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풀리는데…돌지도 않고…자취도 감추고…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국정과제로내걸었지만 정작 올해도 지하경제는 더 확장됐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경제에서 '캐시 이코노미(Cash Economy)'가 더 커지는 경향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캐시 이코노미란 신용카드, 계좌이체가 아닌 현금으로 이뤄지는 경제활동을말한다. 일반적으로 지하경제와 매우 밀접하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1일 '캐시 이코노미의 증가 지하경제 확대의경고등'이란 보고서에서 "세수부족·재정악화·세율인상·지하경제 확대의 악순환에빠질 수 있단 점에서 캐시 이코노미 비중의 증가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더 많이 찍어내는데…더 자취 감추는 돈 조 연구위원은 올해 들어 캐시 이코노미가 확대하는 모습이 다양한 경제지표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우선, 다른 통화지표는 큰 변화가 없는데 유독 화폐발행잔액이 크게 늘고 있다.
이는 시중에 현금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말 11.7%이던 화폐발행잔액증가율은 올해 5월 말 14.9%로 3.2%포인트가 증가했다. 반면에 광의통화(M2)는 5~6%대의 안정적인 흐름을 지속중이다.
이렇게 풀린 돈은 그러나 회수가 안 된다. 올해 1~5월 한국은행의 화폐발행액과이 기간 한은으로 돌아온 화폐환수액의 비율(화폐환수율)은 76.4%에 불과했다. 이는2007~2008년도의 95%대, 5만원권이 나온 이후의 80%대에 견줘 크게 낮은 수준이다.
특히 고액권에서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1~5월 5만원권 환수율은 52.3%로 지난해의 61.7%보다 더 낮아졌다. 조 연구위원은 "화폐환수율이 낮아진다는 건 지갑,금고 등 어딘가에 고인 현금이 늘어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돈이 풀렸지만, 화폐유통속도는 계속해 떨어지고 있다. 2009년2분기 34.6배였던이 지표는 올 1분기 23.2배까지 낮아졌다.
화폐유통속도는 일정기간 한 나라 전체가 생산한 금액인 명목 GDP를 화폐량으로나눈 것이다. 화폐 한 단위가 몇 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는지를 보여준다. 즉,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를 못하는 화폐가 실물경제 성장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는 것이다.
올 들어 다른 결제수단과 다르게 카드 이용액만 큰 폭 하락한 점도 캐시 이코노미 확대의 증거다. 올해 1~4월 카드결제금액은 전년동기대비 2.7%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증가율 6.3%보다 3.6%포인트가 하락했다.
조 연구위원은 "최근 화폐발행 잔액·순발행 증가세를 고려하면 카드로 이뤄지던 지급결제 상당 부분이 현금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캐시 이코노미 확대하면 지하경제는 더 깊어져 캐시 이코노미가 확대하면 경제주체는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하게 되고, 경제 내에 필요한 현금도 많아진다. 조 연구위원은 "조세당국은 현금을 활용한 경제거래 비중이 높아질수록 기록이 남지 않아 세원을 발굴·확보하기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의 지하경제 비중은 상승 추이다. 지하경제 연구의 권위자인오스트리아의 슈나이더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지하경제 비중은 2000년 27.
5%에서 2009년 24.5%에서 낮아졌지만 2010년 24.7%로 다시 반등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이 같은 시점 20.7%(2000년)→18.3%(2009, 2010년 동일)인 점을 고려하면 국제 흐름과는 양상이 다른 셈이다.
한국의 지하경제가 확대하는 것은 자영업자가 많은 특수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영업자는 현금거래 비중이 높고 거래도 불투명해서다. 실제로 한국은 자영업 요인이 지하경제의 44.3%를 설명한다. OECD 평균(22.2%)의 두 배다.
조 연구위원은 "한국의 자영업자 수가 최근 정체상태란 점은 지하경제 비중 축소에 긍정적 요인"이라며 "그러나 캐시 이코노미 비중이 증가하면 현금 거래가 늘며자영업 부문의 거래·소득불투명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로 5년간 27조원의 세수를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도리어 세간엔 현금 선호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산가들이 현금으로 재산을 이전하려는 조짐 역시 나타난다고 우려했다.
