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박은희(가명)씨는 1시간 가까이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읽는 둥 마는 둥 잡지를 뒤적이는 것도 질렸다.
성냥갑 두 개쯤 되는 크기의 대기표를 꼬깃꼬깃 접어 쥔 그는 "딩동" 소리가 들릴 때마다 바뀌는 창구 위 전광판 숫자와 대기표에 인쇄된 숫자를 번갈아 봤다.
"아직 7명이나 더 남았네…." 다른 잡지를 주워들어 펴고 광고 면을 무심하게 넘겼다. 또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마침내 馁번' 손님인 자신의 차례가 왔다.
"오래 기다리시게 해 죄송합니다, 고객님, 뭘 도와드릴까요?" 가방에서 주섬주섬 청구서와 통장 등을 꺼내 건넸다. 외동딸의 새 학기 등록금을 통장에서 이체해달라고 부탁했다.
단 1분 만에 송금을 마친 그는 비슷한 처지의 馂번' 고객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은행 문을 나섰다.
박씨가 사는 집 근처에는 A 은행 점포가 있지만, 그의 생활비 통장은 5분쯤 더걸어가야 나오는 B 은행 계좌다.
등록금을 보내려고 그는 오후 2시께 집을 나와 10분가량 걸었고, 1시간 정도 기다렸으며, 1분 만에 일을 마쳤다. 다시 10분을 걸어 집에 갔다.
"그러니까 스마트폰으로 하시라고 했잖아요. 얼마나 편한데…." 이날 저녁, 그는 자신의 '시간 낭비'를 나무라는 듯한 딸의 말에 기분이 언짢아졌다.
"그거 좀 불안하지 않니?"라고 대꾸했지만, 딸의 지적이 틀린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뱅킹'이라는 걸로 하면 몇십 초 만에 뚝딱 해결되는 일을 뭐하러 은행에가서 기다리느냐는 말은 친구들로부터도 종종 듣기 때문이다.
스마트뱅킹은 스마트폰에 기반을 둔 모바일뱅킹이다. 한국에서는 2009년 '아이폰 열풍'과 함께 시작됐다.
아이폰이 인기몰이하자 은행들은 앞으로 금융 채널의 중심이 스마트폰으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하고 스마트뱅킹 앱 개발에 매달렸다.
가장 먼저 선을 보인 스마트뱅킹은 2009년 10월 하나은행이 내놓은 아이폰 전용앱이었다.
당시만 해도 기본적인 조회, 이체만 가능할 정도로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렀던스마트뱅킹은 도입 5년 만에 급성장했다.
은행마다 개발 전담 부서를 만들어 경쟁을 벌인 결과, 상품 가입과 관리는 물론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폭넓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예·적금이나 펀드·보험 가입은 물론 대출을 신청하고, 만기를 연장하는 것도모두 스마트뱅킹으로 가능해진다.
통장 거래 내역에 메모를 하는 가계부 기능도 있다. 신한은행이 최근 개편·출시한 '신한 스마일(Smail)'이 대표적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령 'A 거래처와의 저녁식사 20만원', ƍ월분 동창회비 10만원'처럼 최대 20자까지 메모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과거에는 텍스트만 나열됐던 서비스 설명도 실시간 대화나 동영상으로 자세하게들을 수 있다.
기업은행[024110]의 '스마트 큐레이터'는 은행 직원이 각 상품과 서비스를 설명하는 동영상을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카카오톡과 비슷한 실시간 채팅을 스마트뱅킹에 적용해 직원이 고객과 1대1로 상담한다.
하나은행은 20대 고객에게는 학자금 대출을, 고령자에게는 은퇴 상품을 추천하는 1대1 방식의 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드대금과 대출이자는 언제 내는지, 예·적금 만기는 언제인지, 공과금 등의자동이체는 언제 이뤄지는지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캘린더 기능도 있다.
'불안하다'는 딸에 대한 박씨의 항변은 스마트뱅킹의 보안성에 대한 지적이기도하다. 돈이 오가는 걸 두 눈으로 보지 못하니 혹시나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은행들은 스마트뱅킹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들어 시스템을 개편했거나,개편을 추진 중이다.
신한은행은 스마트뱅킹에 공인인증서로 접속할 경우 로그인 내역을 통지하는 '로그인 알림' 기능을 추가했다.
국민은행은 인터넷뱅킹과 스마트뱅킹의 이중 로그인을 막아놨다. 우리은행은 평소 거래 패턴에서 벗어나는 거래가 이뤄지면 본인 인증을 받도록 했다.
