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도 외국선 일본계와 무역금융…국내은행 맥 못춰은행권 "아베노믹스는 지원, 근혜노믹스는 규제" 불만도
초저금리를 앞세운 일본계 대형 은행들의 파상공세에 국내 은행들의 국제시장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금융권에서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받는 동남아시아 무역금융 시장이 대표 사례다. 일본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사이 우리나라는 걸음마조차 떼지 못한 상태다.
애초 우리보다 몇 체급 위인 일본계 은행들은 '아베노믹스'로 날개를 달았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수익이 급감한 가운데 새 정부 들어 강조되는 '경제민주화'에도 시달려야 한다.
전문가들은 일본계 은행들의 '엔저(円低) 공습'이 앞으로 더 무섭게 몰아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대로 가다가는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타나기는커녕 지금의 '동네구멍가게'조차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日 동남아 진출, 70년전 '대동아 공영권' 연상 국내 한 시중은행의 동남아 현지법인에 근무한 한 부장급 직원 A씨는 29일 "최근 일본계 은행의 동남아 시장 잠식을 보면 '대동아 공영권(大東亞 共榮圈)'을 연상케 할 정도로 무섭다"고 말했다.
대동아 공영권은 태평양 전쟁 당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가 주도한 일본 내각의 아시아 침략 구호다. 1942년 하반기 세력권이 가장 넓어진 일본은 베트남,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거의 모든 지역을 손에 넣었다.
70년이 지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출범한 지난해 일본은 군함 대신 은행을 앞세워 동남아를 집어삼켰다. 연간 222억달러에 이르는 동남아 무역금융 수익의절반 이상을 일본계 은행들이 가져간 것이다.
과거 무역금융은 단순히 수출업체와 수입업체에 대출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세계적으로 교역량이 늘고 금융기법이 발달함에 따라 고수익을 안겨주는 금융서비스로성장했다.
국내 기업이 외국의 해저광구, 댐, 발전소 등을 짓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공급하거나 현지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물건을 만들어 수출하는 데 드는 각종 원자재 수입과 완성품 선적까지 무역금융의 범주가 넓어진 것이다.
수출 증대에 힘입은 일본계 은행들은 일찌감치 이 분야에 뛰어들어 외화대출·지급보증, 신용장(LC) 개설, 유산스(Usance·기한부 수출환어음 매입), BA(BankersAcceptance·무역금융기관 간 신용거래의 일종) 라인 구축 등에 나섰다.
A씨는 "식민지 경험이 있는 동남아에서 일본계에 대한 거부감이 클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현실을 모르는 오해일 뿐"이라며 "일본은 오래전부터 민·관이 꾸준한 대외 원조와 마케팅을 벌여 가장 큰 신뢰를 받는다"고 전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태국 방콕에서 기업금융의 90%는 일본 미쓰비시·미쓰이은행이 선점했다"며 "정부가 주문하는 국외 진출이 늘 구호에 그치는 것도 이런 현실을 보면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日 은행 체격, 국내은행의 10배 일본계 은행과 국내 은행의 대외 경쟁력은 기본적인 규모와 출발 조건부터 크게차이가 난다.
여러 차례 은행간 인수·합병으로 만들어진 일본 최대 금융지주 미쓰비시UFJ의총자산은 2조4천800억달러로 국내 최대 금융지주인 우리금융[053000] 총자산 2천600억달러의 10배다.
스미모토미쓰이, 미즈호, 노린추킨, 노무라를 포함한 일본 상위 5대 금융그룹의총자산은 7조3천500억달러로 KB·신한·농협·하나를 포함한 국내 상위 5대 금융그룹 총자산 1조200억달러의 약 7배다.
거래 조건도 압도적으로 좋다. 일단 대출금리가 0%대로 싸다. 우리나라는 최소이윤을 붙여도 1.5~2.5%다. 엔화는 국제 결제에 쓰여 달러화를 쉽게 구하거나 엔화자체로 거래해 환율 변동 위험도 없다. 원화는 무조건 달러화로 바꿔야 쓸 수 있다.
일본계 은행들은 이처럼 축적된 자본이 많다 보니 큰 사업에 돈을 댈 수 있고,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한 무역금융에서 낮은 금리와 적은 위험으로 계약할 수 있어 그동안 시장을 독점하던 유럽계 은행의 빈자리를 차지했다.
