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 고객 줄지만 일선 지점장은 "일 맡길 사람 부족"
은행의 경영성과는 예년보다 크게 나빠졌지만, 은행원들은 정작 체감을 못하고 있다.
급여가 준 것도 아니고 업무 현장에서 느끼는 인력구조의 비효율성은 여전하기때문이다.
다른 금융업종과 비교해도 은행권의 경영 효율성 제고 노력은 크게 부족하다는지적이 나온다.
◇주요은행 인건비 4년새 27.6%↑ 한 시중은행 지점장인 A씨는 지점 인력구조 때문에 고민이 많다.
이 지점의 인력은 A씨를 포함해 10명이다.
이중 A씨와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2명, 업무제한직군(옛 텔러직군) 3명, 신입행원 2명을 빼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뛸 수 있는 직원은 부지점장과 과장 등 2명뿐이다.
A씨는 29일 기자에게 "사람은 10명이지만 실제 일할 사람이 부족해 바쁠 때는부지점장이 출납 업무도 본다"며 푸념했다.
은행 인력 구조의 비효율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 은행의 인력구조는 중간 간부가 많은 '항아리형'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기업· 하나·외환·SC·씨티은행 등 국내 8대 은행의 과장∼부장급 중간 간부 비중은 지난 9월말 현재 51.4%에 달했다.
CEO스코어는 "이런 항아리형 인력 구조는 은행의 인력 운용을 어렵게 하고 인건비 부담을 높이는 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은행의 총 임직원 수는 8만7천여명으로, 2008년보다 8.2% 늘어났다.
그러나 총 인건비는 2008년 6조7천460억원에서 2012년 8조6천110억원으로 무려27.6%나 증가했다.
한 금융지주 부사장은 "최근 성장이 정체되고 순이익이 줄어 비용을 절감하려고노력하지만 경비의 대부분인 인건비는 '하방경직성'을 갖는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은행 업무가 대부분 전산화된 상황에서 은행들이 과거의 인력구조를 답습한다는비판도 나온다.
A씨가 근무하는 지점도 평소에는 부지점장까지 직접 일을 해야 할 만큼 바쁜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고객들이 직접 지점을 찾아야 하던 은행 업무가 이젠 집에서 인터넷뱅킹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은행 창구 직원이 하루종일 한 일이 통장 비밀번호 변경, 보안카드 재발급뿐인 날도 있다"며 "창구업무도 예전에는 수기와 주판이었지만 요샌 다 전산화됐다"고 전했다.
이 지점 사례만 들여다봐도 일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구조적인문제점이 드러난다.
◇경영 효율성 제고 노력 부족…"이자이익 비중은 과도" 은행 수익성은 인건비 상승 추세와는 반대 양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기업·외환 등 7개 은행의 올해 순이익은 5조4천952억원으로, 지난해 7조3천355억원보다 25.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경회 현대증권[003450] 연구원은 "올해는 대출 증가율은 높지 않은 반면 순이자 마진이 많이 하락해 순이익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예상되는 판매관리비는 15조9천767억원으로, 작년(15조7천515억원)보다 1.4% 늘었다. 판매관리비의 절반 이상은 인건비다.
은행의 비효율성은 다른 금융업종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은행들의 임직원 수는 지난 9월말 10만2천298명으로 작년말(9만8천537명)보다 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증권사의 임직원은 4만1천987명에서 4만441명으로 3.7% 줄었다.
생명·보험업계는 같은 기간 2만9천717명에서 3만744명으로 3.5% 늘었지만, 대리점을 8천455개에서 7천335개로 13.2%나 줄이면서 경영 효율성 제고를 꾀했다. 같은 기간 은행 영업점은 7천835개에서 7천814개로 21개(0.3%)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은행들이 최근 직면한 '성장의 한계'는 수익 구조에서 기인한다는 지적도 많다.
국내 은행들의 총이익 대비 이자이익 비중은 90%에 이른다.
대출 중심의 단순한 자산 포트폴리오는 은행의 유동성 관리를 어렵게 할 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게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출 이자에 기댄 영업전략은 더 이상 은행에 단물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3분기 국내 은행의 이자 이익은 8조6천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9천억원 감소했다. 예대 금리차 축소에 따라 순이자마진이 1.81%로, 2009년 2분기 이래 가장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여건은 내년에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금융지주 고위관계자는 "내년에는 경기가 다소 회복돼 올해보단 상황이 좋아지겠지만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며 "이자 마진과 수수료 인상을 확대하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여서 은행들로서는 방어에 급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zheng@yna.co.kr, cindy@yna.co.kr, ksw08@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은행의 경영성과는 예년보다 크게 나빠졌지만, 은행원들은 정작 체감을 못하고 있다.
