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국發 강풍에 1,010원선으로 저점 낮춘 환율>

입력 2014-06-0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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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위험자산 선호도…외환당국 개입 강도도 '관건'

원·달러 환율이 또다시 1,020원선 밑으로 떨어지자 원화가치의 평가절상 속도가 가팔라지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완화 정책과 미국의 고용지표 호조로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9일 원·달러 환율은 1,017원으로 저점을 낮췄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 기조는 여전하겠지만 환율이 쉽사리 세자릿수까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외환당국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 열흘 만에 다시 무너진 1,020원선 원·달러 환율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 종가보다 2.5원 내린 1,018.0원으로 장을 출발, 오전 11시 30분 현재 1,017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3월 초 1,070원대에서 급격히 하락하던 원·달러 환율은 외환시장과 당국의 치열한 줄다리기로 한 달간 1,020원대의 종가를 유지했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ECB)이 파격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내놓은 가운데 미국 고용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자 열흘 만에 장중 1,020원 선을 내줬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2008년 8월 이후 5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1,010원대에서종가를 형성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00엔당 1,000원 선을 깨고 내려온 엔·달러 환율도 직전 거래일보다 3.91원 내린 991.90원에 거래되고 있다.

ECB의 예상을 넘어선 통화완화 정책과 미국의 5월 고용지표가 원·달러 환율을끌어내리는 가장 큰 요소로 꼽힌다.

우선, 지난 5일(현지시간) ECB가 내놓은 기준금리 인하, 마이너스 예금금리 등통화완화 조치는 국제 시장에서 신흥국 통화의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CB는 앞으로 직접 돈을 푸는 양적완화 조치를 추가 도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언급해 신흥국 통화 전반의 강세 압력이 높아졌다.

김종수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국채금리가 미국·유럽보다 높은 수준인데다, 한국은 신흥국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이 양호한것으로 평가받는다"며 "ECB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풀린 자금이 국내로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14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일자리가 4개월 연속 20만개 이상 늘고 실업률도 6.3%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는 5월 고용지표가 발표된 것도 원화 강세 요소인위험자산 선호도를 높였다.

이 시각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주식 57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19거래일 연속 순매수다.

◇ "이번 달 원·달러 1,000원선은 유지될 것" 앞으로도 원화 강세의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다.

그러나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세자릿수까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달러당 900원대의 세자릿수 환율은 2008년 7월 11일 이후 단 한 번도 도달하지않은 영역이다.

환율 전문가들은 외환당국의 환율 안정 의지가 강력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이른 시일 안에 세자릿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엇갈리는 경제지표와 통화정책으로 기축통화인 유로화와 달러화 움직임이 둔화한 것도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하락을 막는 원인으로 꼽힌다.

ECB의 적극적 통화완화 조치로 촉발된 원화 강세 압력은 이어지겠지만 미국의경제지표 호조로 달러화 약세가 동반되지 않기 때문에 강세 정도는 제한될 것이라는분석이 나온다.

정경팔 외환선물 외환시장분석팀장은 "이번 달 안으로 원·달러 환율이 세자릿수가 되기에는 유로화나 달러화의 방향성이 지지부진한 편"이라며 "미국의 고용지표호조가 달러화 대비 유로화의 반등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주옥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이번 주 원·달러 환율이 1,015∼1,030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마 연구원은 "수출업체의 달러화 매도 물량과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에 대한 부담이 커졌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화가 강세 기조를 보이고 있다"며 "ECB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유로화 반등 폭 또한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파른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한 외환당국의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이번 주 원·달러 환율이 1,010∼1,025원에서 움직일것으로 예상하면서 당국의 개입 강도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수출업체의 달러화 매도 물량이 꾸준히 나와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외환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에 원·달러 환율의하단을 지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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