동남아에서 일본계의 라이벌은 한국이 아니라 중국계다. 공상(工商)·건설(建設)·중국(中國)·농업(農業)·교통(交通) 등 중국 5대 상업은행의 총자산은 7조4천억달러로 일본과 맞서는 규모다.
특히 중국계 은행들은 갈수록 위상이 높아지는 위안화를 엔화의 '대체재'로 내세워 국제 결제 화폐로 삼으려 하고 있다. 동남아에 터를 잡은 화교(華僑·중국계이주민과 후손) 자본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역내 위안화(CNY)와 홍콩시장 역외 위안화(CNH)를 구분, 자국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역외 유통 통화량을 늘려 무역 상대국의 위안화 결제를 압박하고 있다.
◇"아베노믹스, 日 은행에 날개달고 韓 은행 타격" 일본 아베 내각의 경제정책을 일컫는 '아베노믹스'는 일본계 은행들의 국외 진출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양적완화에 따라 풍부해진 유동성을 활용, 장기·저리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게된 데다 엔화 가치가 낮아져 교역이 활발해지면 여기에 필요한 무역금융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여·수신 금리차로 순이자마진(NIM)을 따먹는 재래식 영업에 의존하는 국내 은행들이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이 나빠지자 국내에서 출혈경쟁을 벌이는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아베노믹스는 국내 은행들의 이런 난맥상을 한 번 더 꼬이게 하는 요인이 될 수있다. 원화 가치 상승으로 수출이 줄어들면 우리나라의 신인도가 하락, 은행들의 외화차입 금리가 오르고 국제시장 진출은 요원해진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엔저지속의 위험요인' 보고서에서 "엔화를 싸게 빌려 들어와 투자하는 '엔캐리(Yen-Carry) 거래'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자본 유출입 변동성 확대도 국내 은행들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근혜노믹스'는 아베노믹스와 달리 자국 은행들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새 정부가 금융분야에서 가장 먼저내놓은 정책은 신용불량자의 은행 빚을 탕감해주는 국민행복기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내리고 수수료는 깎고 이익은 사회에 환원하라는게 현 정부의 기조 아니냐"며 "은행이 돈을 버는 것을 백안시하는 풍조가 계속되는한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금융의 삼성전자'는 영원히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zhe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초저금리를 앞세운 일본계 대형 은행들의 파상공세에 국내 은행들의 국제시장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금융권에서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받는 동남아시아 무역금융 시장이 대표 사례다. 일본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사이 우리나라는 걸음마조차 떼지 못한 상태다.
애초 우리보다 몇 체급 위인 일본계 은행들은 '아베노믹스'로 날개를 달았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수익이 급감한 가운데 새 정부 들어 강조되는 '경제민주화'에도 시달려야 한다.
전문가들은 일본계 은행들의 '엔저(円低) 공습'이 앞으로 더 무섭게 몰아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대로 가다가는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타나기는커녕 지금의 '동네구멍가게'조차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日 동남아 진출, 70년전 '대동아 공영권' 연상 국내 한 시중은행의 동남아 현지법인에 근무한 한 부장급 직원 A씨는 29일 "최근 일본계 은행의 동남아 시장 잠식을 보면 '대동아 공영권(大東亞 共榮圈)'을 연상케 할 정도로 무섭다"고 말했다.
대동아 공영권은 태평양 전쟁 당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가 주도한 일본 내각의 아시아 침략 구호다. 1942년 하반기 세력권이 가장 넓어진 일본은 베트남,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거의 모든 지역을 손에 넣었다.
70년이 지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출범한 지난해 일본은 군함 대신 은행을 앞세워 동남아를 집어삼켰다. 연간 222억달러에 이르는 동남아 무역금융 수익의절반 이상을 일본계 은행들이 가져간 것이다.
과거 무역금융은 단순히 수출업체와 수입업체에 대출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세계적으로 교역량이 늘고 금융기법이 발달함에 따라 고수익을 안겨주는 금융서비스로성장했다.
국내 기업이 외국의 해저광구, 댐, 발전소 등을 짓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공급하거나 현지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물건을 만들어 수출하는 데 드는 각종 원자재 수입과 완성품 선적까지 무역금융의 범주가 넓어진 것이다.
