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팔아 부채 줄여라"…정부 공공기관 2차 압박>(종합2보)

입력 2013-12-24 22:58  

<<코레일 해명 추가>>철도公 "인력운용 효율화해 인력 자체충당하겠다"마사회 "직원 대학생자녀에 장학금 지급 안하겠다"

내년부터 과다한 부채로 몸살을앓는 주요 공공기관들이 자산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부채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며 알짜 자산부터 팔라고 압박에 나섰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27일 공공기관 정상회 협의회를 열어 각 부처 소관의 공공기관 정상화 이행상황을 보고받으면서 기관별 자산 매각 계획을 점검한다.

◇기재부 "公기관, 뼈를 깎는 고통 감수해야" 자산 매각 지침의 포문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열었다.

현 부총리는 24일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 모두발언에서 핵심 우량자산부터 팔라고 요구했다.

현 부총리는 부채와 방만 경영 관련 38개 중점대상 기관장과 함께 관계부처 장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민간위원, 학계, 언론계 민간전문가 등 60여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공공기관이 지금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압박했다.

급격한 부채 증가로 물의를 빚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전력공사 및 자회사, 한국가스공사[036460], 한국도로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18개 기관에 알짜 자산을 팔아 부채를 갚으라는 의미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핵심 업무에 관련된 자산을 매각하라는 게 아니라기타 수익성이 높은 자산을 아깝더라도 팔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현재 295개 공공기관 부채 잔액은 493조원이다. 이는 2008년의 290조원에서 약 1.7배 수준으로 증가한 금액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을 현재 220%에서 2017년까지 200%로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 부총리는 IMF 외환위기 때는 국민이 장롱 속에 모아둔 돌 반지까지 꺼냈다면서 방만 경영 해소에 대한 공공기관장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상화 추진 과정에서 자산을 팔다가 손실이 나거나 파업이 발생해도 불가피한것이었다면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산하 공공기관 정상회 협의회를 마련해오는 27일 첫 회의를 열고 공공기관 개혁 상황을 점검한다. 연초에는 대통령 주재공공기관 간담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철도공사 "인력운용 효율화하겠다" 발언 논란 일듯 이날 부채관리 및 방만 경영으로 물의를 빚은 10여개 기관은 자체적으로 구상한정상화 계획의 방향과 내용을 소개했다.

최연혜 철도공사 사장은 "역·승무 업무를 효율화하고 조직을 통폐합하는 등 인력운영을 강도 높게 효율화해 신규 사업 소요인력 3천600여명을 자체 충당하겠다"고말했다. 24일 현재 노조원 7천712명을 직위해제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논란이예상된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현 직원을 강제 퇴직하겠다는 게 아니라 인력 증원 없이현재의 인력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이 계획은 철도파업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신규 사업 소요인력 3천600명은 2018년까지 호남고속철도 오송~광주송정간, 동해선 포항~삼척간 등 신규노선 개통과 기존 사업 확장에 필요한 인력"이라면서 "화물취급역 통폐합, 단순 반복 업무의 위탁 등으로 자체 충당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을 2015년 이후 최단 기간에 150% 이하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강남지사 사옥과 본사 부지 등 부동산을 팔고 출자지분 매각, 국외사업 합리화를 통해 2017년까지 부채를 총 10조원 줄일 예정이다.

이재영 LH 사장은 2017년 부채 비율 예상치(520%)를 100%포인트 이상 줄이기로했다. 가스공사, 수력원자력공사, 철도공사 등도 각 기관의 사업을 재검토하고, 인력과 투자를 효율화해 부채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낙하산' 논란을 빚었던 김학송 도로공사 사장은 "추진 중인 고속도로 건설사업의 경제성, 시급성, 공정성을 고려해 사업 완공 시기와 투자규모를 조정하고 운영비를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원전 비리에 휩싸였던 수력원자력공사의 조석 사장은 "사업타당성 검증을 철저히 해 방만한 투자에 따른 부채비율 상승을 예방하겠다"고 약속했다.

장석효 가스공사 사장은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 등 새로운 금융기법을 도입하겠다"며 "2017년까지 기존사업 축소로 1조1천억원, 신규사업 보류·이연으로 6조1천억원 등 7조2천억원 규모의 투자사업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자본잠식 상태인 석탄공사의 권혁수 사장은 "고(高)원가 생산구역은 통폐합하고저(低)원가 구역에 집중 투자하겠다"며 "생산 작업을 기계화하고 자동화해 생산성을높이고 원가를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서문규 석유공사 사장은 투자규모를 하향 조정하고 비(非)핵심자산을 팔기로 했고, 고정식 광물자원공사 사장은 해외자원 개발사업의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투자자문회의를 신설해 부채 비율을 낮추기로 했다.

◇新의 직장 복리후생제도 소폭 사라질 듯 방만 경영과 관련해선, 1인당 복리후생비가 가장 많은 한국거래소가 국내외 여비 등 경상경비 예산을 30~45% 깎는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내년에 초긴축예산을 편성했다"며 "교육비, 의료비, 과다한 특별휴가 등 8대 방만경영 개선안을 노조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김성회 지역난방공사 사장, 김학송 도로공사 사장과 더불어 친박(親朴) 낙하산논란이 있는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은 "노조와 타협이 방만 경영의 원인"이라며 "직원 가족 건강검진 지원이나 대학 장학금 지급 등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장기근속자 복지비, 자녀 영어캠프 지원 등 혜택을 폐지해 5년간 5천억원 규모의 부채를 줄이는 효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카지노 운영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임병수 대표이사는 "기관장의솔선수범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GKL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단골손님인 PR 여권(국내 체류 중인 외국 영주권자) 소지자를 유흥 단란주점에서 접대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김선규 대한주택보증 사장은 "노조 반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곤란하다"면서경영을 개선하다 파업이 발생하더라도 문책을 금지해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강원랜드 최흥집 대표는 "단체협약의 개선 없이는 방만경영의 개선이 곤란하다"면서 "단체협약 개정 없이 대학생 학자금 무상 지원제도를 폐지했다가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경영 정상화 과정에 노조를 참여시켜 자발적인 개선을 유도하기로 했고, 한전기술의 박구원 사장은 단체협약시 전체적인 복리후생 수준을 검토해 조정하기로 했다. 김무환 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방만경영 개선을 총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회의에 참석한 공공기관장들은 기자들에게 "드릴 말씀이 없다", "나에게 물어보지 말라"로 일관하는 등 개별적인 반응을 자제했다.

기재부는 최근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의 이행을 위해 이달 말까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공공기관들은 이를 토대로 1월 말까지 부채관리와 방만경영 정상화 계획을 마련해 제출해야 한다.

speed@yna.co.kr, clap@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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