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시대에 투자 대안으로 부상한파생금융상품에 금융 이해도가 높지 않은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불완전판매 위험이부상하고 있다.
동대문시장에서 식당 일을 하는 정모(55·여)씨는 작년 10월 차곡차곡 모은 돈9천800만원을 1년 만기 정기예금에 넣어두고자 인근 은행 지점을 찾았다.
창구 직원은 "수익률 5%의 좋은 상품이 있다"며 정씨를 방으로 안내했고, 정씨를 맞은 A 과장은 '요즘 홍콩 증시가 좋다'는 등의 말을 하며 상품을 소개했다.
정씨가 "쉬운 말로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니 A 과장은 '이 상품은 안전하다', '통장에 그냥 돈을 넣어두는 것은 돈을 까먹는 일', '원래 VIP 고객들만 받는 상품이다', '한 시간만 늦으셨어도 가입을 못 하실 뻔했다' 등의 말을 하며 가입을 권유했고 정씨는 얼떨결에 상품가입서에 사인을 했다.
며칠 뒤 '상품가입 설명을 충분히 들었느냐'라고 묻는 전화가 오면 '예'라고 답해 달라고 해 그렇게 했다.
만기를 앞둔 이달 초 정씨는 이자는커녕 원금도 깎일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분통이 터졌다. 은행 측은 손실액을 보장해 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정씨는 답답한 마음에 금융소비자원에 상담을 의뢰했다. 정씨가 가입한 상품은외환에 투자하는 사모 파생결합증권(DLS)을 편입한 주가연계신탁(ELT) 상품이었다.
또 다른 고객인 김모(60·여)씨는 최근 만기를 맞은 정기예금 1천만원을 찾으려 은행을 들렀다가 '예금보다 이율이 높지만 안전하다'는 창구 직원의 권유로 역시얼떨결에 추천상품에 가입했다.
김씨가 가입한 상품은 유럽증시(EuroStoxx 50)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가 만기 3년 시점에서 60%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8.3%를 보장받는 주가연계증권(ELS)를 편입한 ELT였다.
무슨 말인지 잘 몰랐지만 '안전하다'는 말과 '정기예금은 물가와 세금을 제하고나면 되려 손해'라는 직원 설명이 결정적이었다.
김씨는 요즘 유럽 경기가 좋지 않다는 뉴스와 홍콩 시위가 격화됐다는 뉴스를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다.
정기예금 실질 금리가 연 2%에도 못 미치는 초저금리에 접어들면서 안전한 정기예금에만 가입하던 은행 고객들이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 파생금융상품에 가입하고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잔액은 48조5천억원으로 6개월 새 8조7천억원(21.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주가연계증권(ELS)란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계되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이다.
은행은 ELS를 직접 판매할 수 없어 ELS를 신탁계좌에 편입(주가연계신탁·ELT)하거나 펀드에 편입(주가연계펀드·ELF)해 판매한다.
국민, 신한, 농협, 외환, 하나, 기업, 우리은행 등 7대 시중은행의 ELT와 ELF상품 잔액은 9월 말 현재 14조8천346억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말의 9조5천146억원보다 56%나 급증한 수치다. 저금리 기조에 예금상품 가입자들이 상품성격이 확연히 다른 투자상품으로 옮겨간 것이다.
은행 고객이 증권사 고객보다 투자성향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면서 투자상품에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ELT나 ELF의 판매실적을 성과지표(KPI·VI 등)에 반영해 판매를 독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특정 상품군을 KPI에 포함시키면 직원은 판매 압박을받을 수밖에 없다"며 "투자상품 이해도가 떨어지는 고객에게도 ELT 가입을 권유하는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ELT나 ELF는 편입한 상품의 특성에 따라 수익률과 위험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위험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실제로 상당히 안전한 상품이라 하더라도 상품 이해도가 높지 않은 은행고객의 경우 직원 권유만 믿고 '묻지 마' 투자를 했을 경우 필요 이상의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릴 우려가 있다.
은행권이 판매하는 ELT, ELF 상품의 경우 대부분 유럽과 중국, 한국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스텝다운형'(발행일 기준 가격보다 특정 비율 밑으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을 보장하는 형태) 상품이어서 투자다변화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은 은행이 ELT를 판매할 때 설명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불완전판매가발생할 수 있다며 규정을 고쳐 설명의무와 투자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감독을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다음 달부터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ELT를 판매할 때 투자자의 위험 감수 능력을 점검해 투자 의사 여부를 재확인하고 의무적으로 투자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큰 확인서만으로는 불완전판매 우려를 해결할 수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서류상 확인서만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은행의 면책 가능성만 돕는 일이 될 수 있다"며 "투자상품 이해도가 떨어지는 고령층에는 가입 조건을 훨씬 까다롭게 두는 등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 모색이필요하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p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동대문시장에서 식당 일을 하는 정모(55·여)씨는 작년 10월 차곡차곡 모은 돈9천800만원을 1년 만기 정기예금에 넣어두고자 인근 은행 지점을 찾았다.