스마트폰을 보는 데 익숙지 않아 자칫 실수할 우려가 있는 중·장년층은 '큰글씨 이체'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zhe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성냥갑 두 개쯤 되는 크기의 대기표를 꼬깃꼬깃 접어 쥔 그는 "딩동" 소리가 들릴 때마다 바뀌는 창구 위 전광판 숫자와 대기표에 인쇄된 숫자를 번갈아 봤다.
"아직 7명이나 더 남았네…." 다른 잡지를 주워들어 펴고 광고 면을 무심하게 넘겼다. 또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마침내 馁번' 손님인 자신의 차례가 왔다.
"오래 기다리시게 해 죄송합니다, 고객님, 뭘 도와드릴까요?" 가방에서 주섬주섬 청구서와 통장 등을 꺼내 건넸다. 외동딸의 새 학기 등록금을 통장에서 이체해달라고 부탁했다.
단 1분 만에 송금을 마친 그는 비슷한 처지의 馂번' 고객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은행 문을 나섰다.
박씨가 사는 집 근처에는 A 은행 점포가 있지만, 그의 생활비 통장은 5분쯤 더걸어가야 나오는 B 은행 계좌다.
등록금을 보내려고 그는 오후 2시께 집을 나와 10분가량 걸었고, 1시간 정도 기다렸으며, 1분 만에 일을 마쳤다. 다시 10분을 걸어 집에 갔다.
"그러니까 스마트폰으로 하시라고 했잖아요. 얼마나 편한데…." 이날 저녁, 그는 자신의 '시간 낭비'를 나무라는 듯한 딸의 말에 기분이 언짢아졌다.
"그거 좀 불안하지 않니?"라고 대꾸했지만, 딸의 지적이 틀린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뱅킹'이라는 걸로 하면 몇십 초 만에 뚝딱 해결되는 일을 뭐하러 은행에가서 기다리느냐는 말은 친구들로부터도 종종 듣기 때문이다.
스마트뱅킹은 스마트폰에 기반을 둔 모바일뱅킹이다. 한국에서는 2009년 '아이폰 열풍'과 함께 시작됐다.
아이폰이 인기몰이하자 은행들은 앞으로 금융 채널의 중심이 스마트폰으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하고 스마트뱅킹 앱 개발에 매달렸다.
가장 먼저 선을 보인 스마트뱅킹은 2009년 10월 하나은행이 내놓은 아이폰 전용앱이었다.
당시만 해도 기본적인 조회, 이체만 가능할 정도로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렀던스마트뱅킹은 도입 5년 만에 급성장했다.
은행마다 개발 전담 부서를 만들어 경쟁을 벌인 결과, 상품 가입과 관리는 물론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폭넓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예·적금이나 펀드·보험 가입은 물론 대출을 신청하고, 만기를 연장하는 것도모두 스마트뱅킹으로 가능해진다.
통장 거래 내역에 메모를 하는 가계부 기능도 있다. 신한은행이 최근 개편·출시한 '신한 스마일(Smail)'이 대표적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령 'A 거래처와의 저녁식사 20만원', ƍ월분 동창회비 10만원'처럼 최대 20자까지 메모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과거에는 텍스트만 나열됐던 서비스 설명도 실시간 대화나 동영상으로 자세하게들을 수 있다.
기업은행[024110]의 '스마트 큐레이터'는 은행 직원이 각 상품과 서비스를 설명하는 동영상을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카카오톡과 비슷한 실시간 채팅을 스마트뱅킹에 적용해 직원이 고객과 1대1로 상담한다.
하나은행은 20대 고객에게는 학자금 대출을, 고령자에게는 은퇴 상품을 추천하는 1대1 방식의 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드대금과 대출이자는 언제 내는지, 예·적금 만기는 언제인지, 공과금 등의자동이체는 언제 이뤄지는지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캘린더 기능도 있다.
'불안하다'는 딸에 대한 박씨의 항변은 스마트뱅킹의 보안성에 대한 지적이기도하다. 돈이 오가는 걸 두 눈으로 보지 못하니 혹시나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은행들은 스마트뱅킹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들어 시스템을 개편했거나,개편을 추진 중이다.
신한은행은 스마트뱅킹에 공인인증서로 접속할 경우 로그인 내역을 통지하는 '로그인 알림' 기능을 추가했다.
국민은행은 인터넷뱅킹과 스마트뱅킹의 이중 로그인을 막아놨다. 우리은행은 평소 거래 패턴에서 벗어나는 거래가 이뤄지면 본인 인증을 받도록 했다.
스마트폰을 보는 데 익숙지 않아 자칫 실수할 우려가 있는 중·장년층은 '큰글씨 이체'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zhe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