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추심에 거짓말·협박 많아>

입력 2013-04-18 07:05  

'연체자' 낙인을 안고 살던 A씨는 2010년 9월 우편물을 하나 받아서 뜯어봤다가 깜짝 놀랐다.

봉투 안에 '강제집행(급여압류) 접수 통보서'라고 적힌 종이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채권 추심을 전문으로 하는 신용정보회사에서 보낸 이 종이에는 񟭊년 9월 27일부터 당사 일정에 따라 예고없이 집행을 실시한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A씨는 이제 월급마저 압류된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하얗게 됐다.

하지만 알고보니 이 서류는 A씨에게서 빚을 받아내려던 채권추심원이 만든 가짜서류였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사의 채권추심원들은 A씨 외의 다른 채무자에게도비슷한 우편물이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를 보내 채무자들이 곧 월급이 압류되거나 법원에 형사 고발을 당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실제로 민·형사상의 법적 절차가진행 중이지 않으면 채무자에게 허위 안내를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한 신용정보업체의 위임직 채권추심인 4명은 2010년 1월부터 그해 9월까지 채무자 4명에게 이런 거짓말과 협박을 통해돈을 받아내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불법 채권추심을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주요 경제정책 방향을 잡으면서 이런 내용을 거론한 바 있다.

경제민주화와 서민지원의 한 방안으로 불법 채권추심을 근절하고자 대출소비자보호 법규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금융위도 최근 국회 업무보고에서 과도한 채권추심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분히 미등록 대부업체를 겨냥한 것이지만 대형 금융지주사가 '신용정보회사'라는 이름의 계열사나 자회사로 운영하는 채권추심 회사도 적지 않기 때문에 불공정추심은 전 금융권의 문제로 볼 수 있다.

다만 불법 채권추심 문제의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것은 바로 가계부채 문제이므로 이를 해결하면 불공정 추심 피해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말 여신전문금융사(신용카드를 제외한 58개사)의 대출 연체율은 3.62%로2010년 말 3.83% 이후 가장 높아졌다.

올해 2월 말 보험사의 대출채권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도 0.81%로 전 달보다 0.02%포인트 올랐다.

2월 말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한 달 전보다 0.05%포인트 오른 1.04%로 2006년 10월(1.07%) 이후 6년4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연체율이 올라가면서 불공정 추심에 시달리는 소비자들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불법 추심을 제재하는 강력한 법안을 만들면 상황이 조금 나아질 수는 있다"며 "하지만 불법 추심은 결국 가계부채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서민의 소득 향상과 가계부채 문제 해결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president21@yna.co.kr cindy@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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