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전문가들은 26일 발표된 박근혜 정부의 첫 예산안을 두고 낙관적 전망을 바탕에 뒀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 확대'라는 박 대통령의 약속을 지키려다 보니 재정적자를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교수 "증세없이 균형재정 불가능" 2013년 예산안 때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로 잡아놨다. (그러나 올해 성장률은 2%대로 예상된다.) 당시 정부가 균형예산을 맞추려다 보니 과도한 세수 추계를했다. 내년 예산안의 바탕이 된 성장률 전망 3.9%가 실현되면 좋긴 할 텐데, 세계경제의 회복이 더딘 상태에서 다소 높게 전망한 것이 아닌가 한다.
적극적인 증세 노력을 안 하니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8%로추계가 나왔다. 전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하지만, 지하경제 양성화만으로 재원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박 대통령은 법인세를올리지 않는 게 소신이라고 했지만, 법인세율 조정은 협상의 대상이지 선을 그어놓을 성질은 아니다.
증세 없이 2017년 균형재정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베이비붐 세대'의 소비가 급감하고 장기 저성장 국면에 빠져들 것이라는 전망이 학계에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제시한 135조원 규모의 복지 공약을 이행하면 재정지출 요인이 많아진다. 후속적인 과세 발굴 노력 없이 이 재원을 조달하는 건 쉽지 않다.
◇ 김유찬 홍익대 경영학교수 "성장률 전망 비현실적" 정부 예상대로 내년 성장률이 3.9%는 안 될 것 같다. 정부로선 비관적으로 보는것 자체가 시장에 나쁜 신호를 주는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전망치가 비현실적이라는 점은 비판의 소지가 있다.
현재 한국의 정부부채는 절대 규모는 나쁘지 않지만, 늘어나는 속도가 제법 가파르다. 정부부채가 500조원이 넘으면 좋지 않은 신호임은 분명하다. 균형재정 역시2017년에도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복지공약을 이행하려면 세금을 더 거두는 게 맞다. 남유럽 경제위기를예로 들어 '복지 하면 망한다'는 얘기도 하지만, 전혀 현실과 맞지 않다. 스웨덴과독일은 복지 수준만큼 세금을 충분히 걷는다. 걷은 세금만큼 내수로 이어진다.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는 복지수준보다 세금을 덜 걷었다.
한국은 '기업이 망한다'는 이유로 이걸 못해왔다. 세금 정말 많이 걷으면 기업망하겠지만, 현재는 그 정도 수준이 아니다. 한국 경제가 수출에만 의존해야 할 때는 지났다. 든든한 중산층의 소비력을 바탕에 둔 내수 시장을 키워야 하며, 이를 위해선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 김성태 KDI 연구위원 "세출 빡빡하게 심의해야" 성장률 전망치가 여전히 조금 높은 건 사실이다. 경상 성장률을 6.5%로 봤는데,KDI가 보기에 6% 달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리재정수지가 추가경정예산보다 안 좋아지는 건데, 현실적으로 하다 보니 정부가 솔직해졌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다만, 세입 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국회가 예산심의 과정에서 세출을 좀 더 빡빡하게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의 재원 배분이 일자리와 복지 쪽에 많이 가는 것은 선거를 통해 (민의가)증명됐으니 그 방향으로 하는 게 맞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예상보다 덜 줄어든 느낌이다. 다만, SOC 관련 세출 조정이나 예산 삭감의 여지는 있어 보인다. 2008년 하반기부터 추경 등으로 SOC 예산 배정을 늘려왔다. 그동안 SOC 투자를 많이 했으니, 내년에는 줄이는 게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 이태환 삼성硏 수석연구원 "재정적자 걱정" 관리재정수지가 적자로 가는 게 걱정스럽다. 재정건전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가 위기 상황에 대응한 경기부양에 따른 적자가 아니라 정부의 지출 방식이 달라져서 나타나는 적자라는 점에서다. 복지지출을 더 늘리느라 SOC를 줄인 건우선순위가 뒤집혔다.
정부는 복지 공약을 최대한 맞추려는 것 같다. GDP 대비 재정적자가 -1.8%면 재정건전성보다 공약 이행을 더 염두에 둔 것으로 봐야 한다. 재정건전성이 문제가 된다면 방향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가 유기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라고 본다. 복지 수요를 들어주자면 재정건전성이 문제가 되고,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면 공약을 안 지켰다는 얘기가 나오는 딜레마다.
3.9%의 성장률 전망치는 특별히 낙관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전망한 것도 비슷한 수준이고, 최근 주요 투자은행(IB)들도 내년에 3.7%는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지 않았나.
