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취임한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갈등 조정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다.
국무총리실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임 회장은 전임 신동규 회장이 농협중앙회와 갈등을 겪은 것을 두고 "그런 갈등 등을 조정하는 게 내 역할이고, 그래서나를 지주사 회장 자리에 불러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무총리실장 시절 이해관계가 대립한 굵직한 현안을 조정한 경험을 언급하면서 "갈등을 해소하는 시스템과 그 결과를 수용하는 문화가 사회의 선진화 여부를 가르는 척도"라고도 했다.
임 회장은 "7개 계열사를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았다"며 "현장이 문제를 파악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문제의 정도는 서류로 보는 것과 대면으로 느끼는 건 차이가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 회장과의 일문일답.
--우리투자증권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데.
▲정부에서 (우리금융) 민영화 계획이 나온 만큼 이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 계획이 발표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구체적인 검토나 의사결정을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아니다. 3가지 판단 기준이 있다. 농협금융 전체에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줄 부가가치가 있는지, 재무 상태나 내부 정서에 부합하는지,얼마나 괜찮은 매물인지다.
외형적 지표나 언론의 분석을 보면 우투증권이 매물로서 매력은 있다. 어느 금융지주든 지주 내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 선물, 캐피털 등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지주의 시너지를 얻는데 매우 중요한 문제다. 농협금융은 은행업이 80%가량 차지해 이 비중을 낮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게 다른 금융지주사처럼 농협금융에도 필요한 일이다.
--농협카드 분사는 검토하나.
▲카드업에 별도로 전문성을 부여해 분리하는 게 추세인 것은 맞다. 농협은행도카드사를 분사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농협카드는농협은행 점포를 바탕으로 (마케팅) 기반이 탄탄하다. 지역 네트워크도 촘촘해 (다른 전업계 카드사와 경쟁을) 해볼 만하다.
다만 현재로선 분사보다는 좀 더 성장하고 내실을 다질 단계다. 농협이 고유한카드시스템을 갖춘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일단 지금도 카드사업은 내부적으로분사장 형태의 준독립기구로 운영하고 있다. 그런 노하우나 경험이 쌓이면 궁극적으로는 분사할 수 있다.
--계열사 업무보고에서 느낀 점은.
▲7개 계열사를 직접 방문해서 업무보고를 받았다. 현장에서 봐야 분위기도 파악되고, 현장을 다니는 게 문제를 파악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문제의 정도를 페이퍼(서류)로 보는 것과 대면으로 느끼는 건 차이가 있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한 1년3개월 전의 체제 변화에 계열사들이 빠르게적응하고 있다. 이제 적응하는 것을 뛰어넘어야 한다. 전문성과 자율성을 부여하되그에 상응해 경쟁 체제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
--농협의 조직문화가 배타적이지 않나.
▲와 보니까 직원 상호 간 신뢰와 유대감이 다른 기관보다 훨씬 강한 것 같다.
농협이란 커다란 우산 같은 조직에 대해 충성도가 예상보다 강하다. 이런 직원들의열정과 충심을 엮어주는 게 CEO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이런 문화 탓에 덜 공개적인, 열린 조직이 아닌 폐쇄적인 조직이 될 수 있다.
이런 약점을 보강하려고 나처럼 외부에서 수혈한 게 아니겠나. 직원들이 열린 자세로 앞선 금융지주사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전임 신동규 회장은 농협중앙회와 갈등이 컸는데.
▲전임자도 1년 안에 빨리 조직을 정착시키려는 분명한 의욕과 목표가 있었다고생각한다. 그런데 외부에서 느끼는 속도와 그 문화에 익숙한 내부에서 바라는 속도에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궁극적인 목표나 지향점은 같았지만, 속도나 차이에서생긴 갈등이 표출된 것으로 본다. 농협 안팎의 시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런 갈등 등을 정리·조율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국무총리실장 시절에도 갈등이 많은 현안을 처리했는데.
