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신청 108일만에 확정…"금융당국 책임회피도 문제"
쌍용건설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은 '내 호주머니는 털기 싫다'는 채권단의 눈치싸움 탓에 극심한 진통을 겪어야 했다.
결국 채권단은 쌍용건설의 'SOS'가 들어오고 나서도 108일 동안 시간을 끌다가'데드라인'을 가까스로 맞췄다. 이런 난맥상이 벌어진 데는 물밑에서 압박하되 전면에 나서진 않겠다는 금융당국의 어정쩡한 리더십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다"는 쌍용건설은 조만간 채권단의 긴급자금을 수혈해 정상화에 나설 계획이지만, 대규모 해외 공사 계약이 파기되는 등 이미 '피멍'이 든 상태다.
◇'나만 피해 안보면 된다'…채권단 눈치싸움 쌍용건설은 지난 2월26일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완전자본잠식 상태를벗어나지 못한 처지에서 결제 기일이 돌아오는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 직전에 몰렸기 때문이다.
한때 원만하게 이뤄지는 듯했던 워크아웃은 그러나 이내 진통이 시작됐다. 가장먼저 제기된 논란은 비협약채권자, 즉 워크아웃에 참여할 의무가 없는 자산관리공사(캠코)와 군인공제회 문제였다.
캠코는 공적자금(부실채권정리기금)이 투입된 쌍용건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부실을 키운 측면이 있는데도 기금 운영 시한이 끝나자 손을 털고 법적인 문제점을이유로 지원에 인색했다는 게 채권단의 불만이었다.
쌍용건설의 건설 사업장에 1천144억원을 대줬던 군인공제회에 대해서도 채권단은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공제회 입장에선 채권단의 요구를들어줄 이유가 없었다.
이보다 더 큰 이유는 실사 결과 쌍용건설에 투입해야 할 자금이 기존 채권액(1조3천600억원)에 맞먹는 1조원에 달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STX그룹의 자율협약에부담이 커진 채권은행들로선 선뜻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린 것이다.
일각에선 실사 결과마저 쌍용건설의 실제 부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내심 지원하기 싫었던 채권은행들에 캠코와 군인공제회를 둘러싼 논란이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격이 됐다"고 전했다.
채권은행들은 누가 먼저 지갑을 여는지 눈치만 보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다.
이처럼 워크아웃에 부정적이던 채권은행들이 극적으로 돌아선 까닭은 시공능력 13위의 쌍용건설이 쓰러지면 1천400개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이 우려되고, 경제 회복에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부담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뒷짐진 금융당국…책임 회피 지적도 금융당국은 쌍용건설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줄곧 무기력한 모습만 보였다. 예전처럼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구조조정의 방향을 뚜렷이 제시하던 추진력을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채권단은 입을 모았다.
이런 비판에 대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과거와 같이 칼 들고 존재감을 나타내는 리더십은 (발휘) 안 하겠다"고 항변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당국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조율하는 것"이라고 당국의 역할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압력은 행사하되 책임은 지기 싫은 속내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회생이 불투명한 쌍용건설 지원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가나중에 비난받을 수 있으니 한 걸음 물러나 있으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채권단 자율'이란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채권단이 전적으로 책임지라는 의미"라며 "STX그룹 자율협약을 주도한 산업은행에서 면책 요구가 나온 것도 다 이유가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권에선 워크아웃이 매번 이런 식으로 지지부진할 바에는 한시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근거를 둔 워크아웃 대신 차라리 회생절차(법정관리)로 가는 게 깔끔하다는 의견도 팽배하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이번 쌍용건설의 경우 일찌감치 법정관리로 방향을 틀었다면 기업도 덜 망가지고 채권단의 부담도 줄었을 것"이라며 "법정관리도 엄연히 기업을 되살리는 목적인데, 마치 기업이 죽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워크아웃을 사실상 주도하는 금융당국이 뒷짐을 진 사이 '사공이 많은 배(워크아웃)'는 갈피를 잡지 못했고, 차일피일 지원이 미뤄지는 통에 쌍용건설만 '골병'이들었다는 것이다.
쌍용건설은 워크아웃이 오랜 기간 지연된 탓에 대규모 해외 수주가 불발되는 등피해가 현실화했다. 채권단이 뒤늦게 지원에 나섰지만, 회사의 경쟁력은 이미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zheng@yna.co.kr ksw082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쌍용건설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은 '내 호주머니는 털기 싫다'는 채권단의 눈치싸움 탓에 극심한 진통을 겪어야 했다.
