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양적완화 축소로 예상되는 경기 시나리오는>

입력 2013-09-08 06:00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세계 경제에 장기적으로 약이 될 수 있지만, 독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불확실성이 양적완화 축소 예고만으로도 일부 신흥국의 금융시장을 불안에떨게 하는 것이다.

양적완화는 리먼 사태 후 극한 경제 위기를 맞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선택한 통화정책이다. 기준금리가 0%대여서 통화 당국이 금리를 더는 낮추기어려운 이른바 '제로(0) 금리' 시대에서 취한 비전통적인 정책이다.

쉽게 얘기하면 달러화를 찍어내 금융기관을 통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뿌려진 돈은 시장 금리를 낮춰 빚이 있는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고 주가를 떠받치는 등 일부 효과를 냈다. 그러나 투자 등 실물 경제 수요의 '그릇'을 넘는 유동성은 흘러넘쳐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높은 신흥국으로 흘러갔다.

결국, 양적완화 축소는 이런 비정상적인 상태를 바로 잡아가는 과정이다. 과도한 유동성은 인플레이션, 자산 버블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준은 실업률 등 경기 지표를 보면서 사전에 경기 과열을 막고자 이른바 출구전략에 나서는 것이다.

문제는 출구전략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축소→금리 상승→소비 제약과 기업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이다.

전문가들은 연준도 충격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건은 양적완화 축소의 규모와 속도다. 주식시장에 작은 파문을 일으킬지, 세계 경제에 제한적인 영향을 줄지 또는 큰 충격을 줄지가 미국 연준의 손에 달린 셈이다.

일단 국제 금융가에서는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작위원회(FOMC)가 양적완화축소를 결정하면 내년 6월까지 양적완화는 끝내고서 2015년 중반에나 기준 금리를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점진적인 출구전략을 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양적완화 축소의 충격이 예상외로 크지 않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벤버냉키 의장이 출구전략을 시사한 지난 5월 이후 금융시장에 이미 그 충격이 상당부분 선반영됐기 때문이다.

임 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적완화 축소는 기본적으로 미국 경기가 회복세라는 긍정적인 신호"라면서 "금융불안이 전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단언했다.

특히 한국은 최근 원화가 평가절상될 정도로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된 상황인 만큼 충격이 주식, 외환시장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다가 소멸하리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임 연구위원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이 한국은 시장이 쉬는 추석연휴 초여서 시장 충격도 거의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양적완화 축소는 이미 금융불안 현상을 보이는 인도나 인도네시아처럼펀더멘털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에서는 자본 유출을 추가로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해당국 통화의 평가절하, 금리 상승 등으로 이어지면서 실물 경제를 위축시킨다.

그동안 흘러넘친 달러화 유동성은 신흥국에서 가계와 기업 대출의 증가도 초래했기 때문에 반대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한국의 전체 수출 가운데 신흥국 비중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주목되는 대목이다. 중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만 쳐도 40여%의 비중이고남미 등 기준을 넓히면 70% 수준에 달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신흥국 경제 전반에 부작용이 크게 나타나면 한국경제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출구전략이 점진적이고 유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대규모 외자 유출까지는 아니지만, 일부 자본 유출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불안이 커지다 보면 한국에서도 자금이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국제 금리의 상승이 본격화하면 국내 금리도 영향을 받아 가계 소비를제약하고 기업 부실을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미국도 신흥국 전반이 흔들리면 자국에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는 만큼 다른 나라의 상황을 봐가면서 출구전략을 펼 것"이라며 "그러나 신흥국 위기가 한국에 전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연준이 과거에도 적기 대응 등 측면에서 여러 차례 오판했다는 점에서 이런 우려는 아주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대표적으로 연준이 2000∼2003년 기준금리 목표치를 6.5%에서 1.0%로 낮추면서저금리 정책을 편 사례를 들 수 있다. 이때 형성된 주택시장의 버블은 연준이 2004년부터 금리를 인상하면서 급속하게 터졌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이어졌다는비판을 받았다.

yks@yna.co.kr evan@yna.co.kr president21@yna.co.kr speed@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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