▲4대강 사업, 검·경 수사권 갈등, 제주 강정 해군기지 갈등, 학교폭력·성폭력 대책 등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을 조율하느라 진땀 뺐다. 선진화된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의 차이는 딱 하나, 갈등을 해소하는 시스템의 유무다. 선진 사회는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결정된 건 바로 당사자들이 수용한다.
우리도 선진화된 사회로 가려면 갈등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고 국가적으로해야 할 일을 빨리 진행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우리 사회가 갈등으로 치르는 비용이 연간 700조원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걸 어떻게 줄이느냐에 국가의 장래가달렸다.
--금융권 수익성이 날로 나빠지고 있다.
▲경기 자체가 침체해 있고, 저금리 상태가 오랫동안 유지돼 수익 마진이 얇아졌고, 부실로 말미암은 충당금 부담이 현재화돼 금융권 수익을 압박하고 있다. 그래서 일단 경기가 살아나야 한다. 은행이나 금융기관도 일조할 수 있다. 기업에 원활하게 자금을 지원하고, 어려울 때 우산을 빼앗지 않으면 된다.
상황이 어려운 만큼 비용 측면에서 효율화가 필요하다. 수익이 늘지 않을 때는비용을 줄여야 한다. 누가 빨리 경영을 혁신해 효율성을 높이느냐가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앞으로 있을 위험에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 어려울 때자꾸 위축되기보다는 건전성 측면에서 방어벽을 충실히 다져놓는 작업을 할 필요가있다. 지나고 보면 위기 때 공격적으로 했던 곳이 선도적인 금융기관이 됐다.
--'모피아 낙하산'이라는 논란이 일었는데.
▲우리 사회가 이제 전문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전문성도 없는 사람이 해당 기관의 위상만으로, 또는 정부에 몸담았거나 관련이 깊다는 이유로 자리를 차지하는 게 낙하산이다. 이런 기준에 해당하는 인사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게 아니라고 판단되면 어디 출신이라는 점만으로 재단하기보다는 성과를보고 판단하는 게 필요하다.
zhe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국무총리실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임 회장은 전임 신동규 회장이 농협중앙회와 갈등을 겪은 것을 두고 "그런 갈등 등을 조정하는 게 내 역할이고, 그래서나를 지주사 회장 자리에 불러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무총리실장 시절 이해관계가 대립한 굵직한 현안을 조정한 경험을 언급하면서 "갈등을 해소하는 시스템과 그 결과를 수용하는 문화가 사회의 선진화 여부를 가르는 척도"라고도 했다.
임 회장은 "7개 계열사를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았다"며 "현장이 문제를 파악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문제의 정도는 서류로 보는 것과 대면으로 느끼는 건 차이가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 회장과의 일문일답.
--우리투자증권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데.
▲정부에서 (우리금융) 민영화 계획이 나온 만큼 이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 계획이 발표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구체적인 검토나 의사결정을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아니다. 3가지 판단 기준이 있다. 농협금융 전체에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줄 부가가치가 있는지, 재무 상태나 내부 정서에 부합하는지,얼마나 괜찮은 매물인지다.
외형적 지표나 언론의 분석을 보면 우투증권이 매물로서 매력은 있다. 어느 금융지주든 지주 내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 선물, 캐피털 등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지주의 시너지를 얻는데 매우 중요한 문제다. 농협금융은 은행업이 80%가량 차지해 이 비중을 낮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게 다른 금융지주사처럼 농협금융에도 필요한 일이다.
--농협카드 분사는 검토하나.
▲카드업에 별도로 전문성을 부여해 분리하는 게 추세인 것은 맞다. 농협은행도카드사를 분사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농협카드는농협은행 점포를 바탕으로 (마케팅) 기반이 탄탄하다. 지역 네트워크도 촘촘해 (다른 전업계 카드사와 경쟁을) 해볼 만하다.
