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플러도 아껴라"…'한장짜리 보고서' 주문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실패를 언급해 배경이 주목된다.
이 회장은 이팔성 전 회장 시절의 우리금융이 정부의 방침에 사실상 반대 목소리를 냈다고 지적함에 따라 '선 긋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올 법하다.
이 회장은 재임 기간에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심정으로 부실 축소와 긴축 운영에 돌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아무리 튼튼한 기업이라도 대출의 30% 이상은 받아주지 않고, 계열사가 무분별하게 스포츠 행사를 후원하는 것도 금지하기로 했다.
회장에게 보고하는 문건을 출력하는 데 컬러프린터를 쓰지 않고 핵심만 요약한'한 장짜리 보고서'를 만들도록 주문한 것도 일례로 소개했다.
◇이팔성 "정부, 속도만 매달려"…이순우 "그래서 안됐던 것" 이 회장은 우리은행장 당시의 이팔성 회장과 비교적 원만하게 관계를 유지했다.
사사건건 회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이종휘 전 행장과는 대조적이었다.
이 회장은 그러나 2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전 회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자신의 '지상과제'인 우리금융 민영화를 두고서다.
그는 "민영화 방식에 내가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과거에도 이래서 (우리금융 민영화가) 안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자기 생각이 있겠지만, 공자위가 아직 공식 발표도 안 한 상황에서 언급하는 건 민영화 프로세스에 혼선만 주고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를 3차례 시도했지만 모두 불발된 배경에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등에 업은 이 전 회장의 반대가 작용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회장의 지적대로 이 전 회장은 정부의 조속한 민영화 방침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 전 회장은 지난 14일 이임식에서 공개적으로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에서속도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이 전 회장이 퇴임 압박을 받은 것도 따지고 보면 민영화에 소극적이었던 데 따른 조치라는 해석이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 전 회장으로서는 민영화가 지연될수록 임기가 연장돼 손해 볼 게 없었다"며 "내년 말까지 임기가 정해진 이 회장은 처지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민영화를 앞둔 시점에서 이 전 회장이 추진했던 우리카드의 배구단인수는 적절치 않다고 제동을 건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우리카드 분사를 끈질기게 밀어붙여 성사시킨 이 전 회장은 농구단과 골프단에이어 배구단 창단도 추진했지만, 이 회장은 "그럴 사정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구단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수백억원이 들어갈 텐데, 우리카드에 그럴 여력이 없다"며 "체육공헌도 사정이 될 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대출 '몰방영업' 안돼…스테이플러도 아껴라" 이 회장은 민영화가 성공하려면 우리금융 계열사들의 기업가치가 높아져야 한다는 소신을 줄곧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업대출이 많은 우리은행에 대해선 부실 예방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꼽았다.
이 회장은 "STX나 쌍용건설[012650]의 부실은 '몰방 영업'이 낳은 결과"라며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대출의 30% 넘게 떠안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직원이 달려들어 신용카드를 팔고 보험상품을 팔아도 기업 부실 1건이 발생해 이익을 날려버리곤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계열사도 기업 가치를 높이면서 '짠물 경영'에 돌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한 계열사가 골프대회를 후원하겠다기에 '지금 제 정신이냐'고 혼쭐을 냈다"며 "마른 수건을 짜야 하는 마당에 말이 안 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자신에게 업무보고를 할 때도 한 장짜리 보고서에 컬러프린터는 쓰지 않도록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스테이플러(종이찍개) 한 개라도 아끼자는 메시지"라며 "전후 사정 다 아는데 무슨 별첨자료가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이 회장은 우리카드, 우리아비바생명 등을 두고 "부모가 열심히 벌어 밥을 떠먹여 줘야 간신히 숨만 쉬는 형편"이라며 "계열사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은행은 계열사 상품판매 비중이 절반을 넘을 수 없는 %룰'에 도달했지만 우리은행은 20%대에 머무르고 있다"며 우리은행을 통한 마케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zhe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실패를 언급해 배경이 주목된다.
