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증권사, '금융범죄 연좌제' 적용 안받는다(종합)

입력 2013-06-23 14:43  

<<연쇄부도 등 경영상 죄질이 아주 심각할 경우 예외적으로 주식강제매각을 적용한다는 내용 추가>>제2금융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시 주식 강제매각 제외

정부가 보험이나 증권사, 카드사 등 제2금융권에는 '금융 연좌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죄질이 가벼우면 대주주에 대해 의결권 제한도 하지 않기로 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 개정에 대해 이런 내용의 정부 입장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에서도 정부 입장에 대해 이견이 거의 없어이번 임시 국회 때 개정안 통과가 가능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대 주주가 죄를 짓지 않아도 특수관계인 1명만 법을 어기면 주식 강제 매각 명령을 받는 '금융 연좌제'가 최대 관심사였는데 과도한 입법이라 생각돼 제2금융권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다만 연쇄부도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도록 선언적인 의미로 주식 강제 매각 명령 문구를 넣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보험이나 증권사를 연결 고리로 그룹 계열사들을 지배해온 재벌 오너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는 김기식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금융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들어 있다. 은행과 저축은행에만 적용하던 대주주 자격 심사를 보험, 증권사, 카드 등 모든 금융업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정거래법 등 51개 법 가운데 벌금형 이상을 받은 인물은 금융사 대주주를 맡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존 대주주가 벌금형을 받으면 6개월 이내 보유 주식을 강제로 팔아야 하며 그때까지 보유 지분의 10%만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조항도 들어 있다. 대주주 뿐만 아니라 특수 관계인이 벌금형을 받아도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이 법안에서 대주주의 범위를 최대주주뿐만 아니라 6촌 이내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액주주인 친척이 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최대 주주로부터 금융사를 빼앗는 것이 합당한지를 놓고 '금융 연좌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연좌제란 범죄인과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 책임을 묻고 처벌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032830] 최대 주주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친척이 300주를 가지고 있다고 하자. 삼성생명 지분을 가진 이 친척이 벌금형을 받으면 이건희회장과 계열사가 가진 삼성생명 지분 50%가량을 강제 매각해야 한다. 이럴 경우 삼성전자[005930]의 1대 주주인 삼성생명과 연결 고리가 끊기면서 이 회장은 삼성전자와도 멀어지게 된다.

정부는 은행, 저축은행과 달리 보험 등 제2금융권은 오너가 있는 등 특수성이있다는 점을 고려해 주식 강제 매각과 같은 과도한 규제는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죄를 지었을 경우 우선 죄질이 경미한지를 판단할 방침이다.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경미함'의 의미를 5% 미만의 특수 관계인이 회사경영과 관련 없는 일로 1년 이하 징역형에 처했을 때로 적용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이 경우 주식 강제 매각 뿐만 아니라 의결권 제한도 하지 않고 대주주로부터 개선 계획서만 받을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미한 경우에도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은 금융 시장 발전에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의결권 제한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 부실을 유발하는 등 죄질이 중하다고 판단될 때는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할 방침이다. 이 경우에도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주식 강제 매각은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선언적인 의미로 주식 강제매각 조항을 넣었는데 만일 최대주주가 연쇄부도를 일으키는 등 의결권 제한만으로 해결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경영상의 부정을 저질렀을 때는 적용할 수도 있다"면서 "제2금융권으로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확대는 혼자서 운영하는 금융투자회사 50~60개를 빼고는 모든 금융사에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president21@yna.co.kr cindy@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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