창구 직원은 "수익률 5%의 좋은 상품이 있다"며 정씨를 방으로 안내했고, 정씨를 맞은 A 과장은 '요즘 홍콩 증시가 좋다'는 등의 말을 하며 상품을 소개했다.
정씨가 "쉬운 말로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니 A 과장은 '이 상품은 안전하다', '통장에 그냥 돈을 넣어두는 것은 돈을 까먹는 일', '원래 VIP 고객들만 받는 상품이다', '한 시간만 늦으셨어도 가입을 못 하실 뻔했다' 등의 말을 하며 가입을 권유했고 정씨는 얼떨결에 상품가입서에 사인을 했다.
며칠 뒤 '상품가입 설명을 충분히 들었느냐'라고 묻는 전화가 오면 '예'라고 답해 달라고 해 그렇게 했다.
만기를 앞둔 이달 초 정씨는 이자는커녕 원금도 깎일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분통이 터졌다. 은행 측은 손실액을 보장해 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정씨는 답답한 마음에 금융소비자원에 상담을 의뢰했다. 정씨가 가입한 상품은외환에 투자하는 사모 파생결합증권(DLS)을 편입한 주가연계신탁(ELT) 상품이었다.
또 다른 고객인 김모(60·여)씨는 최근 만기를 맞은 정기예금 1천만원을 찾으려 은행을 들렀다가 '예금보다 이율이 높지만 안전하다'는 창구 직원의 권유로 역시얼떨결에 추천상품에 가입했다.
김씨가 가입한 상품은 유럽증시(EuroStoxx 50)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가 만기 3년 시점에서 60%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8.3%를 보장받는 주가연계증권(ELS)를 편입한 ELT였다.
무슨 말인지 잘 몰랐지만 '안전하다'는 말과 '정기예금은 물가와 세금을 제하고나면 되려 손해'라는 직원 설명이 결정적이었다.
김씨는 요즘 유럽 경기가 좋지 않다는 뉴스와 홍콩 시위가 격화됐다는 뉴스를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다.
정기예금 실질 금리가 연 2%에도 못 미치는 초저금리에 접어들면서 안전한 정기예금에만 가입하던 은행 고객들이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 파생금융상품에 가입하고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잔액은 48조5천억원으로 6개월 새 8조7천억원(21.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주가연계증권(ELS)란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계되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이다.
은행은 ELS를 직접 판매할 수 없어 ELS를 신탁계좌에 편입(주가연계신탁·ELT)하거나 펀드에 편입(주가연계펀드·ELF)해 판매한다.
국민, 신한, 농협, 외환, 하나, 기업, 우리은행 등 7대 시중은행의 ELT와 ELF상품 잔액은 9월 말 현재 14조8천346억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말의 9조5천146억원보다 56%나 급증한 수치다. 저금리 기조에 예금상품 가입자들이 상품성격이 확연히 다른 투자상품으로 옮겨간 것이다.
은행 고객이 증권사 고객보다 투자성향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면서 투자상품에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ELT나 ELF의 판매실적을 성과지표(KPI·VI 등)에 반영해 판매를 독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특정 상품군을 KPI에 포함시키면 직원은 판매 압박을받을 수밖에 없다"며 "투자상품 이해도가 떨어지는 고객에게도 ELT 가입을 권유하는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ELT나 ELF는 편입한 상품의 특성에 따라 수익률과 위험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위험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실제로 상당히 안전한 상품이라 하더라도 상품 이해도가 높지 않은 은행고객의 경우 직원 권유만 믿고 '묻지 마' 투자를 했을 경우 필요 이상의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릴 우려가 있다.
은행권이 판매하는 ELT, ELF 상품의 경우 대부분 유럽과 중국, 한국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스텝다운형'(발행일 기준 가격보다 특정 비율 밑으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을 보장하는 형태) 상품이어서 투자다변화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은 은행이 ELT를 판매할 때 설명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불완전판매가발생할 수 있다며 규정을 고쳐 설명의무와 투자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감독을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다음 달부터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ELT를 판매할 때 투자자의 위험 감수 능력을 점검해 투자 의사 여부를 재확인하고 의무적으로 투자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큰 확인서만으로는 불완전판매 우려를 해결할 수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서류상 확인서만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은행의 면책 가능성만 돕는 일이 될 수 있다"며 "투자상품 이해도가 떨어지는 고령층에는 가입 조건을 훨씬 까다롭게 두는 등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 모색이필요하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p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