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사외이사 사퇴하라" vs "관치금융 하지 말라">

입력 2014-11-04 06:07  

LIG 인수 지연 놓고 '공방전' 치열

KB금융[105560]의 LIG손해보험[002550] 인수에대한 금융당국의 승인 심사가 늦어지면서 KB 측이 물어야 할 지연이자가 이번주 10억원을 넘게 됐다.

금융당국은 LIG손보 인수에 앞서 KB금융의 지배구조 개선이 마무리돼야 한다며KB 사외이사진도 'KB 사태'의 책임을 지고 함께 물어나야 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밝히고 있다.

반면, 사외이사들은 금융당국의 관치금융적 행보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며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향후 LIG손보 인수 승인 건의 막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LIG손보 인수 절차가 늦어지면서 28일부터 계약금 대비 연 6% 수준(하루 1억1천만원)의 계약실행 지연이자가 쌓이고 있다.

KB금융으로서는 이번 주 중 계약을 완료하더라도 지연이자금만 12억1천만원을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연이자금은 계약 완료 시 잔금 정산과 함께 LIG손보 주주에게 지급해야 한다.

나아가 연말까지 계약 절차가 마무리되지 못하는 경우 약정상 KB의 LIG손보 인수 건은 무산된다.

앞서 KB는 지난 6월 LIG손보와 6천850억원에 지분 19.47% 인수계약을 체결하고8월 11일 금융위원회에 자회사편입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당초 10월중 금융위원회가 KB의 LIG손보 인수 건을 정례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간의 갈등으로 경영공백이 길어지면서 심사가 늦어졌다.

금융지주사의 계열사 편입승인은 인수 및 피인수 기업의 경영건전성, 경영상태,인수에 따른 사업계획의 타당성, 경영평가 결과 등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LIG손보 인수 건에서는 금융당국이 KB의 경영건전성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공식적인 견해를 밝힌 적은 없지만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KB 사외이사진도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과 마찬가지로 물러날 것을 우회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국정감사에서 "현재와 같은 KB의 지배구조나 경영능력으로 LIG손보를 인수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7일 국정감사에서는 "사외이사 제도 개편이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이 될것"이라고 신 위원장은 말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KB금융 이사회의 책임론을 직접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의 이런 입장과는 별개로 금융권 일각에서도 KB 사태를 촉발한 당사자인 국민은행 사외이사진은 물론 내분을 방치한 지주 이사회도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KB금융 사외이사진은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마무리 한 뒤 자신들의 거취를 표명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KB 금융 이사진은 당장 거취를 표명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KB금융 이사회의 이경재 의장은 지난달 29일 윤종규 내정자를 후보로 공식 의결한 직후 기자들에게 "거취는 무슨 거취" "아무런 계획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의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도 거취 표명과 관련해 "생각이 없다"고 말해사퇴의 뜻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회장후보추천위원장을 지낸 김영진 이사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이 되는 사안이어서 개인적으로는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해 사퇴 여지를 열어뒀지만, 이사회 차원에서 거취 관련 논의를 공식적으로 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KB 사외이사진이 이처럼 사퇴 요구에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금융권에서는 LIG손보 인수 승인 건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은행 주 전산기 갈등 사태에 직접 관여했던 국민은행 사외이사진과는 달리KB금융 사외이사진의 사퇴 당위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KB금융 사외이사들이 KB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할것을 촉구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 사이의 갈등 과정에서 이사회가 그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의문"이라며 "29일 임시주총에서 사외이사 전원의 사퇴를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도 "국민은행은 물론 KB지주 사외이사들도 이번 사태 책임을 지고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며 "특히 은행 사외이사진은 주 전산기 선정과정과 관련해 민형사상 책임까지 물어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금융당국이 인수·합병(M&A) 승인 건까지 결부시켜 이사진의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관치금융의 재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KB금융 사외이사가 KB 사태 책임에서 완전히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사퇴까지 해야 할 사안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특히 KB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 당사자중 하나인 금융당국이 LIG손보 인수 승인 건을 이사진의사퇴와 결부시키는 것은 관치금융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사진이 한꺼번에 사퇴할 경우 윤 후보가 후임 이사진 인선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므로 사외이사의 회장 견제 역할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KB금융 사외이사 상당수가 내년 3월 임기 만료 또는 연임 결정 시기를 앞두고 있어 자연스럽게 이사회가 개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B 이사회 중 올해 새로 임명된 조재호·김명직·신성한 이사를 제외한 나머지6명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경재 의장과 고승의 이사는 임기 규정상 연임이 불가하며, 나머지 이사도 연임 대신 임기만료를 선택할 가능성이 짙다.

KB금융 이사회는 사외이사들이 신임 사외이사들 선임하는 구조다. 임기는 2년이지만 1년씩 연임해 최장 5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국민은행 사외이사들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 포기를 시사해 자연스럽게 교체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9월 임기가 만료된 오갑수 전 이사가 연임없이 그대로 퇴임했고, 이달 25일 임기 만료를 앞둔 박재환 이사도 연임하지 않고 그대로 퇴임할 예정이다. 박 이사가 퇴임하면 국민은행 사외이사는 4명으로 줄어든다.

김중웅 의장은 내년 4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강희복·송명섭 이사는 내년 9월, 조인호 이사는 2016년 4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 사외이사 6명이 KB 사태와 관련해 경징계 처분을 받은 만큼 나머지 이사들도 연임 의사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을 선임하고 8명 중 6명이 사퇴한신한금융 사외이사진의 전례가 있듯 KB 사외이사들이 스스로 거취를 명확히 밝히는게 적절하다"며 "다만 금융당국은 이를 LIG손보 승인 건과 결부시켜서는 관치금융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zheng@yna.co.kr, p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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