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보험 지원 국고 바닥…농민들 계약포기 속출

입력 2013-07-15 06:08  

3년째 예산소진…수요 증가하는데 예산은 부족

정부가 농민에게 보험료의 절반을 지원해주는농기계종합보험의 국고가 바닥나면서 장마와 태풍에 대비하고 추수를 준비해야 하는농민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농기계종합보험은 경운기, 트랙터 등 12종의 농기계 운전 중에 발생하는 인적·물적 피해를 보장하는 상품으로, 가입기간 1년 동안 정부가 보험료의 50%를 지원한다.

15일 농협손해보험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기계종합보험을 지원하는 정부예산이 지난달 27일 소진되면서 지난 11일까지 예산 지원 없이 100% 자부담으로 농기계 보험에 신규가입하거나 재계약 갱신을 한 계약건수가 60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보험료가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이어서 계약을 포기하는농민도 줄을 이었다.

농기계종합보험에 대한 정부 예산이 소진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재작년과 지난해에도 8월 중순께 국고지원금이 모두 소진되며 이후에 '울며 겨자 먹기'로 보험료를 전액 자부담하는 농민들이 속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농기계종합보험의 수요가 예년에 비해 크게 늘면서 예상보다 훨씬 빨리 예산이 부족해지자 다른 사업 부문의 예산을 전용해 문제를 해결할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태다.

1996년부터 농기계 5개 기종의 보장 판매로 시작된 농기계종합보험은 2008년 9개 기종, 2009년 12개 기종으로 잇달아 보장 범위를 확대했다. 매년 장마와 태풍에의한 피해가 커지자 농기계보험의 계약 건수는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6월까지 농기계종합보험의 가입건수가 2만5천300건인데 비해 올해는 3만1천84건으로 지난해 전체 가입건수인 3만2천882건에 육박했다. 지난해 6월 말부터국고가 소진됐던 8월 중순까지의 계약건수는 4천31건이나 된다.

이에 반해 국고지원금 배정은 2011년 43억8천600만원, 2012년 47억9천200만원에이어 올해 48억3천200만원으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농협손보 관계자는 "장마철에는 비가 많이 내려 농로 곳곳이 미끄러워지고 시야가 좁아져 농기계사고 발생률이 크게 높아진다"며 "태풍이 오면 농기계가 파손될 우려는 더 커진다"고 말했다.

특히, 장마와 태풍이 끝나면 농작물을 병충해로부터 예방하는데 많이 쓰이는 항공방제기(무인헬기), 광역방제기의 수요가 높아진다. 9∼10월 추수 기간에는 벼를베는 일과 탈곡하는 일을 한꺼번에 하는 농기계인 콤바인에 대한 보험 가입과 재계약이 폭증한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김환경산 정책국장은 "정부는 내년부터 4년간 농어업 예산을 5조 2천억원 가량 감축한다는 계획을 최근에 발표했다"며 "이상기후에 의한 농업 피해로 보험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책 당국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시급하다"고 말했다.

redfla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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