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새 은행 순익 '반토막'…보험사는 두배로 늘어
100여년의 국내 금융권 역사에서이변이 일어났다.
금융시장의 절대 강자인 은행권이 만년 2등 업종이었던 보험사보다 순이익을 더못 내는 일이 벌어졌다. 국내에서 손쉬운 '이자 장사'에만 치중하고 적극적인 해외진출과 사업 다각화를 소홀히 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과 경남·광주·대구은행 등 지방은행, 농협·산업·기업은행 등 특수은행을 합친 국내 18개은행의 순이익은 6조2천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25개 생명보험사와 삼성·동부화재 등 31개 손해보험사를 합친 56개 보험사는 지난해 1~3분기에 5조1천억원의 순익을 거둬들였다.
보험사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1조5천억원, 2분기 1조9천억원, 3분기 1조7천억원을 기록해, 4분기에 분기별 최하 실적인 1조5천억원의 순익만 달성하면 지난해 순익이 6조6천억원에 달하게 된다.
1897년 한성은행(조흥은행 전신), 1922년 조선화재(메리츠화재 전신)가 각각 국내 최초의 은행과 보험사로 설립된 후 보험사 순이익이 은행을 뛰어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 1950년대 한국전쟁, 1990년대 외환위기 등 경제위기 시기에는 은행이 대규모 손실을 냈지만, 이러한 시기에는 은행, 보험 등 금융권 전반의 손실이 컸었다.
개별사로 따져봐도 지난해 삼성생명의 순이익(1조4천억원)은 신한은행(1조5천억원)에만 약간 뒤질 뿐, 우리은행(1조2천억원), 국민은행(1조원), 하나은행(9천억원)등보다 많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 순이익이 은행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라며 "금융이라면 당연히 은행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현실에서 '상전벽해'와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은행은 보험사의 4배 이상 순이익을 낼 정도로 돈을잘 벌었다.
2005년 은행권이 13조6천억원의 순이익을 낼 때 보험사의 순이익은 3조3천억원에 불과했다. 2007년 은행들이 사상 최대인 15조원의 순익을 거둬들일 때 보험사 순익은 3조8천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처럼 2010년대 들어 은행은 보험사에 조금씩 뒤지기 시작했다. 보험사들이 거북이처럼 꾸준히 수익을 늘려갈 때 은행들은 '낮잠'을잤다고 할 수 있다.
은행들은 수익의 90% 이상을 이자수익에 의존하는 '쉬운 장사'만을 추구하다가최근 수년 새 저금리 추세로 이자마진이 감소하자 덩달아 순익이 급격히 줄었다. 2005년 2.81%였던 순이자마진은 지난해 1.79%까지 떨어졌다.
더구나 유망 중소기업 발굴을 소홀히 한 채 대기업 여신에만 치중한 나머지 STX그룹, 쌍용건설, 동양그룹, 동부그룹 등의 부실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해외에서 돈을 벌어들이는 돈도 얼마되지 않는다.
결국, 총자산이 1천700조원에 육박해 830조원에 불과한 보험사보다 덩치가 두배나 큰 은행이 순이익에서 뒤처지는 일이 벌어졌다.
2005년 13조6천억원이었던 은행의 순이익은 지난해 6조2천억원으로 '반토막'이났지만, 같은 기간 보험사 순익은 3조3천억원에서 6조6천억원으로 두 배로 늘어났다.
수익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은 손보사가 1.49%, 생보사가 0.66%지만 은행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0.32%에 불과하다.
문제는 올해 이후에도 은행의 '수모'가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시장의 예상대로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면 이자마진은 더줄어들 수밖에 없다.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로 가계대출이 급증했던 지난해와 같은대출 성장도 올해는 기대하기 힘들다.
여기에 정부가 장기 고정금리대출로의 전환을 위해 2%대 대출상품을 내놓으면기존 고객을 지키기 위한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 경쟁 또한 치열해져 수익성은 더나빠질 수밖에 없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정희수 팀장은 "순이자마진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은행의수익성은 올해도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문 수수료 등 새로운 수익원을개발하고 정부, 기업과 협력해서 중장기적인 글로벌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원의 조남희 대표는 "지금 국내 은행의 모습은 그물을 쳐놓고 가만히앉아 물고기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어부의 모습과 같다"며 "손쉬운 이자 장사에만 골몰하지 말고 다각적인 자산 운용을 통해 자산이익률을 높이고 해외진출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sah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100여년의 국내 금융권 역사에서이변이 일어났다.
