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련한 정책금융 체계 개편안을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정부의 영향권에 놓은 공기업 대표로서 다소 이례적으로 정부 정책을 정면 비판해 금융권에 파문이 인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개편안이 정치적 고려와 부처 이기주의의 산물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결과적으로 대책의 '알맹이'는 빠지고 '원상복구'만 내놨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진 사장의 발언을 '부적절했다'고 불쾌함을 드러내면서 기존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 국회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진 사장 '작심 발언'…"경제에 도움 안돼" 정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정책금융 체계 개편안의 핵심은 산업은행과 정금공의재통합이다. 지난 정부에서 두 조직을 분리 한지 4년 만이다.
통합 대상으로 지목된 정금공의 진영욱 사장은 발표 이틀 만인 29일 정부를 향해 작심한 듯 비난 발언을 쏟아냈다.
발언의 요지는 "정부가 정책금융이 뭔지도 제대로 모르고 일을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듣기에 따라선 원색적인 비난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는 "떼었다 다시 붙여 낭비가 생겼다는 건 둘째 문제"라며 "산은과 정금공의재통합이 우리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될지 납득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수단'과 '목표'를 혼동했다고 꼬집었다. 예로 든 건 산은의소매금융 업무 축소다.
진 사장은 산은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일반 국민을 상대로 예금을 수신해서는안 된다는 정부의 논리는 '무지의 소치'라고 비하했다.
그는 "(자금조달) 수단만 갖고 정책금융인지 아닌지를 따져서는 안 된다"며 "산은의 예금 수신은 자금조달을 다양화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산은 노조도 "산은의 예수금 업무는 공공부채로 인식되는 산금채의 조달 비중을줄여 정책금융의 안정적 재원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이런 반박에 동조했다.
진 사장은 정금공에 자체 수익기반이 없다는 정부의 통폐합 논리에 대해서도 '원인 제공자'인 정부가 누워서 침을 뱉는 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자기들(금융위원회)이 그렇게 만들어 놨다"며 "산은은 우량자산, 정금공은 무수익자산을 가져가 연간 5천~6천억원씩 적자 보는 구조로 짜였다"고 설명했다.
◇"부처 알력, MB 지우기 차원 아니냐" 주장도 정금공 내부에선 정부의 이번 개편안에 '정치적 고려'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주장이 나온다.
새 정부 들어 'MB(이명박 전 대통령) 흔적 지우기' 차원에서 전 정부의 산물인정금공을 없애고, 이 전 대통령의 공약인 산은 민영화를 백지화했다는 것이다.
산은의 '다이렉트 예금'을 사실상 폐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 상품은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만들었다.
앞서 감사원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산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다이렉트 예금을 '역마진 상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개편안의 최대 수혜자는 산은과 수출입은행으로 평가된다. 수은과의 통합까지 거론됐다가 기능 조정에 그친 무역보험공사도 나름대로 혜택을 봤다.
진 사장은 "개편으로 산은과 수은이 수혜자가 됐고 무보는 약간 충격을 받은 정도"라고 말했다.
정금공의 우량 해외자산 2조원을 가져가는 수은은 부실 우려를 털어낼 수 있게됐다. 수은은 기획재정부 산하의 유일한 금융기관이다.
정금공 관계자는 "무보와 수은의 통합도 거론됐으나, 무보를 관할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이런 졸속 개편안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진 사장은 기존의 기업 부실에다 정금공에 넘겼던 부실자산을 다시 가져가는 산은과 건전성 비율이 급락한 수은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들 대형 금융기관에 재정을 쏟아 자본금을 채워주는 게 효율적인 자금배분인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불쾌한 금융위 "입장 고수"…입법 진통 예고 정부는 진 사장의 거침없는 비난 발언에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통폐합 대상기관으로서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런 건(진 사장의 발언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산은 민영화의 동력이 약화했고, 상황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입장은 여전하다"고 반박했다.
수요자 입장에서 정책금융 체계를 개편하다 보니 정금공에 분산·중복된 정책금융 기능을 산은으로 합치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것이다.
금융위의 다른 관계자는 "정금공은 산은 민영화를 전제로 만든 조직"이라며 "민영화 동력이 떨어졌다면 정금공을 다시 합치는 게 이치에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 구조조정이 상업금융이라는 진 사장의 말도 맞지만, 철저히 상업금융에만 맡길 수 없다"며 "정금공은 설립 취지에서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융위의 설명에도 숱한 논란을 낳은 이번 정책금융 개편안은 국회 입법과정에서 상당 부분 고쳐지거나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치적 고려' 논란을 고리로 야당이 반대할 공산이 큰 데다 여당 일각에서도회의적인 기류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은 지난 27일 "당장 (정책금융개편) 정부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하기 어렵다"며 "국회 논의과정에서 많이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서병수 새누리당 의원도 최근 "시장 상황에 변화가 없는데도 일부가 (산은 민영화 중단) 결론을 내리고 명분과 논리를 만드는 것은 어처구니없다"고 비판했다.
zheng@yna.co.kr cindy@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정부의 영향권에 놓은 공기업 대표로서 다소 이례적으로 정부 정책을 정면 비판해 금융권에 파문이 인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개편안이 정치적 고려와 부처 이기주의의 산물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결과적으로 대책의 '알맹이'는 빠지고 '원상복구'만 내놨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진 사장의 발언을 '부적절했다'고 불쾌함을 드러내면서 기존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 국회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진 사장 '작심 발언'…"경제에 도움 안돼" 정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정책금융 체계 개편안의 핵심은 산업은행과 정금공의재통합이다. 지난 정부에서 두 조직을 분리 한지 4년 만이다.
