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사태'로 임영록 전 KB금융[105560]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동반사퇴하자 여론의 관심은 사외이사진의 거취에 쏠렸다.
사외이사들도 내부 갈등을 극단으로 치닫게 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때문이었다.
금융당국은 KB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KB금융에 지배구조 개선을 주문했고, 이사회는 사외이사 인선 투명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개선안을 마련했다.
KB금융 사외이사진이 전원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사퇴한다는 뜻을 밝힌 만큼이번 지배구조 개선안은 당장 차기 이사진 구성 과정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사외이사 구성을 다양화하고 인선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선된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하게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제언한다.
◇'KB 사태' 사외이사 책임론 부상 KB 사태로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모두 물러나고 차기 회장 및 행장에 대한 인선문제도 마무리되자 금융권에서는 KB금융 사외이사진들도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비판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두 수장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사외이사들로부터는 어떠한 책임표명이나 사과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공식 내정된 후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은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거취는 무슨 거취" "아무런 계획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에 성명을 내고 "KB 사태는 임 전 회장만의 책임이라고 볼 수없다"며 "KB금융 임직원에 대한 감독과 자회사 경영관리는 이사회 전체의 공동책임인 만큼 KB금융 전체의 개혁을 추진하려면 이사회의 인적 교체가 반드시 수반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도 KB 사태 당시 내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사외이사진의 책임을 거론하고, LIG손해보험[002550] 인수 승인과 연계해 사실상 사외이사 전원의 사퇴를 압박했다.
KB금융 이사회가 과거 '제왕적 이사회'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휘둘렀던 전례가 있었다는 점에서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라는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높았다.
어윤대 회장 시절인 2012년 경영진이 추진하던 ING생명 인수 건을 일부 사외이사가 반대해 무산시킨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사진 9명 중 8명이 서울상대…학연·직업 편중 우려 사외이사진의 견제 역할 실종 외에도 KB금융 지배구조의 취약성은 KB 사태가 일단락된 이후 더욱 불거졌다.
임 전 회장이 직무정지 중징계를 받은 직후 KB금융 이사회는 회장 직무대행으로윤웅원 부사장을 임명했지만, 윤 부사장이 등기이사가 아니어서 그의 결재가 대외적으로 법적 효력을 얻지 못하는 '반쪽 경영' 체제가 돼버린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해 말 임 전 회장이 2인자 자리인 지주 사장직을 폐지하는등 지주사의 지배구조를 뜯어고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금융지주사 회장이 정관을 변경해 '제왕적 지배체제'를 구축할 때에도 사외이사진은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이다.
KB금융 사외이사진의 편중된 배경도 구설에 올랐다.
KB금융 사외이사 멤버 9명(사퇴 이전 기준·현재 7명) 가운데 서울대 경영학과(5명)와 경제학과(3명) 등 서울대 상대 출신이 8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밖에 사외이사 6명이 현직 교수라는 점과 이 중 2명이 동일 대학·학과(서울대 경영대) 교수라는 점도 구설에 올랐다. 은행 근무 경력을 가진 인사는 한 명도없었다.
이런 편중된 이사회 구성과 관련,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금융발전심의회에서 "사외이사들이 특정전문직이나 직업군에 과도하게 쏠리면서 '자기 권력화'(Clubby Boards)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사선임 투명성 강화 가장 중요…주주 목소리 반영해야" 이런 비판을 인식한 듯 KB금융 이사회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외부 전문 컨설팅을 거쳐 개선안을 마련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상임이사를 늘리는 대신 사외이사를 줄이고, 주요 경영사항에대한 경영진의 권한은 확대된다. 이사 선임과정에 외부 인사를 참여시켜 투명성을강화하는 내용 등도 담았다.
전문가들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이사 선임 과정의 투명성 강화와 이사회의 전문성·다양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이사회에 '누구누구 사람'을 심어놓으려다 보니 업무 이해도가 떨어지는 사람이 이사가 되곤 한다"며 "결국 이사회는 의사결정 기구가 아니라 정치기구가 됐다"고 비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전문성이 부족한 자기 사람을 심는 '친분인사'와향후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 영입한 '비호인사'가 사외이사 선임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외이사가 견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이사 선임 과정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시스템 개선보다 실제 이행이 더욱 중요하다는 일침도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인적 구성 다양화, 추천 과정 투명화 등은 예전에 다 나왔던 방식"이라며 "왜 작동을 못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간명한 해결 방법은 주주협의회나 주주단을 꾸려 주주들의 목소리가이사 추천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ssahn@yna.co.kr, pan@yna.co.kr, redfla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사외이사들도 내부 갈등을 극단으로 치닫게 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때문이었다.
