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로펌 공정위 전담만 100명 안팎…공정위 "달걀로 바위 치는 꼴"기업·로펌 "공정위 무리하게 조사할 때 많아"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들에 부과한 거액의 과징금이 법원 판결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행정부가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수년간 조사해 처벌한 사건을 사법부가 되돌려 놓는 일이 반복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공정위의 무리한 과징금 부과가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되는가 하면 '시장 파수꾼' 역할을 하는 공정위의 기능 위축으로 기업의 불공정행위가 심해질 수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위와 기업 안팎에서는 '사건을 수임한 대형 로펌 변호사들만 콧노래를 부른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 5년여간 과징금 패소액 5천117억원 16일 공정위에 따르면 2010년부터 이날까지 5년여간 법원의 확정판결로 취소된공정위 과징금은 5천117억원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10년 417억원, 2011년 423억원, 2012년 111억원, 2013년 111억원,지난해 1천479억원이다. 올해 들어서는 두 달도 안 돼 2천576억원의 과징금이 취소됐다.
공정위의 패소율(확정판결 건수 기준)은 2010년 8.0%(패소 4건), 2011년 13.4%(9건), 2012년 4.4%(2건), 2013년 6.5%(3건), 지난해 16.8%(16건), 올해 37.5%(3건)다.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는 담합, 시장지배력 남용행위 등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적발해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한다.
사안에 따라서는 한 기업에 수백억·수천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되기도 한다.
기업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만일 법원이 과징금 취소 결정을내리면 공정위는 원래의 과징금에 가산금(이자)까지 보탠 금액을 돌려줘야 한다.
법원은 기업의 손을 들어주면서 주로 '불공정행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이유를 제시한다.
최근 대법원이 과징금 취소 결정을 내린 '정유사 담합' 사건의 경우 공정위는조사 과정에서 GS칼텍스 측의 자진신고에 적잖이 의지했지만, 법원은 'GS 직원 양모씨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도 법정 다툼이 '증거 싸움'이라는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조사 과정에서증거 확보에 가장 주안점을 둔다.
공정위 관계자는 "우리가 증거가 확실하다고 판단한 사안에 대해 법원이 증거부족을 이유로 기업에 무죄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며 "어떤 사건이든 소송으로 이어져 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확실한 증거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공정위 "법원 판단 존중한다"…내부적으로는 '부글부글' 공정위는 공식적으로는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국가 체계상 최종적인 판단 기관인 대법원과대립각을 세울 수는 없다"며 "신경 써서 조사한 사건이 무효가 돼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불만이 가득하다.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대법원 결정은 최종심이기 때문에 승복할 수밖에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법(공정거래법)은 미국에서 처음 생겼기 때문에 영미법의 요소가 강하다"며 "그런데 법원이 자꾸 대륙법 체계의 형사법적인 접근을 하면서 그에 맞는증거를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공정위는 검찰과 달리 강제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법원이 요구하는 수준의 증거를 법정에서 제출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상대가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인 경우 공정위가 소송에서 이기기어려운 구조라는 의견도 있다.
공정위로부터 수백억·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대기업들은 대형 로펌에서일하는 고위 판검사 출신을 변호사로 선임해 소송전에 나선다.
'공정위의 완패'로 끝난 최근 정유사 담합 소송에서 정유사들이 선임한 변호인단에는 대법관을 지낸 인사도 포함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공정위는 예산상의 한계 때문에 굵직한 소송전에도 중소 로펌에서 일하는30대 초중반의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우는 게 현실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법관,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들은 실제로 실력도 있지만 '전관예우'를 무시할 수 없다"면서 "공정위 입장에서는 달걀로 바위를 치는 꼴"이라며한숨을 쉬었다.
과징금이 큰 사건일수록 위법행위나 관련 매출액이 크기 때문에 변호사 수임료도 그에 비례해서 늘어나기 마련이다.
김앤장과 태평양 등 주요 대형 로펌에서 공정위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변호사만10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재판에서 기업이 이길 수 있도록 역할을 한 대가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는다.
공정위는 과징금과 관련한 딜레마에 빠졌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의 제재에 대해 대기업은 '과징금 폭탄', 피해 중소기업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상반된 비판을 한다"며 "이후소송까지 생각하면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의 잇따른 제동으로 경제민주화 주무 부처인 공정위의 업무가 위축되면 중소기업 등 '을'의 피해가 커질 수도 있다.