금융시장의 절대 강자인 은행권이 만년 2등 업종이었던 보험사보다 순이익을 더못 내는 일이 벌어졌다. 국내에서 손쉬운 '이자 장사'에만 치중하고 적극적인 해외진출과 사업 다각화를 소홀히 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과 경남·광주·대구은행 등 지방은행, 농협·산업·기업은행 등 특수은행을 합친 국내 18개은행의 순이익은 6조2천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25개 생명보험사와 삼성·동부화재 등 31개 손해보험사를 합친 56개 보험사는 지난해 1~3분기에 5조1천억원의 순익을 거둬들였다.
보험사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1조5천억원, 2분기 1조9천억원, 3분기 1조7천억원을 기록해, 4분기에 분기별 최하 실적인 1조5천억원의 순익만 달성하면 지난해 순익이 6조6천억원에 달하게 된다.
1897년 한성은행(조흥은행 전신), 1922년 조선화재(메리츠화재 전신)가 각각 국내 최초의 은행과 보험사로 설립된 후 보험사 순이익이 은행을 뛰어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 1950년대 한국전쟁, 1990년대 외환위기 등 경제위기 시기에는 은행이 대규모 손실을 냈지만, 이러한 시기에는 은행, 보험 등 금융권 전반의 손실이 컸었다.
개별사로 따져봐도 지난해 삼성생명의 순이익(1조4천억원)은 신한은행(1조5천억원)에만 약간 뒤질 뿐, 우리은행(1조2천억원), 국민은행(1조원), 하나은행(9천억원)등보다 많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 순이익이 은행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라며 "금융이라면 당연히 은행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현실에서 '상전벽해'와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은행은 보험사의 4배 이상 순이익을 낼 정도로 돈을잘 벌었다.
2005년 은행권이 13조6천억원의 순이익을 낼 때 보험사의 순이익은 3조3천억원에 불과했다. 2007년 은행들이 사상 최대인 15조원의 순익을 거둬들일 때 보험사 순익은 3조8천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처럼 2010년대 들어 은행은 보험사에 조금씩 뒤지기 시작했다. 보험사들이 거북이처럼 꾸준히 수익을 늘려갈 때 은행들은 '낮잠'을잤다고 할 수 있다.
은행들은 수익의 90% 이상을 이자수익에 의존하는 '쉬운 장사'만을 추구하다가최근 수년 새 저금리 추세로 이자마진이 감소하자 덩달아 순익이 급격히 줄었다. 2005년 2.81%였던 순이자마진은 지난해 1.79%까지 떨어졌다.
더구나 유망 중소기업 발굴을 소홀히 한 채 대기업 여신에만 치중한 나머지 STX그룹, 쌍용건설, 동양그룹, 동부그룹 등의 부실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해외에서 돈을 벌어들이는 돈도 얼마되지 않는다.
결국, 총자산이 1천700조원에 육박해 830조원에 불과한 보험사보다 덩치가 두배나 큰 은행이 순이익에서 뒤처지는 일이 벌어졌다.
2005년 13조6천억원이었던 은행의 순이익은 지난해 6조2천억원으로 '반토막'이났지만, 같은 기간 보험사 순익은 3조3천억원에서 6조6천억원으로 두 배로 늘어났다.
수익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은 손보사가 1.49%, 생보사가 0.66%지만 은행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0.32%에 불과하다.
문제는 올해 이후에도 은행의 '수모'가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시장의 예상대로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면 이자마진은 더줄어들 수밖에 없다.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로 가계대출이 급증했던 지난해와 같은대출 성장도 올해는 기대하기 힘들다.
여기에 정부가 장기 고정금리대출로의 전환을 위해 2%대 대출상품을 내놓으면기존 고객을 지키기 위한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 경쟁 또한 치열해져 수익성은 더나빠질 수밖에 없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정희수 팀장은 "순이자마진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은행의수익성은 올해도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문 수수료 등 새로운 수익원을개발하고 정부, 기업과 협력해서 중장기적인 글로벌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원의 조남희 대표는 "지금 국내 은행의 모습은 그물을 쳐놓고 가만히앉아 물고기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어부의 모습과 같다"며 "손쉬운 이자 장사에만 골몰하지 말고 다각적인 자산 운용을 통해 자산이익률을 높이고 해외진출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sah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