조 연구위원은 "캐시 이코노미 확대를 방지하고 지하경제 규모를 줄이려면 국세청의 재산추적기능을 강화하고, 조세회피방지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불성실 납세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국민의 납세의식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세수확보를 위해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축소·폐지하는 것은 재검토해야한다고 봤다. 그는 "신용카드를 사용할 유인이 줄어들며 현금거래 비중이 높아지고그만큼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금 탈루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anghd@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국정과제로내걸었지만 정작 올해도 지하경제는 더 확장됐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경제에서 '캐시 이코노미(Cash Economy)'가 더 커지는 경향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캐시 이코노미란 신용카드, 계좌이체가 아닌 현금으로 이뤄지는 경제활동을말한다. 일반적으로 지하경제와 매우 밀접하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1일 '캐시 이코노미의 증가 지하경제 확대의경고등'이란 보고서에서 "세수부족·재정악화·세율인상·지하경제 확대의 악순환에빠질 수 있단 점에서 캐시 이코노미 비중의 증가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더 많이 찍어내는데…더 자취 감추는 돈 조 연구위원은 올해 들어 캐시 이코노미가 확대하는 모습이 다양한 경제지표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우선, 다른 통화지표는 큰 변화가 없는데 유독 화폐발행잔액이 크게 늘고 있다.
이는 시중에 현금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말 11.7%이던 화폐발행잔액증가율은 올해 5월 말 14.9%로 3.2%포인트가 증가했다. 반면에 광의통화(M2)는 5~6%대의 안정적인 흐름을 지속중이다.
이렇게 풀린 돈은 그러나 회수가 안 된다. 올해 1~5월 한국은행의 화폐발행액과이 기간 한은으로 돌아온 화폐환수액의 비율(화폐환수율)은 76.4%에 불과했다. 이는2007~2008년도의 95%대, 5만원권이 나온 이후의 80%대에 견줘 크게 낮은 수준이다.
특히 고액권에서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1~5월 5만원권 환수율은 52.3%로 지난해의 61.7%보다 더 낮아졌다. 조 연구위원은 "화폐환수율이 낮아진다는 건 지갑,금고 등 어딘가에 고인 현금이 늘어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돈이 풀렸지만, 화폐유통속도는 계속해 떨어지고 있다. 2009년2분기 34.6배였던이 지표는 올 1분기 23.2배까지 낮아졌다.
화폐유통속도는 일정기간 한 나라 전체가 생산한 금액인 명목 GDP를 화폐량으로나눈 것이다. 화폐 한 단위가 몇 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는지를 보여준다. 즉,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를 못하는 화폐가 실물경제 성장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는 것이다.
올 들어 다른 결제수단과 다르게 카드 이용액만 큰 폭 하락한 점도 캐시 이코노미 확대의 증거다. 올해 1~4월 카드결제금액은 전년동기대비 2.7%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증가율 6.3%보다 3.6%포인트가 하락했다.
조 연구위원은 "최근 화폐발행 잔액·순발행 증가세를 고려하면 카드로 이뤄지던 지급결제 상당 부분이 현금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캐시 이코노미 확대하면 지하경제는 더 깊어져 캐시 이코노미가 확대하면 경제주체는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하게 되고, 경제 내에 필요한 현금도 많아진다. 조 연구위원은 "조세당국은 현금을 활용한 경제거래 비중이 높아질수록 기록이 남지 않아 세원을 발굴·확보하기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의 지하경제 비중은 상승 추이다. 지하경제 연구의 권위자인오스트리아의 슈나이더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지하경제 비중은 2000년 27.
5%에서 2009년 24.5%에서 낮아졌지만 2010년 24.7%로 다시 반등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이 같은 시점 20.7%(2000년)→18.3%(2009, 2010년 동일)인 점을 고려하면 국제 흐름과는 양상이 다른 셈이다.
한국의 지하경제가 확대하는 것은 자영업자가 많은 특수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영업자는 현금거래 비중이 높고 거래도 불투명해서다. 실제로 한국은 자영업 요인이 지하경제의 44.3%를 설명한다. OECD 평균(22.2%)의 두 배다.
조 연구위원은 "한국의 자영업자 수가 최근 정체상태란 점은 지하경제 비중 축소에 긍정적 요인"이라며 "그러나 캐시 이코노미 비중이 증가하면 현금 거래가 늘며자영업 부문의 거래·소득불투명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로 5년간 27조원의 세수를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도리어 세간엔 현금 선호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산가들이 현금으로 재산을 이전하려는 조짐 역시 나타난다고 우려했다.
조 연구위원은 "캐시 이코노미 확대를 방지하고 지하경제 규모를 줄이려면 국세청의 재산추적기능을 강화하고, 조세회피방지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불성실 납세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국민의 납세의식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세수확보를 위해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축소·폐지하는 것은 재검토해야한다고 봤다. 그는 "신용카드를 사용할 유인이 줄어들며 현금거래 비중이 높아지고그만큼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금 탈루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anghd@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