◇ "심판이 시도때도없이 휘슬 불어서야" 공정위를 향한 비판도 많다.
기업들은 경우에 따라 자신들이 불공정행위를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공정위가 무리수를 둘 때가 많다고 지적한다.
제조업 분야의 한 대기업 간부는 "공정위가 조사에 들어오면 경영진부터 신입직원까지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이 불공정행위를 한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그로 인한 이득은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지만 과징금은 한 번에 내야 하기 때문에 경영상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기업들이 운동경기의 '선수'라면 공정위는 '심판'인데, 심판이 너무오버한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많다"며 "시도 때도 없이 휘슬을 불면서 레드카드와옐로카드를 남발해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조사만으로도 기업에는 큰 부담이지만, 공정위가더 나아가 검찰에 기업을 고발하면 초긴장하게 된다"며 "검찰이 기업을 들여다보는과정에서 해당 사건과 무관한 다른 먼지(비리)까지 털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안 그래도 건설경기가 나쁜데 공정위의 제재 때문에 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해있다"며 "해외 건설 수주시 경쟁국 업체들이 공정위의 조사를빌미로 흑색선전을 펼치는 일도 많다"고 전했다.
공정위를 상대로 한 소송전에서 승리해 과징금을 돌려받아도 웃을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신뢰를 받기 위해 수십년간 쌓아온 노력이 공정위제재에 따른 '갑질' 논란 등으로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돼버리기 일쑤"라며 "재판에서 이기면 과징금을 돌려받지만, 이미 소비자들에게는 '갑질 횡포 기업'으로 각인된뒤"라고 말했다.
결국 기업의 위법행위와 공정위의 제재, 법원 소송으로 이어지는 과정의 유일한승자는 거액의 수임료를 받는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들이라는 얘기가 공정위와 기업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공정위의 무리한 조사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변호사 A씨는 "공정위가 기업들의 위법행위를 강도 높게 조사해도 혐의가 뚜렷하지 않으면 포기할 줄 알아야 되는데, 그간 들인 노력이 아까워서인지 계속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ksw08@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들에 부과한 거액의 과징금이 법원 판결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행정부가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수년간 조사해 처벌한 사건을 사법부가 되돌려 놓는 일이 반복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공정위의 무리한 과징금 부과가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되는가 하면 '시장 파수꾼' 역할을 하는 공정위의 기능 위축으로 기업의 불공정행위가 심해질 수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위와 기업 안팎에서는 '사건을 수임한 대형 로펌 변호사들만 콧노래를 부른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 5년여간 과징금 패소액 5천117억원 16일 공정위에 따르면 2010년부터 이날까지 5년여간 법원의 확정판결로 취소된공정위 과징금은 5천117억원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10년 417억원, 2011년 423억원, 2012년 111억원, 2013년 111억원,지난해 1천479억원이다. 올해 들어서는 두 달도 안 돼 2천576억원의 과징금이 취소됐다.
공정위의 패소율(확정판결 건수 기준)은 2010년 8.0%(패소 4건), 2011년 13.4%(9건), 2012년 4.4%(2건), 2013년 6.5%(3건), 지난해 16.8%(16건), 올해 37.5%(3건)다.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는 담합, 시장지배력 남용행위 등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적발해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한다.
사안에 따라서는 한 기업에 수백억·수천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되기도 한다.
기업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만일 법원이 과징금 취소 결정을내리면 공정위는 원래의 과징금에 가산금(이자)까지 보탠 금액을 돌려줘야 한다.
법원은 기업의 손을 들어주면서 주로 '불공정행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이유를 제시한다.
최근 대법원이 과징금 취소 결정을 내린 '정유사 담합' 사건의 경우 공정위는조사 과정에서 GS칼텍스 측의 자진신고에 적잖이 의지했지만, 법원은 'GS 직원 양모씨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도 법정 다툼이 '증거 싸움'이라는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조사 과정에서증거 확보에 가장 주안점을 둔다.