이 회장은 이팔성 전 회장 시절의 우리금융이 정부의 방침에 사실상 반대 목소리를 냈다고 지적함에 따라 '선 긋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올 법하다.
이 회장은 재임 기간에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심정으로 부실 축소와 긴축 운영에 돌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아무리 튼튼한 기업이라도 대출의 30% 이상은 받아주지 않고, 계열사가 무분별하게 스포츠 행사를 후원하는 것도 금지하기로 했다.
회장에게 보고하는 문건을 출력하는 데 컬러프린터를 쓰지 않고 핵심만 요약한'한 장짜리 보고서'를 만들도록 주문한 것도 일례로 소개했다.
◇이팔성 "정부, 속도만 매달려"…이순우 "그래서 안됐던 것" 이 회장은 우리은행장 당시의 이팔성 회장과 비교적 원만하게 관계를 유지했다.
사사건건 회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이종휘 전 행장과는 대조적이었다.
이 회장은 그러나 2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전 회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자신의 '지상과제'인 우리금융 민영화를 두고서다.
그는 "민영화 방식에 내가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과거에도 이래서 (우리금융 민영화가) 안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자기 생각이 있겠지만, 공자위가 아직 공식 발표도 안 한 상황에서 언급하는 건 민영화 프로세스에 혼선만 주고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를 3차례 시도했지만 모두 불발된 배경에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등에 업은 이 전 회장의 반대가 작용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회장의 지적대로 이 전 회장은 정부의 조속한 민영화 방침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 전 회장은 지난 14일 이임식에서 공개적으로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에서속도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이 전 회장이 퇴임 압박을 받은 것도 따지고 보면 민영화에 소극적이었던 데 따른 조치라는 해석이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 전 회장으로서는 민영화가 지연될수록 임기가 연장돼 손해 볼 게 없었다"며 "내년 말까지 임기가 정해진 이 회장은 처지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민영화를 앞둔 시점에서 이 전 회장이 추진했던 우리카드의 배구단인수는 적절치 않다고 제동을 건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우리카드 분사를 끈질기게 밀어붙여 성사시킨 이 전 회장은 농구단과 골프단에이어 배구단 창단도 추진했지만, 이 회장은 "그럴 사정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구단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수백억원이 들어갈 텐데, 우리카드에 그럴 여력이 없다"며 "체육공헌도 사정이 될 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대출 '몰방영업' 안돼…스테이플러도 아껴라" 이 회장은 민영화가 성공하려면 우리금융 계열사들의 기업가치가 높아져야 한다는 소신을 줄곧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업대출이 많은 우리은행에 대해선 부실 예방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꼽았다.
이 회장은 "STX나 쌍용건설[012650]의 부실은 '몰방 영업'이 낳은 결과"라며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대출의 30% 넘게 떠안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직원이 달려들어 신용카드를 팔고 보험상품을 팔아도 기업 부실 1건이 발생해 이익을 날려버리곤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계열사도 기업 가치를 높이면서 '짠물 경영'에 돌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한 계열사가 골프대회를 후원하겠다기에 '지금 제 정신이냐'고 혼쭐을 냈다"며 "마른 수건을 짜야 하는 마당에 말이 안 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자신에게 업무보고를 할 때도 한 장짜리 보고서에 컬러프린터는 쓰지 않도록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스테이플러(종이찍개) 한 개라도 아끼자는 메시지"라며 "전후 사정 다 아는데 무슨 별첨자료가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이 회장은 우리카드, 우리아비바생명 등을 두고 "부모가 열심히 벌어 밥을 떠먹여 줘야 간신히 숨만 쉬는 형편"이라며 "계열사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은행은 계열사 상품판매 비중이 절반을 넘을 수 없는 %룰'에 도달했지만 우리은행은 20%대에 머무르고 있다"며 우리은행을 통한 마케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zhe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