◇ 이근태 LG硏 연구위원 "증세 없으면 복지 속도조절" 내년도 4% 성장이 불가능하진 않다. 과도한 목표는 아니다. 다만, 세계적으로재정건전성과 국가부채 규모가 주목받는 점을 좀 더 염두에 둬야 했다. 세계 경제의흐름이 여전히 불확실하고 개발도상국 위기 우려가 여전해 한국 경제의 리스크가 크다. 이를 고려하면 재정적자가 예상보다 더 많아질 수 있다. 재정적자는 특성상 한번 늘어나면 좀처럼 줄이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국가부채가 쌓이면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준다.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빡빡하게 예산을 짜야 했다.
우리나라의 복지 수요는 계속 늘어난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복지 예산을 늘리는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경제 성장 수준도 한 단계 하락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성장 속도와 복지지출 증가 속도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복지 정책을 한꺼번에 100% 시행하기보다는 속도 조절을 할 수밖에 없다. 기초노령연금 수혜규모 축소는 이런 측면에서 예견됐던 것이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본다.
박 대통령의 공약대로 증세 없는 복지가 실현되려면 속도 조절이 필수다. 복지지출의 속도를 늦추면 세율 조정 없이도 공약을 달성할 수 있다. 다만 복지 지출에대한 요구에 못 이겨 속도를 빨리하면 어렵다. 지하경제 양성화로 세수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 이준협 현대硏 연구위원 "재정적자 급증 우려 크다" 경기 회복 지연으로 재정수입은 정체된 가운데 기초노령연금 등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지출이 급증하면서 재정적자가 무려 25조9천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마저도 성장률이 3.9%라는 낙관적인 전망에 기초하고 있다. 실제 재정적자는 더욱 커지고 재정건전성이 악화할 우려가 크다. 경제위기 상황도 아닌데 2년연속 재정적자가 급증하는 것은 재정건전성에 불길한 징조다.
공약가계부 실패는 복지지출 감소에 따른 위기가 아니라 재원조달 실패에 따른위기다. 정부는 지난 5월 발표한 공약가계부에서 기초연금, 무상보육, 4대 중증질환지원 등의 국정과제 실천을 위해 2014년에 17조원을 더 걷어 15조원을 더 쓰겠다고발표했다. 하지만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 감면 축소 등의 재원조달 방안이 난관에봉착해 재정수입 확대에 실패하면서 공약 후퇴에 대한 비판과 재정적자에 대한 비판에 동시에 직면했다.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를 맞아 '세금과 복지'에 대한 국가 차원의 비전을 제시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현재의 '저복지-저세금 시스템'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북유럽 같은 '고복지-고세금 시스템'이나 '중복지-중세금 시스템'으로이행할 것인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물론 조세형평성과 재정효율성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
zhe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특히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 확대'라는 박 대통령의 약속을 지키려다 보니 재정적자를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교수 "증세없이 균형재정 불가능" 2013년 예산안 때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로 잡아놨다. (그러나 올해 성장률은 2%대로 예상된다.) 당시 정부가 균형예산을 맞추려다 보니 과도한 세수 추계를했다. 내년 예산안의 바탕이 된 성장률 전망 3.9%가 실현되면 좋긴 할 텐데, 세계경제의 회복이 더딘 상태에서 다소 높게 전망한 것이 아닌가 한다.
적극적인 증세 노력을 안 하니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8%로추계가 나왔다. 전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하지만, 지하경제 양성화만으로 재원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박 대통령은 법인세를올리지 않는 게 소신이라고 했지만, 법인세율 조정은 협상의 대상이지 선을 그어놓을 성질은 아니다.
증세 없이 2017년 균형재정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베이비붐 세대'의 소비가 급감하고 장기 저성장 국면에 빠져들 것이라는 전망이 학계에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제시한 135조원 규모의 복지 공약을 이행하면 재정지출 요인이 많아진다. 후속적인 과세 발굴 노력 없이 이 재원을 조달하는 건 쉽지 않다.
◇ 김유찬 홍익대 경영학교수 "성장률 전망 비현실적" 정부 예상대로 내년 성장률이 3.9%는 안 될 것 같다. 정부로선 비관적으로 보는것 자체가 시장에 나쁜 신호를 주는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전망치가 비현실적이라는 점은 비판의 소지가 있다.
현재 한국의 정부부채는 절대 규모는 나쁘지 않지만, 늘어나는 속도가 제법 가파르다. 정부부채가 500조원이 넘으면 좋지 않은 신호임은 분명하다. 균형재정 역시2017년에도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복지공약을 이행하려면 세금을 더 거두는 게 맞다. 남유럽 경제위기를예로 들어 '복지 하면 망한다'는 얘기도 하지만, 전혀 현실과 맞지 않다. 스웨덴과독일은 복지 수준만큼 세금을 충분히 걷는다. 걷은 세금만큼 내수로 이어진다.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는 복지수준보다 세금을 덜 걷었다.
