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량스 10년> 은행, '꺾기'에 악용…보험설계사도 타격

입력 2013-09-02 06:01  

방카슈랑스는 10년간 은행의 우월적 지위 구조를 공고히 하며 금융산업 선진화와 소비자 편익 증진이라는 도입 취지에 부합하지못했다는 평가가 대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종합검사에서 신한생명이 한국스탠다드차타드(옛 SC제일)은행의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일부 은행원에게 자사 상품의 판매촉진 명목으로 상품권을 건넨 정황을 포착했다.

2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신한생명과 1천만원 이상의 금품수수 혐의가 있는 은행원을 추려 검찰에 고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카슈랑스가 도입된 이후 은행업무를 보는 동시에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고객의비율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은행은 2003년부터 10년간 보험사와의 관계에서 확고한 우월적 지위를 다져갔다. 지난해 금융권별 보험상품 판매 금액은 은행이 16조6천476억원으로 전체 판매채널 가운데 70.5%를 차지한다.

이처럼 은행의 우월적 지위 구조는 신한생명의 사례에서 보듯 보험업계의 과잉경쟁을 낳으며 금융산업의 건전한 균형발전에 부담을 주고 있다.

더구나 은행은 최근 저금리 기조에 따른 예대마진 축소로 이자수익 증가가 둔화하자 방카슈랑스 수수료와 같은 비이자수익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은행의 방카 수수료 증가율은 2009년을 제외하고 매년 두 자리수 증가율을 나타내면서 은행 수입수수료에서 방카슈랑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웃돌고 있다.

대형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은행이 높은 판매수수료를 요구하면서 보험사가 고객에게 다양하고 저렴한 보험상품을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형편이 넉넉지 못한 설계사와 보험대리점의 상품 판매 비중은 하루가다르게 떨어지며 방카슈랑스가 '경제 민주화'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험대리점협회의 한 관계자는 "매년 수조원의 이익을 내며 수억원의 연봉과 성과급 잔치를 하는 은행이 실질급여 200만원 이하의 보험대리점과 보험설계사의 삶의터전을 넘보는 일은 은행의 사회적 책임에 반한다"고 말했다.

방카슈랑스에 대한 은행의 우월적 지위에 따른 폐해는 금융소비자에게까지 전가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올해 보험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대출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보험가입을 요구받는 이른바 '꺾기'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23.3%나 됐다.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가입으로 기존 예·적금 중도해지 특별이율 적용 등의특별이익을 받았다는 응답도 16.3%로 나타났다.

국회와 정부는 방카 시행 초기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대형 금융사가 보험사 4개사 이상과 제휴계약 체결을 의무화해 같은 보험사의 상품을 전체 판매의 25%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금융권 안팎에서 방카슈랑스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2008년 4월부터 허용하기로 했던 개인 보장성보험과 자동차 보험에 대한 방카슈랑스 판매 허용을 철회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의 지위 남용을 방지하고 공정경쟁을 유도하기 위한감독당국의 역할이 더 커질 필요가 있다"며 "보험사와 독립법인대리점 설계사를 배려하고 적발이 쉽지 않은 구속성 보험계약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dfla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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