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또 동결…경기회복세 확신 반영>(종합)

입력 2013-04-11 11:26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한은 금통위)가 11일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한 것은 우리 경기가 회복되고 있고,이런 추세가 당분간 유지 또는 확산될 것이라는 확신이 반영된 결과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6개월째 연 2.75%에서 요지부동이다.

한은은 다만 총액한도대출을 3조원 늘리기로 했다. 추경예산까지 편성해가며 경기부양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정부와의 공조를 의식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결정으로 한은은 통화정책에 대한 결정권이 한은에 있으며 외부의 압력에좌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외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않는다는 `불통의 이미지'는 더 강해졌다.

또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을 통화정책이 뒷받침함으로써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저버렸다는 비판과 함께 경기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못할 경우 책임론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한은 `상저하고' 경기인식 불변…금리인하 부작용 우려한 듯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한은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역대 어느 때보다 많은관심을 모았다.

한은 안팎에선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과 내리면 안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경기부양을 위해 17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안까지 편성한 정부는 한은에 대해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했고, 한은은 `독립성'과 금리인하의 폐해를 내세우며 반발하는양상을 보여 팽팽한 긴장국면을 형성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리스크가 부각되고 엔화 약세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엔저현상이 오래 지속될 조짐까지 보여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재정당국은 우리 경제의 `위기상황'을 부각시켰지만 한은의 판단은 정부와 달랐음이 이번 금리 동결로 확인됐다.

한때 정부와의 정책공조를 강조했던 한은이 `엇박자'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기준금리 동결을 선택한 것은 무엇보다도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까지 5차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은은 우리 경기가 완만하지만 지속적으로 회복세를 보여 `상저하고'의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김 총재는 지난 2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가 더는 나빠지지 않을것"이라고 밝혔다. 3월에도 "4월 내놓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현재의 상저하고 성장패턴은 그대로 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번 동결 결정으로 한은의 판단이 바꾸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임 진 연구위원은 "한은이 경기전망에 대한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이라면서 "경기가 속도는 느리지만 저점을 지나서 회복 중에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물론 현재 겉으로 드러나는 각종 지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줄 알았던 우리 경제는 아직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못하고 있다. 일부 지표는 더 나빠지기까지 했다.

올해 1~2월 소매판매는 전년보다 1.6% 감소했다. 대형마트 매출은 1월 -3.8%, 2월 -0.9%로 두 달 연속 줄었다. 설비투자 증가율 역시 1월 -15.6%, 2월 -18.2%로 낙폭이 컸다. 광공업생산은 전년 동기보다 고작 0.1% 증가하는데 그쳤다. 수출은 1월10.9% 늘었다가 2월 8.6% 줄고 3월 다시 0.4% 확대되는 등 등락을 반복했다. 3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3%로 전월의 1.4%에 이어 1%대를 계속 기록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유로지역 리스크가 재부각되고 국내 지정학적 위험 증대 등으로외국인 증권투자기금이 유출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환율은 크게 상승했다. 장기시장금리는 경기회복세 둔화 우려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은도 이날 통화정책방향 자료에서 "앞으로 국내경제가 세계경제의 더딘 회복세, 엔화 약세의 영향 등으로 상당기간 마이너스 GDP(국내총생산) 갭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것은 현재 정부가 추경예산을편성하기로 하는 등 경기부양에 나선 만큼 이런 지표들이 점차 나아지고 있고, 하반기엔 경기회복세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단 추경예산을 통한 재정지출 확대가 경기부양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본 뒤 한은 차원에서 지원대책을 순차적으로 강구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현재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생산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물가상승만 자극할 것이라는 기준금리 인하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현재 기준금리를 내려서 유동성이 증가한다고 해도 실물경제로 전이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하로 인한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리며 그 효과도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수 있다. 한은으로서는 기준금리를 낮출 경우 가계부채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과 외국자본의 유출 확산 가능성도 감안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 정부가 추경예산을 편성해 재정지출에 집중하는 만큼 기준금리 인하카드를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추경예산을 통한 재정지출 확대와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통화량 증대라는 두 카드를 한꺼번에 쓰고서도 경기가 예상만큼 살아나지 않을 경우 `플랜B'를 마련하기가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대우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정부가 꺼낸 재정정책들이 2분기에 효과를 나타낼것이니, 이를 지켜보고서 다음 대책을 강구하기 위한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에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총액한도대출 3조원 늘리기로…효과는 크지 않을 듯 한은은 다만 총액한도대출을 3조원 늘리기로 했다. 우수기술을 보유한 업력 7년이내의 창업기업 지원을 위해 기술형 창업지원한도(3조원)를 신설했다. 이로써 현재9조원인 총액한도대출의 총 한도액은 12조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정부가 경기부양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를 측면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한은이 금리 인하보다 총액한도대출 개선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기준금리를 낮춰 필요 이상으로 돈을 많이 풀어 인플레 심리를 자극하기보다는 적재적소에통화량을 공급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현재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게 통화량이 부족해서라기보다 돈이 제대로흐르지 않는 `돈맥경화' 때문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렇지만 총액한도대출의 한도를 3조원 늘린다고 하더라도 기준금리 인하 만큼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시장은 물론 가계나 기업 등 다른 경제주체들의실망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이번 결정으로 한은의 독립성과 정책결정의 일관성은 지켜냈을지 모르지만 이에 집착한 나머지 외부와의 소통에 인색할 뿐 아니라 불통하고 있다는 폐쇄적인 모습만 부각시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총재는 지난 5일 경제 관련 부처 최고책임자들이 모여 경제관련 현안을 점검하는 이른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 불참하며 `마이웨이'를 고집했다.

이번 결정으로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정부와 한은간에는 `앙금'이 남게 됐다.

향후 두 기관간에는 냉각된 관계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정부 여당 내부에선 이명박정부 시절 한은 총재에 임명된 김중수 총재에대한 불신도 깔려 있다는 점에서 김 총재의 거취 문제도 새로운 논란거리로 떠오를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bingsoo@yna.co.kr cindyko@yna.co.kr banghd@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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