한국은 '기업이 망한다'는 이유로 이걸 못해왔다. 세금 정말 많이 걷으면 기업망하겠지만, 현재는 그 정도 수준이 아니다. 한국 경제가 수출에만 의존해야 할 때는 지났다. 든든한 중산층의 소비력을 바탕에 둔 내수 시장을 키워야 하며, 이를 위해선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 김성태 KDI 연구위원 "세출 빡빡하게 심의해야" 성장률 전망치가 여전히 조금 높은 건 사실이다. 경상 성장률을 6.5%로 봤는데,KDI가 보기에 6% 달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리재정수지가 추가경정예산보다 안 좋아지는 건데, 현실적으로 하다 보니 정부가 솔직해졌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다만, 세입 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국회가 예산심의 과정에서 세출을 좀 더 빡빡하게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의 재원 배분이 일자리와 복지 쪽에 많이 가는 것은 선거를 통해 (민의가)증명됐으니 그 방향으로 하는 게 맞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예상보다 덜 줄어든 느낌이다. 다만, SOC 관련 세출 조정이나 예산 삭감의 여지는 있어 보인다. 2008년 하반기부터 추경 등으로 SOC 예산 배정을 늘려왔다. 그동안 SOC 투자를 많이 했으니, 내년에는 줄이는 게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 이태환 삼성硏 수석연구원 "재정적자 걱정" 관리재정수지가 적자로 가는 게 걱정스럽다. 재정건전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가 위기 상황에 대응한 경기부양에 따른 적자가 아니라 정부의 지출 방식이 달라져서 나타나는 적자라는 점에서다. 복지지출을 더 늘리느라 SOC를 줄인 건우선순위가 뒤집혔다.
정부는 복지 공약을 최대한 맞추려는 것 같다. GDP 대비 재정적자가 -1.8%면 재정건전성보다 공약 이행을 더 염두에 둔 것으로 봐야 한다. 재정건전성이 문제가 된다면 방향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가 유기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라고 본다. 복지 수요를 들어주자면 재정건전성이 문제가 되고,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면 공약을 안 지켰다는 얘기가 나오는 딜레마다.
3.9%의 성장률 전망치는 특별히 낙관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전망한 것도 비슷한 수준이고, 최근 주요 투자은행(IB)들도 내년에 3.7%는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지 않았나.
◇ 이근태 LG硏 연구위원 "증세 없으면 복지 속도조절" 내년도 4% 성장이 불가능하진 않다. 과도한 목표는 아니다. 다만, 세계적으로재정건전성과 국가부채 규모가 주목받는 점을 좀 더 염두에 둬야 했다. 세계 경제의흐름이 여전히 불확실하고 개발도상국 위기 우려가 여전해 한국 경제의 리스크가 크다. 이를 고려하면 재정적자가 예상보다 더 많아질 수 있다. 재정적자는 특성상 한번 늘어나면 좀처럼 줄이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국가부채가 쌓이면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준다.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빡빡하게 예산을 짜야 했다.
우리나라의 복지 수요는 계속 늘어난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복지 예산을 늘리는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경제 성장 수준도 한 단계 하락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성장 속도와 복지지출 증가 속도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복지 정책을 한꺼번에 100% 시행하기보다는 속도 조절을 할 수밖에 없다. 기초노령연금 수혜규모 축소는 이런 측면에서 예견됐던 것이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본다.
박 대통령의 공약대로 증세 없는 복지가 실현되려면 속도 조절이 필수다. 복지지출의 속도를 늦추면 세율 조정 없이도 공약을 달성할 수 있다. 다만 복지 지출에대한 요구에 못 이겨 속도를 빨리하면 어렵다. 지하경제 양성화로 세수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 이준협 현대硏 연구위원 "재정적자 급증 우려 크다" 경기 회복 지연으로 재정수입은 정체된 가운데 기초노령연금 등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지출이 급증하면서 재정적자가 무려 25조9천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마저도 성장률이 3.9%라는 낙관적인 전망에 기초하고 있다. 실제 재정적자는 더욱 커지고 재정건전성이 악화할 우려가 크다. 경제위기 상황도 아닌데 2년연속 재정적자가 급증하는 것은 재정건전성에 불길한 징조다.
공약가계부 실패는 복지지출 감소에 따른 위기가 아니라 재원조달 실패에 따른위기다. 정부는 지난 5월 발표한 공약가계부에서 기초연금, 무상보육, 4대 중증질환지원 등의 국정과제 실천을 위해 2014년에 17조원을 더 걷어 15조원을 더 쓰겠다고발표했다. 하지만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 감면 축소 등의 재원조달 방안이 난관에봉착해 재정수입 확대에 실패하면서 공약 후퇴에 대한 비판과 재정적자에 대한 비판에 동시에 직면했다.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를 맞아 '세금과 복지'에 대한 국가 차원의 비전을 제시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현재의 '저복지-저세금 시스템'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북유럽 같은 '고복지-고세금 시스템'이나 '중복지-중세금 시스템'으로이행할 것인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물론 조세형평성과 재정효율성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
zhe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