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대출사기에 금융사들 속수무책>(종합)

입력 2014-02-06 18:11  

KT 자회사 직원과 협력업체가 저지른 대출 사기는 금융회사가 속수무책으로 당한 전형적인 사례다.

주로 제출 서류의 진위를 따져 대출을 심사하는 금융회사로선 오랜 기간 거래해온 구매업체와 납품업체가 공모할 경우 이를 걸러낼 마땅한 방도가 없다.

◇'융통어음 사기'와 유사한 구조 이번 사건은 과거 금융회사들이 자주 골탕을 먹었던 융통어음 할인 사기와 수법이 유사하다.

허위 매출을 일으켜 만든 어음을 진성어음(실제 상거래가 수반된 어음)처럼 꾸며 제시하고, 어음을 할인받아 현금으로 챙겨 잠적하는 것이다.

어음결제 사고가 빈번하고 구매기업이 '배 째라' 식으로 납품기업에 돈을 주지않는 사례가 생기자 이를 대체해 외상매출채권이 도입됐다.

융통어음 결제보다 다소 복잡해졌지만, 기본적인 구조는 비슷해 금융회사들은여전히 범행에 노출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외상매출채권의 근거가 되는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만들고, 이를 은행과 저축은행에 제시해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을 받아 가로채면 그만인 것이다.

6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KT의 자회사인 KT ENS는 중소기업 N사 등으로부터 삼성전자[005930]의 휴대전화를 2009년부터 납품받아왔다.

이들 납품업체는 현금 대신 KT ENS에서 세금계산서를 받았다. 이는 외담대의 근거 서류다.

세금계산서를 제시받은 금융회사는 대출금을 내어줬다. 매출대금 회수를 전제로한 유동화 수익증권(ABL·Asset Backed Loan)에 대해서도 대출이 이뤄졌다.

이렇게 해서 최대 2천800억원으로 추정되는 피해금이 들어간 곳은 납품업체의유동성을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납품업체는 SPC를 통해 납품대금을 받아가고, 나중에 KT ENS가 대출금을 갚는구조다. 이 과정에서 담당자들의 범행이 저질러진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즉,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N사 직원과 KT ENS 직원이 서로 짜고 허위 매출을일으켜 대출금을 받아 가로챘다는 것이다.

◇"대기업 이름 들어가면 믿고 빌려준다" 실제 피해는 2천800억원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N사가 휴대전화를 실제로 납품하는 과정에서 일부 허위 매출을 일으킨 만큼 정상 매출도 어느 정도 있는 셈이다.

피해금이 1천600억원으로 가장 많은 하나은행 관계자는 "모두 허위 매출이면 거래 과정에서 눈치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처럼 납품업체와 구매업체가 짜고 달려들면 금융회사로서는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게 일선 실무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 시중은행 기업영업지점장은 "외담대를 취급할 때 일일이 나가서 물건이 실제로 들어왔는지 확인해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기업영업지점장도 "납품 물건이 삼성전자 휴대전화, 지급인이 KT자회사라면 누구라도 믿고 대출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출서류인 채권양도 확인서에는 KT ENS의 인감이 찍혀있다고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밝혔다.

특히 수년간 정상적으로 대출 원리금을 갚으면서 지속해 온 거래인 만큼 이 과정에서 조금씩 돈을 빼간 만큼 알아채기 어렵다.

김자봉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도둑 한 명을 열 사람이 못 막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KT의 신뢰성 때문에 은행에서도 구분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다만 "이를 외담대의 시스템적인 문제로 보긴 어렵다"며 "아무리제도를 강화해도 나쁜 의도를 갖고 접근하면 사건이 터져야 발각된다"고 덧붙였다.

※용어설명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 중소기업이 물품납입 대금을 효율적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어음대체 결제제도로, 2001년 한국은행이 도입했다.

물품 구매기업(통상 대기업)이 판매기업에 대금을 어음으로 주는 대신 채권으로지급한다.

판매기업(중소기업)은 이 채권을 담보로 거래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조기에 현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구매기업이 대출금을 은행에 상환한다.

zheng@yna.co.kr, clap@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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