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일문일답>

입력 2014-02-13 13:50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가2월 기준금리를 2.5% 수준에서 만장일치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의회에 제출한'금융정책 보고서'에서 주요 신흥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취약성이 가장 낮다고 평가한 데 대해서는 "자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총재와의 일문일답.

--앞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매번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할 때마다 불확실성이 커질 거라고 보나.

▲신흥경제권이 조금 더 거시경제 안정정책을 취한다면 지금보단 변동폭이 줄어들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테이퍼링 자체는 예견된 일이기에 대처 능력이 생길 것이다.

--작년 12월 한국이 '세이프헤븐'(Safe heaven)이냐는 질문에 '아직 이르다'고했는데, 그 평가가 유효한가.

▲한국이 다른 신흥국과 여러 면에서 차별화됐다고 인식하지만 모든 면에서 차별화된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금융 시장은 매우 유동적이고 어느 금융시장이든 취약성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단정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어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낸 통화정책보고서를 보면 한국이 대만과 더불어 취약성이 가장 낮다고 얘기한다.

다만, 한국이 신흥국 중에서 취약성이 약하니(취약하다는 평가가 적으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고 자만하거나 손을 놓고 있지는 않겠다. 중앙은행으로서 (금융시장의)변화 과정을 포착하고 가겠다.

--경기 변동성은 어느 정도까지 커질 수 있나.

▲신흥경제권과 선진경제권 간 양방향 파급 효과(스필오버) 가능성을 얘기할 수있다. 신흥[004080] 경제권은 문제의 원인과 대처 방법을 알고 있다. 1990년대 말아시아 외환위기 당시만큼 취약하지도 않다. 그땐 환율제도가 경직돼 있었고 인플레이션율도 높았다. 지금 신흥국에선 금융규제제도도 잘 돼 있고 외환보유액도 많아전반적인 경제위험이 과거처럼 높지 않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에 대한 견해는.

▲우려 대상이라고 표현할 이유는 없다. 지난 연말 이후 중국은 단기금리가 크게 올라가면서 그림자 금융이 많은 관심을 끌었는데, 당시 문제 제기에 견줘 어느정도 진정됐다. 중국 당국도 문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므로 적절히 처리해갈 것이다.

--국내 위안화 예금이 많이 늘었다.

▲우려 대상이라고 보고 있진 않다. 국내 위안화 예금은 작년 9월 7억달러에서지난달 말 70억달러로 10배가량 늘었다. 이는 중국 금융 자체적으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일어나 올해 1월 상하이 은행간 금리(시보·SHIBOR)가 작년 같은 달 대비 300bp(1bp=0.01%)가량 높아지면서 차익 거래에 대한 유인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신용 위험이나 외채가 늘어갈 위험이 있지 않으냐고 질문할수 있는데, 현재로선 그런 위험이 있다고 보진 않는다. 국내 달러화가 매우 풍부했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한중 통화스와프를 무역결재에 이용하는 제도의 실제 이용실적이 매우 낮다.

▲생각보다 활성화되지 않은 데에는 두 나라의 제도적 차이에서 기인한다. 중국도 이를 잘 알고 있어 인민은행 총재에게도 부탁해 제도를 바꾸고 있다. 일각에선원·위안 시장을 만들자고 하지만, 예전에 원·엔 시장을 운영하다 오래가지 않은경험이 있다. 모든 것은 상대방과 적절히 협의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최근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공화국(UAE)과 자국 통화 스와프를 맺었는데, 중앙은행의 역할을 넓혀가면서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되진 않겠지만, 중요한 물꼬를 틀었기 때문에 앞으로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우리기업들의 이해도가 높아져야 하고 전산시스템 등 인프라 투자도 해야 한다. 일단 수요가 어느 정도 커지면 공급이 좇아갈 것이다.

--엔저(円低·엔화약세) 우려는 이제 감소했나.

▲예전에는 엔저 추세가 이어지면 문제가 된다고 봤는데 지금은 그렇게 보진 않는다. 예의주시하겠지만, 엔저 효과가 없다고 말하긴 어렵다.

--내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주요 20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담에서신흥국간 공조 논의가 나올 수 있나.

▲서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충분히 조언하고 정책 공유도 할 것이다. 다만,편을 나눠 대결하는 형태로 갈 가능성은 없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신임 의장이 취임 후 첫 미국 의회 증언에서 신흥국 위기가 테이퍼링 기조에 이렇다 할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미국이 (테이퍼링 효과를) 무시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건 옳지 않다. 미국도 소위 '부메랑 표과'와 '양방향 파급 효과'를 잘 알고 있다. 세계 경제 안정을 위해 논의는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차기 한은 총재의 덕목은.

▲인사는 임면권자가 적절히 판단해 하는 것이다. 제가 후임에 대해 말하는 건도리가 아니다. 벤 버냉키 전(前) 연준 의장도 후임자가 누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차기 총재와 금통위원이 바뀌면 금리가 내려갈 것이란 기대가 있다.

▲금융불안으로 이득을 얻는 사람들은 금융불안을 희망하지만 이는 국가에 큰도움이 되지 않는다.

금리가 안정됐다는 건 글로벌 금융상황이 불안해도 우리 경제가 매우 안정적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기에 매우 중요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일본, 유로존 등 중앙은행이 금리를 변화시킨 적이 있는지 봐 달라. 캐나다, 노르웨이 등 선진국이나 말레이시아, 대만, 러시아, 필리핀 등 신흥국도 2012년 이후 금리를 변동한적이 없다. 일각에선 인도, 브라질, 터키가 기준금리를 올리자 이를 한국 경제와 비교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금융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있기에 그런 변화가 있을수 있지만, 금융은 항상 안정이 우선이다.

clap@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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