결국 채권단은 쌍용건설의 'SOS'가 들어오고 나서도 108일 동안 시간을 끌다가'데드라인'을 가까스로 맞췄다. 이런 난맥상이 벌어진 데는 물밑에서 압박하되 전면에 나서진 않겠다는 금융당국의 어정쩡한 리더십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다"는 쌍용건설은 조만간 채권단의 긴급자금을 수혈해 정상화에 나설 계획이지만, 대규모 해외 공사 계약이 파기되는 등 이미 '피멍'이 든 상태다.
◇'나만 피해 안보면 된다'…채권단 눈치싸움 쌍용건설은 지난 2월26일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완전자본잠식 상태를벗어나지 못한 처지에서 결제 기일이 돌아오는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 직전에 몰렸기 때문이다.
한때 원만하게 이뤄지는 듯했던 워크아웃은 그러나 이내 진통이 시작됐다. 가장먼저 제기된 논란은 비협약채권자, 즉 워크아웃에 참여할 의무가 없는 자산관리공사(캠코)와 군인공제회 문제였다.
캠코는 공적자금(부실채권정리기금)이 투입된 쌍용건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부실을 키운 측면이 있는데도 기금 운영 시한이 끝나자 손을 털고 법적인 문제점을이유로 지원에 인색했다는 게 채권단의 불만이었다.
쌍용건설의 건설 사업장에 1천144억원을 대줬던 군인공제회에 대해서도 채권단은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공제회 입장에선 채권단의 요구를들어줄 이유가 없었다.
이보다 더 큰 이유는 실사 결과 쌍용건설에 투입해야 할 자금이 기존 채권액(1조3천600억원)에 맞먹는 1조원에 달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STX그룹의 자율협약에부담이 커진 채권은행들로선 선뜻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린 것이다.
일각에선 실사 결과마저 쌍용건설의 실제 부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내심 지원하기 싫었던 채권은행들에 캠코와 군인공제회를 둘러싼 논란이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격이 됐다"고 전했다.
채권은행들은 누가 먼저 지갑을 여는지 눈치만 보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다.
이처럼 워크아웃에 부정적이던 채권은행들이 극적으로 돌아선 까닭은 시공능력 13위의 쌍용건설이 쓰러지면 1천400개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이 우려되고, 경제 회복에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부담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뒷짐진 금융당국…책임 회피 지적도 금융당국은 쌍용건설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줄곧 무기력한 모습만 보였다. 예전처럼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구조조정의 방향을 뚜렷이 제시하던 추진력을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채권단은 입을 모았다.
이런 비판에 대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과거와 같이 칼 들고 존재감을 나타내는 리더십은 (발휘) 안 하겠다"고 항변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당국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조율하는 것"이라고 당국의 역할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압력은 행사하되 책임은 지기 싫은 속내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회생이 불투명한 쌍용건설 지원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가나중에 비난받을 수 있으니 한 걸음 물러나 있으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채권단 자율'이란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채권단이 전적으로 책임지라는 의미"라며 "STX그룹 자율협약을 주도한 산업은행에서 면책 요구가 나온 것도 다 이유가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권에선 워크아웃이 매번 이런 식으로 지지부진할 바에는 한시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근거를 둔 워크아웃 대신 차라리 회생절차(법정관리)로 가는 게 깔끔하다는 의견도 팽배하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이번 쌍용건설의 경우 일찌감치 법정관리로 방향을 틀었다면 기업도 덜 망가지고 채권단의 부담도 줄었을 것"이라며 "법정관리도 엄연히 기업을 되살리는 목적인데, 마치 기업이 죽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워크아웃을 사실상 주도하는 금융당국이 뒷짐을 진 사이 '사공이 많은 배(워크아웃)'는 갈피를 잡지 못했고, 차일피일 지원이 미뤄지는 통에 쌍용건설만 '골병'이들었다는 것이다.
쌍용건설은 워크아웃이 오랜 기간 지연된 탓에 대규모 해외 수주가 불발되는 등피해가 현실화했다. 채권단이 뒤늦게 지원에 나섰지만, 회사의 경쟁력은 이미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zheng@yna.co.kr ksw082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