통합 대상으로 지목된 정금공의 진영욱 사장은 발표 이틀 만인 29일 정부를 향해 작심한 듯 비난 발언을 쏟아냈다.
발언의 요지는 "정부가 정책금융이 뭔지도 제대로 모르고 일을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듣기에 따라선 원색적인 비난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는 "떼었다 다시 붙여 낭비가 생겼다는 건 둘째 문제"라며 "산은과 정금공의재통합이 우리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될지 납득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수단'과 '목표'를 혼동했다고 꼬집었다. 예로 든 건 산은의소매금융 업무 축소다.
진 사장은 산은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일반 국민을 상대로 예금을 수신해서는안 된다는 정부의 논리는 '무지의 소치'라고 비하했다.
그는 "(자금조달) 수단만 갖고 정책금융인지 아닌지를 따져서는 안 된다"며 "산은의 예금 수신은 자금조달을 다양화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산은 노조도 "산은의 예수금 업무는 공공부채로 인식되는 산금채의 조달 비중을줄여 정책금융의 안정적 재원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이런 반박에 동조했다.
진 사장은 정금공에 자체 수익기반이 없다는 정부의 통폐합 논리에 대해서도 '원인 제공자'인 정부가 누워서 침을 뱉는 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자기들(금융위원회)이 그렇게 만들어 놨다"며 "산은은 우량자산, 정금공은 무수익자산을 가져가 연간 5천~6천억원씩 적자 보는 구조로 짜였다"고 설명했다.
◇"부처 알력, MB 지우기 차원 아니냐" 주장도 정금공 내부에선 정부의 이번 개편안에 '정치적 고려'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주장이 나온다.
새 정부 들어 'MB(이명박 전 대통령) 흔적 지우기' 차원에서 전 정부의 산물인정금공을 없애고, 이 전 대통령의 공약인 산은 민영화를 백지화했다는 것이다.
산은의 '다이렉트 예금'을 사실상 폐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 상품은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만들었다.
앞서 감사원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산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다이렉트 예금을 '역마진 상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개편안의 최대 수혜자는 산은과 수출입은행으로 평가된다. 수은과의 통합까지 거론됐다가 기능 조정에 그친 무역보험공사도 나름대로 혜택을 봤다.
진 사장은 "개편으로 산은과 수은이 수혜자가 됐고 무보는 약간 충격을 받은 정도"라고 말했다.
정금공의 우량 해외자산 2조원을 가져가는 수은은 부실 우려를 털어낼 수 있게됐다. 수은은 기획재정부 산하의 유일한 금융기관이다.
정금공 관계자는 "무보와 수은의 통합도 거론됐으나, 무보를 관할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이런 졸속 개편안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진 사장은 기존의 기업 부실에다 정금공에 넘겼던 부실자산을 다시 가져가는 산은과 건전성 비율이 급락한 수은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들 대형 금융기관에 재정을 쏟아 자본금을 채워주는 게 효율적인 자금배분인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불쾌한 금융위 "입장 고수"…입법 진통 예고 정부는 진 사장의 거침없는 비난 발언에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통폐합 대상기관으로서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런 건(진 사장의 발언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산은 민영화의 동력이 약화했고, 상황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입장은 여전하다"고 반박했다.
수요자 입장에서 정책금융 체계를 개편하다 보니 정금공에 분산·중복된 정책금융 기능을 산은으로 합치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것이다.
금융위의 다른 관계자는 "정금공은 산은 민영화를 전제로 만든 조직"이라며 "민영화 동력이 떨어졌다면 정금공을 다시 합치는 게 이치에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 구조조정이 상업금융이라는 진 사장의 말도 맞지만, 철저히 상업금융에만 맡길 수 없다"며 "정금공은 설립 취지에서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융위의 설명에도 숱한 논란을 낳은 이번 정책금융 개편안은 국회 입법과정에서 상당 부분 고쳐지거나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치적 고려' 논란을 고리로 야당이 반대할 공산이 큰 데다 여당 일각에서도회의적인 기류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은 지난 27일 "당장 (정책금융개편) 정부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하기 어렵다"며 "국회 논의과정에서 많이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서병수 새누리당 의원도 최근 "시장 상황에 변화가 없는데도 일부가 (산은 민영화 중단) 결론을 내리고 명분과 논리를 만드는 것은 어처구니없다"고 비판했다.
zheng@yna.co.kr cindy@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