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DI "가계빚 해결·공공부문 개혁 시급하다">

입력 2014-12-10 16:01  

내년 경제 전망 어두워…"확장적 재정·통화 정책 지속 필요"

한국 경제가 좀처럼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가운데 정부가 가계 부채 해결과 공공부문 개혁을 위한 정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가계 부채는 부동산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로 빠른 속도로 늘고 있지만 뾰족한정부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구조적 위험 요인으로 지적돼온 공기업 부채와 공무원 연금 등 공공부문 개혁도아직 갈 길이 먼 상태다.

◇ LTV·DTI 풀고 금리 내리니 빚 급증…"해결책 필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주도로 지난 8월초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정부의 부동산 금융규제가 완화된 지 4개월간 가계부채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급증세를 보였다.

한국은행의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는 가계빚 증가세에 기름을 들이부은 꼴이 됐다.

한은의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11월 말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은 554조3천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6조8천670억원 증가했다.

이미 10월 중 역대 최대 규모인 6조9천373억원 늘어난 데 이어 11월에도 비슷한 수준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집단대출·전세대출 포함)은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넘어섰다.

지난 8∼10월 넉달간 은행 가계대출은 월평균 5조2천억원 늘었다. 올해 1∼7월월평균 증가폭(1조6천억원)의 3배를 웃도는 증가세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와 대책 마련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규제를 푼지 4개월만에 다시 규제를 조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책연구원인 KDI(한국개발연구원)조차 10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최근 가계대출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고령층이 보유한 가계부채비중이 확대되면서 가계부채의 구조적인 부실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조동철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LTV, DTI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가 동시에 진행됐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빨라진 것은 사실"이라며 "동시에 일어난 정책 변화라어떤 것에서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모두 부채가늘어나는 방향으로 작용한 것은 틀림없다"고 분석했다.

KDI는 내년 경제 정책에 DTI 산정 방식 등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돈을 빌리는 사람의 현재 소득뿐 아니라 미래의 소득 흐름도고려하는 방향으로 DTI를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LTV를 70%로 단일화한 것은 적정한 수준이지만, DTI의 60% 비율은 조금 높은수준이라는 지적도 제기했다.

이밖에 비거치식·분할상환 방식을 확대하고 자산 유동화 시장을 활성화해 가계부채 부실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공기업 통폐합·연금 개혁 등 공공부문 개혁 "시급하다" 지적 공공부문 개혁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공공부문 개혁은 구조적 문제 해결뿐 아니라 국민 경제 전반에 대한 파급 및 분위기 쇄신 효과 등도 크게 볼 수 있다.

최경환 부총리도 "공무원 연금 개혁 등 체질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면서 구조개혁의 대표 과제로 공공부문 개혁을 지목하고 있다.

우선적인 과제로 꼽히는 것은 공기업 문제다.

정부는 올해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등을 통해 공기업의 고질적인 과다 부채를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더미다.

KDI는 내년 경제정책에 대해 "향후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은 부채 구조조정과 방만경영 점검 이외에 개별 공공기관의 설립 취지 등을 종합 평가해 통폐합을 추진하는 수준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공공기관이 얼마나 제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수익은 제대로 내는지 등을 평가해 잘 하는 곳은 지원을 강화하고 성과나 역할 수행이 엉망이거나 유사·중복 사업으로 연명하는 곳은 적극적으로 없애거나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연내 해결이 어려워 보이는 공무원 연금 등 공적 연금 개혁도 내년에는 반드시풀어야할 과제다.

KDI는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항구적인 재정부담을 해소하려면 현재의저부담·고급여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공무원 연금뿐 아니라 국민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공적연금이 모두장기적으로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과도한 충당부채 누적을 막고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부담률과 급여체계를 조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확장 정책 지속 추진해야"…금리 인하 필요성도 우회적 거론 가계 빚 해결과 공공부문 개혁 등 구조개혁도 필요하지만, 재정과 통화정책은경기 회복세가 경제 전반으로 퍼질 때까지 당분간 확장적인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KDI는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매우 미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계획된 수준의 일시적 재정 적자 확대는 용인할 필요가 있다"며 확장적 재정정책을 계속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세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원 확대 등 정책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8조5천억원의 세수 펑크가 발생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조원에 가까운 세입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내년 역시 세입 목표를 채우기에 역부족일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비과세·감면은 주요 항목에 대한 심층 평가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규모를 축소하고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업종 확대 등을 통해 세원 투명성을 강화하는조치가 필요하다고 KDI는 지적했다.

통화정책은 저물가가 지속되면서 경제 주체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KDI는 일본이 1990년대 초반 물가 상승률과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에도 불구하고소극적인 정책 대응에 그쳐 결국 디플레이션에 빠진 사례를 거론하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또 한은이 물가안정목표 준수를 위한 의지를 명확하게 표명하고 물가 전망을 지속적으로 높게 잡아 온 원인을 점검해 물가 하방 압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DI는 벤처캐피털 관리·감독 체계를 일원화하고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민간 자본의 시장 유입을 활성화하고 유망 벤처기업의 발굴 및 육성 정책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harg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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