.
박 씨는 8일 "우스갯소리로 '설계사는 모두 화가'라는 자조 섞인 얘기를 할 정도"라며 그림 그리기가 업계에 만연했다고 폭로했다.
그림 그리기는 종종 '자폭계약'을 동반한다. 은행원이 실적 압박에 못 이겨 정기적금이며 펀드 등에 가입하는 '자폭통장'과 비슷하다. 조기 해약하면 원금도 못건지는 보험 상품의 특성상 피해는 더 크다.
설계사들은 월말 실적 마감을 앞두고 자신은 물론 가족, 친척, 친구의 이름을도용해 자사 상품에 가입한다. 실적이 잡히는 만큼 판매수수료를 받고 4개월에서 1년이 지나기 전에 해약한다.
금감원이 해마다 집계·발표하는 보험계약 유지율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배경에는 이런 업계의 폐단이 작용한 듯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13회차(1년 이상) 유지율은 79.6%, 25회차(2년 이상) 유지율은63.1%다. 2년이 지나면 보험 계약 10건 중 4건은 중도 해지되는 셈이다. 이는 고스란히 계약자 피해로 이어진다.
그림 그리기를 거부한 박 씨는 지난달 회사로부터 해촉 통보를 받았다. 3개월연속 실적이 계약 유지 요건에 미달했다는 게 해촉 사유다. 장기보험료 월 50만원,자동차보험료 월 750만원, 일반보험 월 500만원이 유지 요건이다.
그는 "회사가 요구하는 실적을 채우려면 서명을 위조하는 불법행위까지 서슴지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속칭 '가라계약(가짜 계약)'을 만들려고 남자 설계사가 여자 고객의 필체를 흉내 낼 때는 주변에 아는 여자 설계사의 도움을 받는다. 여자 설계사도 마찬가지 이유로 남자 고객의 필체를 흉내 내 서명을 위조한다.
1년 단위로 갱신해야 하는 자동차보험 계약은 서명 위조가 더 심각하다. 갱신시점이 다가오면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동의를 받고 대수롭지 않게 서명을 위조해계약을 갱신한다. 본사에서 자필서명 여부를 묻는 확인전화가 오면 그냥 "네, 네"라고 답하도록 당부해둔다.
보험사는 때때로 판촉 행사를 벌이면서 颼% 시상'이란 조건을 내건다. 颼%시상'이란 따낸 계약의 첫회 보험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모두 설계사에게 주겠다는뜻이다. 설계사는 이 돈을 고객의 보험료를 대납하는 데 쓰는 경우가 잦다.
박 씨는 "현장에서(지점에서) 서명을 위조해 가짜 계약을 만드는 일은 지점장이다 알면서도 암묵적으로 종용한다"며 "나중에 이런 불완전판매로 소송 등 문제가 생기면 설계사에게 책임을 떠넘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월 보험료가 10만원이면 당장 큰돈은 아닌 것 같지만, 계약기간을 20년으로 잡으면 총 보험료는 2천400만원으로 자동차 한 대에 버금가는 큰 상품을 파는 것"이라며 "현장에서 상품 판매의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금감원에 접수된 보험 민원 4만8천31건 가운데 설계사의 보험 모집 관련민원은 1만3천493건으로 가장 큰 비중(27.8%)을 차지했다. 불완전 판매와 직결되는보험금 산정·지급 민원이 1만3천건(26.8%)으로 뒤를 이었다.
zheng@yna.co.kr eu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보험설계사들이 '자폭계약'은 물론 서명을 위조하는 불법 계약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보험 민원 감축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현장에선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민원의 시발점이 되는 혼탁 영업과 불법이 판을 치고 있다.
중견 손해보험사인 메리츠화재[000060]의 전속 설계사로 38개월째 일한 박모(38) 씨는 최근 지점장으로부터 "실적이 모자라니 '그림 그리기'라도 해 오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지점장이 말한 '그림 그리기'란 설계사들 사이에서 쓰이는 은어(隱語)다. 얼마지나지 않아 해약할 계약을 억지로 만들어 실적으로 보고하는 것을 뜻한다.
박 씨는 8일 "우스갯소리로 '설계사는 모두 화가'라는 자조 섞인 얘기를 할 정도"라며 그림 그리기가 업계에 만연했다고 폭로했다.
그림 그리기는 종종 '자폭계약'을 동반한다. 은행원이 실적 압박에 못 이겨 정기적금이며 펀드 등에 가입하는 '자폭통장'과 비슷하다. 조기 해약하면 원금도 못건지는 보험 상품의 특성상 피해는 더 크다.
설계사들은 월말 실적 마감을 앞두고 자신은 물론 가족, 친척, 친구의 이름을도용해 자사 상품에 가입한다. 실적이 잡히는 만큼 판매수수료를 받고 4개월에서 1년이 지나기 전에 해약한다.
금감원이 해마다 집계·발표하는 보험계약 유지율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배경에는 이런 업계의 폐단이 작용한 듯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13회차(1년 이상) 유지율은 79.6%, 25회차(2년 이상) 유지율은63.1%다. 2년이 지나면 보험 계약 10건 중 4건은 중도 해지되는 셈이다. 이는 고스란히 계약자 피해로 이어진다.
그림 그리기를 거부한 박 씨는 지난달 회사로부터 해촉 통보를 받았다. 3개월연속 실적이 계약 유지 요건에 미달했다는 게 해촉 사유다. 장기보험료 월 50만원,자동차보험료 월 750만원, 일반보험 월 500만원이 유지 요건이다.
그는 "회사가 요구하는 실적을 채우려면 서명을 위조하는 불법행위까지 서슴지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속칭 '가라계약(가짜 계약)'을 만들려고 남자 설계사가 여자 고객의 필체를 흉내 낼 때는 주변에 아는 여자 설계사의 도움을 받는다. 여자 설계사도 마찬가지 이유로 남자 고객의 필체를 흉내 내 서명을 위조한다.
1년 단위로 갱신해야 하는 자동차보험 계약은 서명 위조가 더 심각하다. 갱신시점이 다가오면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동의를 받고 대수롭지 않게 서명을 위조해계약을 갱신한다. 본사에서 자필서명 여부를 묻는 확인전화가 오면 그냥 "네, 네"라고 답하도록 당부해둔다.
보험사는 때때로 판촉 행사를 벌이면서 颼% 시상'이란 조건을 내건다. 颼%시상'이란 따낸 계약의 첫회 보험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모두 설계사에게 주겠다는뜻이다. 설계사는 이 돈을 고객의 보험료를 대납하는 데 쓰는 경우가 잦다.
박 씨는 "현장에서(지점에서) 서명을 위조해 가짜 계약을 만드는 일은 지점장이다 알면서도 암묵적으로 종용한다"며 "나중에 이런 불완전판매로 소송 등 문제가 생기면 설계사에게 책임을 떠넘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월 보험료가 10만원이면 당장 큰돈은 아닌 것 같지만, 계약기간을 20년으로 잡으면 총 보험료는 2천400만원으로 자동차 한 대에 버금가는 큰 상품을 파는 것"이라며 "현장에서 상품 판매의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금감원에 접수된 보험 민원 4만8천31건 가운데 설계사의 보험 모집 관련민원은 1만3천493건으로 가장 큰 비중(27.8%)을 차지했다. 불완전 판매와 직결되는보험금 산정·지급 민원이 1만3천건(26.8%)으로 뒤를 이었다.
zheng@yna.co.kr eu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