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채권단 "STX 강덕수회장 사재 털어라" 압박

입력 2013-05-16 06:01  

"국가경제 파장 고려해 STX 살리되 오너 책임져야"

정부와 채권단은 재계 서열 13위인 STX그룹을 조선계열 중심으로 살리는 조건으로, 강덕수 그룹 회장에게 사재 출연 등 모든 것을 다 내놓으라는 압박에 나섰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채권단은 강 회장에게 사재 출연 등을 통해 결연한 의지를 보이라고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STX를 살리려면 본인도 모든 것을 다 내놔야 한다"면서 "마땅한 사재가 없다면 강 회장이 사는 집이라도 압류를 걸어 모든 걸 확보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등 감독 기관과 채권단은 최근 강 회장의 개인 재산에 대해 정밀 추적을 했으나 STX 지분을 빼면 주택과 일부 예금 외에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일단 개인 재산에 모두 압류를 걸어 강 회장이 책임감을 느끼고 STX를 살리는데 매진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정부가 이처럼 강 회장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데는 STX 내부 경영 실태가 허점투성이였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채권단이 최근 STX 내부 현황을 조사한 결과, 주요 계열사에 강 회장의친인척들이 대거 포진하는 등 전문 경영과 거리가 먼 인사 시스템이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STX그룹을 들여다보니 문어발식 확장에 친인척이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어 실망감이 너무 컸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STX 기업들을 조선분야 중심으로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STX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데, 망하게할 수 있는가"라면서 "현재로서는 최적화해 살리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STX조선소가 있는 경남을 중심으로 지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STX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STX 관련 종사자만 수만명에 달해 STX가 도산할 경우에 발생하는 각종 문제도 고려됐다.

금융당국은 이런 기류를 고려해 최근 채권단을 불러모아 ㈜STX를 포함한 STX조선 등 핵심 계열사에 대한 자율협약 체결을 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채를 채권은행들이 대신 갚아주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으나 일단 STX 관련 유동성 문제를 해결한 뒤 채권단 차원에서 해결하라고 독촉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STX에 대한 자산ㆍ부채 정밀실사를 2∼3개월 일정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실사 뒤 채무 재조정과 자산매각 및 구조조정 등이포함된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정식으로 자율협약을 체결한다.

STX조선의 핵심인 STX중공업[071970]과 STX엔진[077970]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체결하고 긴급 자금을 지원받는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문제는 정부가 부실 대기업에 대해 '대마불사(大馬不死)'를 계속 용인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최근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500억원을 넘는 대기업에 대한 신용 위험 평가에 나섰다. 대상은 조선과 해운, 건설 등 대기업 계열사를 포함해1천여곳에 달한다. 올해는 조선과 해운 등의 업황이 더 나빠져 대기업 구조조정도지난해와 유사한 30여개에 달할 전망이다.

부실 대기업이 올 하반기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경우 정부로서도 '옥석 가리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엔저 현상 등 각종악재가 겹쳐 기업 부실화를 대비해 시중 은행 등에 대손충당금을 최대한 많이 쌓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president21@yna.co.kr cindy@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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