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사외이사, KB금융 차기회장 윤종규의 발목잡나>

입력 2014-11-04 06:07  

"리딩뱅크 회복하려면 CEO 리더십 확고히 해야"

윤종규 KB금융지주 차기 회장의내정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국민은행 노조와 KB금융지주 사외이사가 윤 내정자의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소통과 대화'로 모든 것을 풀어가겠다고 윤 내정자는 천명했지만, 노조와 사외이사를 장악해 경영 주도권을 확보하지 않는 한 KB의 염원인 '리딩뱅크 회복'은 물건너가고 말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 "특별수당 달라"…취임 전부터 목소리 높이는 노조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달 29일 윤 내정자가 KB금융지주 이사회에서 회장 후보로 추대된 직후인 지난달 30~3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행장 집무실 앞 복도를 점거하고 "특별수당 지급" 등을 주장하며 실력 행사에 들어갔다.

올해 초 국민카드 정보유출 사건으로 직원들이 야근, 휴일근무 등에 시달리며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충분치 않았다는 것이다.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직원들의 사기 진작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한 만큼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시간외근무수당을 전액 지급해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달라는 요구다.

노조는 이 요구가 당장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연말 임금단체협상과 연계해 투쟁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KB금융[105560] 내부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윤 내정자가 국민은행장을 겸임키로 한 만큼 윤 내정자가 노조와의 협상 테이블에 직접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KB금융 관계자는 "노조에서 '내부 출신 후보론'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KB 내부출신인 윤 내정자가 회장이 되는 데 큰 도움이 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듯 갑작스럽게 제 몫을 요구하고 나설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윤 내정자가 회장에 취임한 후 차분하게 협상을 벌여도 됨에도 불구하고 느닷없는 점거 농성을 벌인 것은 결국 '새 경영진 길들이기' 아니냐는 지적이다.

KB 안팎에서는 차기 회장이 노조에 끌려다닐 경우 KB의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국민은행의 최대 과제인 '리딩뱅크 회복'에 있어서 필수 조건인 구조조정 문제에서 난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윤 내정자는 "구조조정에 최대한 신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금융권에서는현재 리딩뱅크인 신한은행을 제치고 수익성 면에서 1등 은행이 되기 위해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대출 성장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저성장 시대에 영업력강화만으로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것은 겉만 그럴싸한 얘기일 뿐"이라며 "구조조정으로 비대한 몸집을 줄이지 않는 한 국민은행의 수익 1위 달성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만4천여명의 임직원이 1조3천여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지만, 국민은행은 2만1천여명이 8천여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 "사퇴 논의도 안 했다"…그룹 미래 안중 없는 사외이사 노조와 함께 사외이사는 윤 내정자가 차기 회장직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여러 외부 출신 후보들을 물리치고 윤내정자를 차기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추대할 수 있었던 것은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뚝심'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이제 그 뚝심이 윤 내정자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에서 LIG손해보험[002550]의 인수 승인을 위해서는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지만, 사외이사들은 "민간 금융사의 내부 문제에 왜 당국이 간섭하느냐"며 불쾌한 모습이 역력하다.

LIG손보 인수가 지연되면서 LIG 측에 줘야 할 지연이자가 이번 주에 벌써 10억원을 넘어서고 이달 말에는 30여억원에 달할 전망이지만, KB금융 사외이사들은 꿈쩍하지 않는 모습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KB금융 사외이사들은 워낙 권한이 막강하다 보니 옛날부터당국의 말을 안 듣기로 유명했다"며 "이번에도 누군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지 않는 한 당국과 사외이사들의 갈등이 쉽사리 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IG손보 인수가 무산될 경우 KB금융그룹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비은행 부문역량 강화가 힘들어져 KB의 비전에 큰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KB금융지주 이사들이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처럼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B 내분 사태의 핵심 당사자라는 비난에 직면했던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지난9월 오갑수 사외이사가 연임 포기를 선언한 데 이어 김중웅 이사회 의장이 "경영 정상화 후 물러나겠다"고 천명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KB금융지주도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6명의 사외이사들이 연임포기 의사를 밝히는 등 금융당국의 명분을 어느 정도 살려주는 '양보'를 한다면 양측 간 파국은 피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KB 안팎의 여론이다.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KB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이경재, 김영진, 황건호, 이종천, 고승의, 김영과 이사 등 6명이다.

한 KB금융그룹 관계자는 "남의 집안 일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금융당국이 관치금융의 구태에 젖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당국과 맞서 이길 수 없는 것도 현실"이라며 "KB의 미래를 위해 사외이사들의 용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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