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회장 사임…STX그룹 구조조정 탄력받나>

입력 2013-09-09 16:46  

채권단, 부담덜고 명분얻어…박동혁 대표 리더십 의문도

강덕수 회장의 STX조선해양 대표 사임으로 STX그룹 구조조정은 일단 탄력을 받을 것으로 채권단은 보고 있다.

강 회장이 경영 실패와 채권자·투자자에 끼친 손실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채권단의 방침이 관철됐기 때문이다. 이는 채권단의 추가 지원에도 어느 정도 명분을 제공하는 요소다.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채권단과의 협력 관계만 따져봐도 강 회장 후임으로 새로 대표에 선임된 박동혁 대우조선해양[042660] 부사장이 한결 수월할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STX조선 임직원들이 신임 박 대표를 얼마나 잘 믿고 따를지 의문이라는지적도 나온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서둘러 강 회장의 흔적을 지워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다른 채권은행은 산은이 너무 드라이브를 강하게 건다는 견해도 보여 채권단 내 진통도 우려된다.

◇강 회장 사임으로 부담 던 채권단 강 회장을 중심으로 회사를 다시 살려보겠다는 STX 그룹의 희망 섞인 분위기와달리, 채권단에선 주요 계열사에서 강 회장이 물러나야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견해가 많았다.

이런 기류는 특히 STX 지원으로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된 산은과 농협은행 등을중심으로 거셌다.

STX 관련 부실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나란히 적자를 낸 산은과 농협은행으로선 강 회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면피'는 물론 추가 지원에 대한 명분도 서기때문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산은이 STX 때문에 받은 타격은 현재까지 드러난 게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마저 나온다"며 "당분간 산은이 이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배경에서 9일 STX조선 이사회가 강 회장 교체를 만장일치로 의결함에 따라채권단은 추가 지원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평가다. 채권단이 올해부터 내년까지 STX조선에 쏟아부어야 하는 돈은 3조원에 이른다.

향후 사업구조 개편이나 인력 감축 등을 놓고 긴밀히 협의해야 하는 산은과 STX조선의 관계도 한결 수월하게 풀릴 수 있다. 산은이 주도해 강 회장을 몰아낸 배경에는 구조조정을 놓고 강 회장과 자주 의견 충돌을 빚은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소문도 돈다.

강 회장으로선 자신의 손으로 일으킨 그룹의 경영권을 어떻게든 유지하려 했을테고, 당국의 압박을 직접적으로 받는 산은으로선 채권단을 설득해 지원을 끌어내야하는 마당에 강 회장의 존재가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강 회장의 후임으로 산은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우조선의 임원이 임명된 것도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으로선 마음에 들지 않던 강 회장을 몰아내고 '말을잘 듣는' 박 부사장을 STX조선 대표에 앉힌 만큼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말했다.

◇구조조정 속도낼까…변수도 많아 당장 강 회장은 STX조선뿐 아니라 자율협약으로 분류된 STX중공업과 STX엔진 등다른 계열사의 경영에서도 손을 떼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공업·엔진이 조선과 사업상 밀접하게 연관된 계열사라는 점에서 모든 계열사에서 강 회장을 몰아내고 조선 사업 부문을 채권단 주도 아래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다른 계열사 문제는) 채권단과 공식적으로 논의해봐야 한다"며"주채권은행이라고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고 이와 관련한 언급을 삼갔다.

다만, STX 구조조정이 산은의 의도대로 흘러가 원만하게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아직 장담할 수 없다.

먼저 STX조선을 이끌게 된 박 신임 대표가 직원들과 화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가 몸담았던 대우조선은 그동안 STX조선과 관계가 매끄럽지 않았다는 얘기도 돈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그동안 대우조선 인사들이 STX조선을 두고 '저가 수주로 업계의 물을 다 흐려놓고 다녔다'고 험담을 하곤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STX조선 임직원들이 박 대표를 얼마나 잘 따를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강 회장의 그룹 지배에 핵심인 포스텍의 구조조정도 변수다. 포스텍은 STX 구조조정의 큰 틀에서 보면 작은 부분이지만, 강 회장이 87%의 지분으로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고리라는 점에서 단순히 회사의 규모만 놓고 볼 수는 없다.

현재까지 행보로 미뤄 강 회장을 완전히 몰아내려 하는 산은으로선 포스텍을 지원하는 게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산은은 포스텍의 자율협약이 통과되면 계열사, 특히 STX조선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포스텍에 계열사의 거래 물량을 주지 않겠다고 벼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관계자는 "포스텍은 강 회장 개인회사"라며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스텍의 주채권은행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으로선 산은이 '거래 단절'을 강행할 경우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계열사 거래가 끊기면 매출의 절반 이상이 날아가는 포스텍은 계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아진다.

zhe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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