공정위 관계자는 "우리가 증거가 확실하다고 판단한 사안에 대해 법원이 증거부족을 이유로 기업에 무죄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며 "어떤 사건이든 소송으로 이어져 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확실한 증거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공정위 "법원 판단 존중한다"…내부적으로는 '부글부글' 공정위는 공식적으로는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국가 체계상 최종적인 판단 기관인 대법원과대립각을 세울 수는 없다"며 "신경 써서 조사한 사건이 무효가 돼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불만이 가득하다.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대법원 결정은 최종심이기 때문에 승복할 수밖에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법(공정거래법)은 미국에서 처음 생겼기 때문에 영미법의 요소가 강하다"며 "그런데 법원이 자꾸 대륙법 체계의 형사법적인 접근을 하면서 그에 맞는증거를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공정위는 검찰과 달리 강제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법원이 요구하는 수준의 증거를 법정에서 제출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상대가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인 경우 공정위가 소송에서 이기기어려운 구조라는 의견도 있다.
공정위로부터 수백억·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대기업들은 대형 로펌에서일하는 고위 판검사 출신을 변호사로 선임해 소송전에 나선다.
'공정위의 완패'로 끝난 최근 정유사 담합 소송에서 정유사들이 선임한 변호인단에는 대법관을 지낸 인사도 포함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공정위는 예산상의 한계 때문에 굵직한 소송전에도 중소 로펌에서 일하는30대 초중반의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우는 게 현실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법관,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들은 실제로 실력도 있지만 '전관예우'를 무시할 수 없다"면서 "공정위 입장에서는 달걀로 바위를 치는 꼴"이라며한숨을 쉬었다.
과징금이 큰 사건일수록 위법행위나 관련 매출액이 크기 때문에 변호사 수임료도 그에 비례해서 늘어나기 마련이다.
김앤장과 태평양 등 주요 대형 로펌에서 공정위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변호사만10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재판에서 기업이 이길 수 있도록 역할을 한 대가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는다.
공정위는 과징금과 관련한 딜레마에 빠졌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의 제재에 대해 대기업은 '과징금 폭탄', 피해 중소기업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상반된 비판을 한다"며 "이후소송까지 생각하면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의 잇따른 제동으로 경제민주화 주무 부처인 공정위의 업무가 위축되면 중소기업 등 '을'의 피해가 커질 수도 있다.
◇ "심판이 시도때도없이 휘슬 불어서야" 공정위를 향한 비판도 많다.
기업들은 경우에 따라 자신들이 불공정행위를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공정위가 무리수를 둘 때가 많다고 지적한다.
제조업 분야의 한 대기업 간부는 "공정위가 조사에 들어오면 경영진부터 신입직원까지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이 불공정행위를 한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그로 인한 이득은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지만 과징금은 한 번에 내야 하기 때문에 경영상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기업들이 운동경기의 '선수'라면 공정위는 '심판'인데, 심판이 너무오버한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많다"며 "시도 때도 없이 휘슬을 불면서 레드카드와옐로카드를 남발해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조사만으로도 기업에는 큰 부담이지만, 공정위가더 나아가 검찰에 기업을 고발하면 초긴장하게 된다"며 "검찰이 기업을 들여다보는과정에서 해당 사건과 무관한 다른 먼지(비리)까지 털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안 그래도 건설경기가 나쁜데 공정위의 제재 때문에 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해있다"며 "해외 건설 수주시 경쟁국 업체들이 공정위의 조사를빌미로 흑색선전을 펼치는 일도 많다"고 전했다.
공정위를 상대로 한 소송전에서 승리해 과징금을 돌려받아도 웃을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신뢰를 받기 위해 수십년간 쌓아온 노력이 공정위제재에 따른 '갑질' 논란 등으로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돼버리기 일쑤"라며 "재판에서 이기면 과징금을 돌려받지만, 이미 소비자들에게는 '갑질 횡포 기업'으로 각인된뒤"라고 말했다.
결국 기업의 위법행위와 공정위의 제재, 법원 소송으로 이어지는 과정의 유일한승자는 거액의 수임료를 받는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들이라는 얘기가 공정위와 기업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공정위의 무리한 조사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변호사 A씨는 "공정위가 기업들의 위법행위를 강도 높게 조사해도 혐의가 뚜렷하지 않으면 포기할 줄 알아야 되는데, 그간 들인 노력이 아까워서인지 계속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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