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도산 막자'…기업 구조조정촉진법 3년 연장

입력 2013-07-28 06:01  

기업구조조정 원칙 강화…구조조정기금 내년말 종료

정부가 경기 불황에 따라 기업의무분별한 연쇄 도산을 막고자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을 2016년까지 연장하기로했다.

그 대신 기업구조조정에 '정치 입김'을 배제하고 원칙에 따라 엄정히 진행하기로 했으며, 기업구조조정기금은 내년 말에 종료하기로 했다.

이는 경기 불황에 따른 순익 급감으로 벼랑 끝에 몰린 은행들을 살리면서 경기민감업종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정부의 고육책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올해 말 만료 예정인 기촉법을 2016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하는데 의견을 모으고 국회 통과를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감독당국의 이런 입장은 이미 새누리당 김종훈 국회의원의 발의 법안에 반영돼 국회 정무위원회에 올라가 있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원활한 기업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아직 정부의 역할이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기촉법을 연장하기로 했다"면서 "일단 3년 연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촉법은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통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효율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2001년 제정된 이후 은행 등 금융사 채권만을 대상으로 하는 신속한 구조조정으로 조기에 부실기업을 정상화하고 협력업체 등 사회적 약자의 피해를 줄여 금융시장안정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조선, 건설, 해운 등 경기민감업종의 부실 확대로 STX조선 등이자율협약에 들어가는 등 기촉법을 통한 워크아웃이 중요성이 두드러지면서 법안 연장이 힘을 얻고 있다.

올해에만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500억원을 넘는 대기업 40개 사가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채권단과 워크아웃 약정을 맺고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는 C등급 기업만27개 사에 달한다.

이처럼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에 계속 손을 대는 대신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은 현재보다 엄격하게 할 방침이다.

그동안 지역 민심이나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해 법정관리로 가야 할 기업을 자율협약을 통해 회생시키려다 은행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올해 1분기에 순익이 반 토막 난 은행들은 STX[011810] 등의 회생 지원으로 조 단위의 추가 손실이 예상된다. 산업은행도 부실기업 지원으로 올해 1조여원의적자가 불가피할 정도다.

금융감독당국은 최근 은행들에 자율협약 기업의 채무 재조정에 대해서도 해당여신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자율협약 기업이라도 채무 재조정을 하려면 여신을 `고정 이하'로 분류하라고 한 것이다.

기업대출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 의문, 추정 손실로 나뉘는데 고정 이하부터는 부실채권에 속한다. 이러면 은행들은 최소 충담금을 기존보다 3배 이상 쌓아야하며 STX 경우만 해도 1조5천억원 넘게 추가 적립이 필요하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은행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라 이제는 원칙대로 할 수밖에 없다"며 "정치 논리를 일절 배제하고 원칙에 따라 살릴 기업은 살리고가망이 업는 기업은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캠코(자산관리공사)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권 인수, 해운 및 건설업체 지원 등에 쓰였던 기업구조조정기금을 내년 말로 정리한다.

기업구조조정기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5월에 만들어졌다. 6조2천억원을 투입해 11조4천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인수했으며, 지난 4월까지 4조5천억원을 회수하는 등 금융시장 안정에 한몫했다.

이에 따라 기업구조조정기금이 투입된 선박펀드에 선박을 판 현대상선[011200]등 해운사는 계약에 따라 내년 말까지 해당 선박을 되사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기업구조조정기금 등이 출자해 설립한 선박펀드가 인수한 선박은 33척으로 매입가만 1조599억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4천666억원이 기금에서 나갔다.

선박을 다시 사들이려면 해운사당 최소 2천억원 이상이 필요해 최근 시황 악화로 경영난에 처한 해운업계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캠코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기금 운용을 내년 말에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면서"그러나 기업 부실채권을 인수해 정리하는 역할은 계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cindy@yna.co.kr charg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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