다만 현재로선 분사보다는 좀 더 성장하고 내실을 다질 단계다. 농협이 고유한카드시스템을 갖춘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일단 지금도 카드사업은 내부적으로분사장 형태의 준독립기구로 운영하고 있다. 그런 노하우나 경험이 쌓이면 궁극적으로는 분사할 수 있다.
--계열사 업무보고에서 느낀 점은.
▲7개 계열사를 직접 방문해서 업무보고를 받았다. 현장에서 봐야 분위기도 파악되고, 현장을 다니는 게 문제를 파악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문제의 정도를 페이퍼(서류)로 보는 것과 대면으로 느끼는 건 차이가 있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한 1년3개월 전의 체제 변화에 계열사들이 빠르게적응하고 있다. 이제 적응하는 것을 뛰어넘어야 한다. 전문성과 자율성을 부여하되그에 상응해 경쟁 체제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
--농협의 조직문화가 배타적이지 않나.
▲와 보니까 직원 상호 간 신뢰와 유대감이 다른 기관보다 훨씬 강한 것 같다.
농협이란 커다란 우산 같은 조직에 대해 충성도가 예상보다 강하다. 이런 직원들의열정과 충심을 엮어주는 게 CEO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이런 문화 탓에 덜 공개적인, 열린 조직이 아닌 폐쇄적인 조직이 될 수 있다.
이런 약점을 보강하려고 나처럼 외부에서 수혈한 게 아니겠나. 직원들이 열린 자세로 앞선 금융지주사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전임 신동규 회장은 농협중앙회와 갈등이 컸는데.
▲전임자도 1년 안에 빨리 조직을 정착시키려는 분명한 의욕과 목표가 있었다고생각한다. 그런데 외부에서 느끼는 속도와 그 문화에 익숙한 내부에서 바라는 속도에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궁극적인 목표나 지향점은 같았지만, 속도나 차이에서생긴 갈등이 표출된 것으로 본다. 농협 안팎의 시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런 갈등 등을 정리·조율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국무총리실장 시절에도 갈등이 많은 현안을 처리했는데.
▲4대강 사업, 검·경 수사권 갈등, 제주 강정 해군기지 갈등, 학교폭력·성폭력 대책 등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을 조율하느라 진땀 뺐다. 선진화된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의 차이는 딱 하나, 갈등을 해소하는 시스템의 유무다. 선진 사회는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결정된 건 바로 당사자들이 수용한다.
우리도 선진화된 사회로 가려면 갈등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고 국가적으로해야 할 일을 빨리 진행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우리 사회가 갈등으로 치르는 비용이 연간 700조원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걸 어떻게 줄이느냐에 국가의 장래가달렸다.
--금융권 수익성이 날로 나빠지고 있다.
▲경기 자체가 침체해 있고, 저금리 상태가 오랫동안 유지돼 수익 마진이 얇아졌고, 부실로 말미암은 충당금 부담이 현재화돼 금융권 수익을 압박하고 있다. 그래서 일단 경기가 살아나야 한다. 은행이나 금융기관도 일조할 수 있다. 기업에 원활하게 자금을 지원하고, 어려울 때 우산을 빼앗지 않으면 된다.
상황이 어려운 만큼 비용 측면에서 효율화가 필요하다. 수익이 늘지 않을 때는비용을 줄여야 한다. 누가 빨리 경영을 혁신해 효율성을 높이느냐가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앞으로 있을 위험에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 어려울 때자꾸 위축되기보다는 건전성 측면에서 방어벽을 충실히 다져놓는 작업을 할 필요가있다. 지나고 보면 위기 때 공격적으로 했던 곳이 선도적인 금융기관이 됐다.
--'모피아 낙하산'이라는 논란이 일었는데.
▲우리 사회가 이제 전문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전문성도 없는 사람이 해당 기관의 위상만으로, 또는 정부에 몸담았거나 관련이 깊다는 이유로 자리를 차지하는 게 낙하산이다. 이런 기준에 해당하는 인사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게 아니라고 판단되면 어디 출신이라는 점만으로 재단하기보다는 성과를보고 판단하는 게 필요하다.
zhe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