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살리기에도 中企대출 절반은 아직 개인사업자몫

입력 2013-04-14 06:01  

법인대출 늘리기 돌입한 은행들 "리스크관리 쉽지 않다"

새 정부가 중소기업 살리기에 나섰는데도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 가운데 절반은 여전히 개인사업자(소호) 대출이었다.

은행들은 사실상의 가계대출인 소호대출 대신 법인대출을 늘리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저금리·저성장 탓에 공격적인 대출 영업을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4개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이하 중기대출)은 208조4천258억원으로 2월 말의 206조8천992억원보다 1조5천266억원(0.74%) 늘었다.

이들 시중은행의 중기대출은 지난해 12월 계절적 요인으로 줄어든 이후 올해 1월부터 석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속을 뜯어보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만 늘어난 것은 아니다.

중기대출에 포함되지만 사실상의 가계대출인 소호대출도 함께 늘었기 때문이다.

소호대출은 법인이 아니라 사업자등록증이 있는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로, 중기대출에 포함된다.

지난달 말 이들 시중은행의 소호대출은 99조2천197억원으로 중기대출의 47.60%를 차지했다.

중기대출 중 소호대출 비중은 2011년 3월 39.87%에서 2012년 3월 44.07%, 올해3월 47.60%로 증가 추세에 있다.

소호대출 증가세는 우량 중소기업을 찾지 못한 은행들이 개인사업자를 주요 고객으로 대출 경쟁을 벌인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소호대출은 출혈 경쟁으로 역마진 우려가 있는데다 경기 침체로 개인사업자의 폐업이 속출하면 은행의 부실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지적됐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을 거듭 강조하자 금융감독당국은 은행들이 법인대출 비중을 늘릴 것을 요구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취임 직후 경남 창원산업단지를 찾아 "중기대출을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로 나눠 관리함으로써 개인사업자 위주로 공급되던 자금이생산·고용 효과가 큰 중소법인으로 옮겨가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법인대출을 늘리는 것이 말만큼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수익성이 악화하는 시기에 공격적으로 대출 영업을 했다가는 더 큰 부실이 생길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업무 담당자는 "은행들이 지금껏 자발적으로 법인대출을늘리려고 노력해왔지만 쉽지 않았다"며 "법인대출을 늘리기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정부가 이렇게 독려하는 것은 좀 강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지점장은 "영업점에서는 새로 대출 수요를 찾을 수 없어 다른 은행 대출을 빼앗아오는 것이 일상이 돼버렸다"며 "은행권 전체가 제로섬 게임을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은행들은 유망 강소기업을 살리려면 정책금융기관과 협력해 해당 업체의 특성과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장기적인 금융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여신업무 담당자는 "은행이 독자적으로 중기가 가진 기술력을 평가하고 그에 따른 리스크를 모두 부담하는 것은 무리다"라며 "정책금융공사 등전문 인력이 많은 공공금융기관이 중기의 기술력을 평가하고 은행과 리스크를 함께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indy@yna.co.kr ahs@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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