금융당국은 KB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KB금융에 지배구조 개선을 주문했고, 이사회는 사외이사 인선 투명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개선안을 마련했다.
KB금융 사외이사진이 전원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사퇴한다는 뜻을 밝힌 만큼이번 지배구조 개선안은 당장 차기 이사진 구성 과정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사외이사 구성을 다양화하고 인선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선된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하게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제언한다.
◇'KB 사태' 사외이사 책임론 부상 KB 사태로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모두 물러나고 차기 회장 및 행장에 대한 인선문제도 마무리되자 금융권에서는 KB금융 사외이사진들도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비판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두 수장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사외이사들로부터는 어떠한 책임표명이나 사과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공식 내정된 후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은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거취는 무슨 거취" "아무런 계획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에 성명을 내고 "KB 사태는 임 전 회장만의 책임이라고 볼 수없다"며 "KB금융 임직원에 대한 감독과 자회사 경영관리는 이사회 전체의 공동책임인 만큼 KB금융 전체의 개혁을 추진하려면 이사회의 인적 교체가 반드시 수반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도 KB 사태 당시 내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사외이사진의 책임을 거론하고, LIG손해보험[002550] 인수 승인과 연계해 사실상 사외이사 전원의 사퇴를 압박했다.
KB금융 이사회가 과거 '제왕적 이사회'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휘둘렀던 전례가 있었다는 점에서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라는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높았다.
어윤대 회장 시절인 2012년 경영진이 추진하던 ING생명 인수 건을 일부 사외이사가 반대해 무산시킨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사진 9명 중 8명이 서울상대…학연·직업 편중 우려 사외이사진의 견제 역할 실종 외에도 KB금융 지배구조의 취약성은 KB 사태가 일단락된 이후 더욱 불거졌다.
임 전 회장이 직무정지 중징계를 받은 직후 KB금융 이사회는 회장 직무대행으로윤웅원 부사장을 임명했지만, 윤 부사장이 등기이사가 아니어서 그의 결재가 대외적으로 법적 효력을 얻지 못하는 '반쪽 경영' 체제가 돼버린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해 말 임 전 회장이 2인자 자리인 지주 사장직을 폐지하는등 지주사의 지배구조를 뜯어고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금융지주사 회장이 정관을 변경해 '제왕적 지배체제'를 구축할 때에도 사외이사진은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이다.
KB금융 사외이사진의 편중된 배경도 구설에 올랐다.
KB금융 사외이사 멤버 9명(사퇴 이전 기준·현재 7명) 가운데 서울대 경영학과(5명)와 경제학과(3명) 등 서울대 상대 출신이 8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밖에 사외이사 6명이 현직 교수라는 점과 이 중 2명이 동일 대학·학과(서울대 경영대) 교수라는 점도 구설에 올랐다. 은행 근무 경력을 가진 인사는 한 명도없었다.
이런 편중된 이사회 구성과 관련,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금융발전심의회에서 "사외이사들이 특정전문직이나 직업군에 과도하게 쏠리면서 '자기 권력화'(Clubby Boards)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사선임 투명성 강화 가장 중요…주주 목소리 반영해야" 이런 비판을 인식한 듯 KB금융 이사회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외부 전문 컨설팅을 거쳐 개선안을 마련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상임이사를 늘리는 대신 사외이사를 줄이고, 주요 경영사항에대한 경영진의 권한은 확대된다. 이사 선임과정에 외부 인사를 참여시켜 투명성을강화하는 내용 등도 담았다.
전문가들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이사 선임 과정의 투명성 강화와 이사회의 전문성·다양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이사회에 '누구누구 사람'을 심어놓으려다 보니 업무 이해도가 떨어지는 사람이 이사가 되곤 한다"며 "결국 이사회는 의사결정 기구가 아니라 정치기구가 됐다"고 비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전문성이 부족한 자기 사람을 심는 '친분인사'와향후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 영입한 '비호인사'가 사외이사 선임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외이사가 견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이사 선임 과정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시스템 개선보다 실제 이행이 더욱 중요하다는 일침도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인적 구성 다양화, 추천 과정 투명화 등은 예전에 다 나왔던 방식"이라며 "왜 작동을 못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간명한 해결 방법은 주주협의회나 주주단을 꾸려 주주들의 목소리가이사 추천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ssahn@yna.co.kr, pan@yna.co.kr, redfla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