수출 증대에 힘입은 일본계 은행들은 일찌감치 이 분야에 뛰어들어 외화대출·지급보증, 신용장(LC) 개설, 유산스(Usance·기한부 수출환어음 매입), BA(BankersAcceptance·무역금융기관 간 신용거래의 일종) 라인 구축 등에 나섰다.
A씨는 "식민지 경험이 있는 동남아에서 일본계에 대한 거부감이 클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현실을 모르는 오해일 뿐"이라며 "일본은 오래전부터 민·관이 꾸준한 대외 원조와 마케팅을 벌여 가장 큰 신뢰를 받는다"고 전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태국 방콕에서 기업금융의 90%는 일본 미쓰비시·미쓰이은행이 선점했다"며 "정부가 주문하는 국외 진출이 늘 구호에 그치는 것도 이런 현실을 보면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日 은행 체격, 국내은행의 10배 일본계 은행과 국내 은행의 대외 경쟁력은 기본적인 규모와 출발 조건부터 크게차이가 난다.
여러 차례 은행간 인수·합병으로 만들어진 일본 최대 금융지주 미쓰비시UFJ의총자산은 2조4천800억달러로 국내 최대 금융지주인 우리금융[053000] 총자산 2천600억달러의 10배다.
스미모토미쓰이, 미즈호, 노린추킨, 노무라를 포함한 일본 상위 5대 금융그룹의총자산은 7조3천500억달러로 KB·신한·농협·하나를 포함한 국내 상위 5대 금융그룹 총자산 1조200억달러의 약 7배다.
거래 조건도 압도적으로 좋다. 일단 대출금리가 0%대로 싸다. 우리나라는 최소이윤을 붙여도 1.5~2.5%다. 엔화는 국제 결제에 쓰여 달러화를 쉽게 구하거나 엔화자체로 거래해 환율 변동 위험도 없다. 원화는 무조건 달러화로 바꿔야 쓸 수 있다.
일본계 은행들은 이처럼 축적된 자본이 많다 보니 큰 사업에 돈을 댈 수 있고,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한 무역금융에서 낮은 금리와 적은 위험으로 계약할 수 있어 그동안 시장을 독점하던 유럽계 은행의 빈자리를 차지했다.
동남아에서 일본계의 라이벌은 한국이 아니라 중국계다. 공상(工商)·건설(建設)·중국(中國)·농업(農業)·교통(交通) 등 중국 5대 상업은행의 총자산은 7조4천억달러로 일본과 맞서는 규모다.
특히 중국계 은행들은 갈수록 위상이 높아지는 위안화를 엔화의 '대체재'로 내세워 국제 결제 화폐로 삼으려 하고 있다. 동남아에 터를 잡은 화교(華僑·중국계이주민과 후손) 자본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역내 위안화(CNY)와 홍콩시장 역외 위안화(CNH)를 구분, 자국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역외 유통 통화량을 늘려 무역 상대국의 위안화 결제를 압박하고 있다.
◇"아베노믹스, 日 은행에 날개달고 韓 은행 타격" 일본 아베 내각의 경제정책을 일컫는 '아베노믹스'는 일본계 은행들의 국외 진출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양적완화에 따라 풍부해진 유동성을 활용, 장기·저리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게된 데다 엔화 가치가 낮아져 교역이 활발해지면 여기에 필요한 무역금융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여·수신 금리차로 순이자마진(NIM)을 따먹는 재래식 영업에 의존하는 국내 은행들이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이 나빠지자 국내에서 출혈경쟁을 벌이는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아베노믹스는 국내 은행들의 이런 난맥상을 한 번 더 꼬이게 하는 요인이 될 수있다. 원화 가치 상승으로 수출이 줄어들면 우리나라의 신인도가 하락, 은행들의 외화차입 금리가 오르고 국제시장 진출은 요원해진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엔저지속의 위험요인' 보고서에서 "엔화를 싸게 빌려 들어와 투자하는 '엔캐리(Yen-Carry) 거래'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자본 유출입 변동성 확대도 국내 은행들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근혜노믹스'는 아베노믹스와 달리 자국 은행들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새 정부가 금융분야에서 가장 먼저내놓은 정책은 신용불량자의 은행 빚을 탕감해주는 국민행복기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내리고 수수료는 깎고 이익은 사회에 환원하라는게 현 정부의 기조 아니냐"며 "은행이 돈을 버는 것을 백안시하는 풍조가 계속되는한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금융의 삼성전자'는 영원히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zhe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