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전문 은행이 대기업 위주 은행보다 실적좋은 이유는>

입력 2015-02-11 06:07  

중소기업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기업은행의 수익성은 매년 향상되는 반면, 대기업 대출 위주인 우리·외환은행은 날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지난해 4분기에 적자가 난 곳은 우리은행[000030]과 외환은행 2곳이다.

작년 4분기 우리은행은 1천630억원, 외환은행은 85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또 작년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줄어든 곳은 외환은행이 유일하다. 작년에 외환은행은 전년보다 17.8% 감소한 3천651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대기업 잇단 부실과 침체로 타격 기업금융의 강자라고 불리는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부터 매년 큰 폭으로 떨어졌다.

급기야 2013년에는 STX 그룹 등 대기업 구조조정 이슈로 실적이 곤두박질을 치면서 5천37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작년에는 순이익 1조2천140억원을 기록해 전년의 손실을 만회했으나, 지난해 4분기에 1천630억원의 적자로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겪었다.

대한전선[001440] 주식 보유분에 대한 감액 손실, 파이시티 특정금전신탁 배상금, STX조선 추가지원, 동부건설[05960] 법정관리 등에 따른 충당금 적립의 영향으로 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조선업계 불황에 따른 추가 충당금 적립과 임금협상에 따른 판매관리비 증가 등도 순익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우리은행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 비율이 7대 3 정도로, 시중은행 가운데 대기업 대출 비중이 가장 높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 비율이 6대 4 정도인 외환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외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1조6천525억원, 2012년 6천671억원, 2013년 4천443억원, 2014년 3천651억원으로 매년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모뉴엘 대손비용 682억원과 외환파생 관련 손실이 전년보다 912억원증가하면서 당기순익이 많이 줄어들었다.

'차이나 리스크'로 불리는 중국발 공급과잉, 엔저에 의한 일본 기업의 경쟁력회복, 건설수주 급감 등으로 적자를 내는 대기업이 속출하면서 대기업 대출 비중이높은 은행들의 순익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그간 한국의 핵심 산업을 선도했던 대기업들이 중국의 거센 추격과 엔저로 일본 기업의 경쟁력에 뒤지면서 실적이 부진해졌다"면서 "이에 따라 은행권도 수익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순익 국민은행 제친 기업은행… "中企 중심 패러다임 변화" 지난해 기업은행의 순이익은 1조320억원으로 1조290억원에 그친 국민은행을 간발의 차이로 앞섰다. 2013년에도 기업은행의 순익(8천542억원)은 8천196억원에 머문국민은행보다 많았다.

기업은행[024110]은 2013년을 제외하고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조원 이상의 순익을 기록하면서 우리·외환은행과 대비되고 있다.

중소기업 전문은행이 대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보다 순이익을 더 많이 내면서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스피지수가 2011년 4월을 기점으로 수년째 정체돼 있으나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코스닥지수는 최근 600선까지 돌파한 사실은 이런 내용을 뒷받침한다.

기업은행에서 종업원 수 20인 이하인 소규모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3.9%다.

여·수신을 포함한 거래 중소기업 수는 110만개로, 거래기업 수를 기준으로 하면 중소기업 대출 비율은 93.6%까지 치솟는다.

아울러 기업은행의 건전성 관리 현황과 지표를 보면, 연이은 흑자 실적을 단순히 정부의 기술금융 독려 정책에 따른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로 치부할 수도없다.

기업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0.48%로,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1.23%)보다 훨씬 낮다.

중소기업의 부실 위험에 대한 준비나 건전성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전문은행의 노하우가 심사기법에 녹아있다"면서 "창업 때부터 거래하는 주거래 은행으로서 기업의 현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소기업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려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진정한 강소기업이 더 늘어나야 하는 등 갈 길이 아직 멀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윤창현 원장은 "국내 우량 중소기업은 아직 삼성전자[005930]나 현대차 등 대기업 납품기업에 더 가깝다"면서 "이런 중소기업의 실적은 대기업의 실적에 따라 연동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기업은행의 순익이 눈에 띄게 늘어난 건 그만큼 정부 정책에 부응해 대출 드라이브를 많이 걸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redfla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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