급여가 준 것도 아니고 업무 현장에서 느끼는 인력구조의 비효율성은 여전하기때문이다.
다른 금융업종과 비교해도 은행권의 경영 효율성 제고 노력은 크게 부족하다는지적이 나온다.
◇주요은행 인건비 4년새 27.6%↑ 한 시중은행 지점장인 A씨는 지점 인력구조 때문에 고민이 많다.
이 지점의 인력은 A씨를 포함해 10명이다.
이중 A씨와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2명, 업무제한직군(옛 텔러직군) 3명, 신입행원 2명을 빼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뛸 수 있는 직원은 부지점장과 과장 등 2명뿐이다.
A씨는 29일 기자에게 "사람은 10명이지만 실제 일할 사람이 부족해 바쁠 때는부지점장이 출납 업무도 본다"며 푸념했다.
은행 인력 구조의 비효율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 은행의 인력구조는 중간 간부가 많은 '항아리형'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기업· 하나·외환·SC·씨티은행 등 국내 8대 은행의 과장∼부장급 중간 간부 비중은 지난 9월말 현재 51.4%에 달했다.
CEO스코어는 "이런 항아리형 인력 구조는 은행의 인력 운용을 어렵게 하고 인건비 부담을 높이는 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은행의 총 임직원 수는 8만7천여명으로, 2008년보다 8.2% 늘어났다.
그러나 총 인건비는 2008년 6조7천460억원에서 2012년 8조6천110억원으로 무려27.6%나 증가했다.
한 금융지주 부사장은 "최근 성장이 정체되고 순이익이 줄어 비용을 절감하려고노력하지만 경비의 대부분인 인건비는 '하방경직성'을 갖는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은행 업무가 대부분 전산화된 상황에서 은행들이 과거의 인력구조를 답습한다는비판도 나온다.
A씨가 근무하는 지점도 평소에는 부지점장까지 직접 일을 해야 할 만큼 바쁜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고객들이 직접 지점을 찾아야 하던 은행 업무가 이젠 집에서 인터넷뱅킹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은행 창구 직원이 하루종일 한 일이 통장 비밀번호 변경, 보안카드 재발급뿐인 날도 있다"며 "창구업무도 예전에는 수기와 주판이었지만 요샌 다 전산화됐다"고 전했다.
이 지점 사례만 들여다봐도 일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구조적인문제점이 드러난다.
◇경영 효율성 제고 노력 부족…"이자이익 비중은 과도" 은행 수익성은 인건비 상승 추세와는 반대 양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기업·외환 등 7개 은행의 올해 순이익은 5조4천952억원으로, 지난해 7조3천355억원보다 25.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경회 현대증권[003450] 연구원은 "올해는 대출 증가율은 높지 않은 반면 순이자 마진이 많이 하락해 순이익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예상되는 판매관리비는 15조9천767억원으로, 작년(15조7천515억원)보다 1.4% 늘었다. 판매관리비의 절반 이상은 인건비다.
은행의 비효율성은 다른 금융업종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은행들의 임직원 수는 지난 9월말 10만2천298명으로 작년말(9만8천537명)보다 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증권사의 임직원은 4만1천987명에서 4만441명으로 3.7% 줄었다.
생명·보험업계는 같은 기간 2만9천717명에서 3만744명으로 3.5% 늘었지만, 대리점을 8천455개에서 7천335개로 13.2%나 줄이면서 경영 효율성 제고를 꾀했다. 같은 기간 은행 영업점은 7천835개에서 7천814개로 21개(0.3%)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은행들이 최근 직면한 '성장의 한계'는 수익 구조에서 기인한다는 지적도 많다.
국내 은행들의 총이익 대비 이자이익 비중은 90%에 이른다.
대출 중심의 단순한 자산 포트폴리오는 은행의 유동성 관리를 어렵게 할 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게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출 이자에 기댄 영업전략은 더 이상 은행에 단물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3분기 국내 은행의 이자 이익은 8조6천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9천억원 감소했다. 예대 금리차 축소에 따라 순이자마진이 1.81%로, 2009년 2분기 이래 가장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여건은 내년에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금융지주 고위관계자는 "내년에는 경기가 다소 회복돼 올해보단 상황이 좋아지겠지만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며 "이자 마진과 수수료 인상을 확대하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여서 은행들로서는 방어에 급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zheng@yna.co.kr, cindy@yna.co.kr, ksw08@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