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계부채 관리가능 수준" …정말로 문제 없나>(종합)

입력 2015-02-26 12:01  

<<한은 발표 및 금융위 브리핑 내용추가>>전문가 "방향성 맞지만 정부대책 내용은 미흡"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국내 안팎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다소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정부는 이러한 인식아래 부채증가속도를 적정수준으로 관리하고 대출구조개선과금융기관 자본 대응력 확충에 중점을 두고 가계부채를 관리하기로 했다.

가계부채 대출구조 개선에 협력하는 은행권에 대해선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료를 낮춰주는 당근책을 제시했다.

경기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섣부른 가계부채 감축노력이 그나마 미약한 회복신호마저 단절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엿보인다.

그러나 이날 정부가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에 대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마저'오히려 부채를 늘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아 정책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방향성은 맞지만 대책내용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일각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부채 감축노력을 주문하기도 했다.

◇정부 "소득대비 가계부채 많지만 아직은 덜 위험"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통계를 보면 작년말 현재 가계부채 총량은 1천89조원이다.

신용카드 등 판매신용 59조6천억원을 뺀 가계대출은 1천29조3천억원에 이른다. 1년전보다 가계신용은 67조6천억, 가계대출은 66조4천억원이나 늘었다. 국민 1인당 2천150만원 정도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은 미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3년 기준 한국이 160.7%로 미국(115.1%)이나 OECD 평균(135.7%)을 능가한다.

다만 금융자산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46% 수준에서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스페인등 OECD 주요국은 이 비율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변동금리·거치식 중심의 대출구조는 정부의 구조개선 노력으로 고정금리·분활상환 대출비중이 20%대로 올랐다.

가계대출은 작년 8월 최경환 부총리 체제 출범과 함께 단행된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로 빠르게 늘고 있다. 작년 8~12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39조6천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몇가지 이유를 들어 '가계부채가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소득 4~5분위의 고소득 차주가 가계부채의 70%를 차지해 상환능력이 양호한 점,금융자산이 금융부채 대비 두배이상 많고 부동산 등 실물을 더한 총자산이 총부채의5배 이상이어서 담보력이 양호한 점 등이 이유다.

또 연체율과 LTV가 낮은 수준(평균 52.4%)이고 금융기관의 자본건전성(BIS 비율13.89%)이 높아 손실흡수능력이 충분하다.

가계부채의 질적개선, 금리인하에 따른 이자부담 경감, 신규대출의 상당부분이주택구입 등 생산적인 곳에 사용된다는 점 등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이달초 국제통화기금(IMF)이 연례협의에서 한국의 가계부채가 단기적 위험요인이 아니며 구조도 강해지고 있다고 진단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정부 인식이 안이하냐, 그렇지 않으냐고 평가할 수는 없다"며 "다만 가계부채가 당장은 아니지만 잠재적 위험요인이라는데 시장의 콘센서스가 있다"고 전했다.

◇대책은 대출구조개선·총액증가 억제에 초점 정부의 이러한 평가는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잠재적 불안요인임은 분명하지만당장 호들갑을 떨며 강도 높은 부채감축 노력을 기울일만큼 위기상황은 아니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더욱이 각종 부양책에도 불구, 경기회복의 속도가 미진한 상황에서 섣부른 대책으로 그나마 살아나던 소비심리, 주택구매심리를 잠재울 경우 역효과가 더 크다는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그동안 추진해온 기존대출위주의 구조개선을 적극 추진하는 등 정부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약한 부분을 중심으로 보완방안을 마련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5일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안심전환대출'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20조원 규모의 가계대출구조개선 프로그램과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료 감면을통한 이자부담 완화다.

안심전환대출은 일정기간 이자만 갚다가 만기에 대출을 상환하거나 변동금리 중심의 대출 구조를 원금을 갚아가는 고정금리 방식으로 바꿔 대내외 금리상승에 따른이자부담 증가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는 차원에서 기획됐다.

이를 위해 금리를 파격적으로 낮추고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소득공제 등 혜택도부여한다.

금융위는 20조원이 모두 전환되면 고정금리대출과 비거치식분할상환대출 비중이각각 최대 5.4%포인트 올라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몫이 30%를 넘거나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들어가는 주택금융공사의 돈 20조원이 시중에 또다른 대출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전환규모에 비례해 주금공이 발행하는 주택저당증권(MBS)를 은행이 의무적으로 구입, 최소한 1년이상 보유토록 했다.

'관치금융' 논란을 감수하면서도 은행권의 대출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다.

대신 은행권에는 주택자금대출에 붙는 출연료율을 차등화할 수 있도록 우대요율을 신설해 인센티브를 줬다. 가계부채구조개선에 노력한 은행에는 당국의 구조개선이행목표를 감안해 최대 0.06%포인트 낮춰주겠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이렇게 되면 금융기관이 부담하는 평균 출연료율이 작년 0.26%에서0.17%로 낮아져 은행 부담이 줄고 대출금리 인하 효과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출연료 부담감소폭은 2천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정부는 이와 함께 가계부채 증가속도, 부채의 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상호금융권의 상가·토지담배대출 관리를 엄격히하는 한편 금융권 자율의 채무상환능력 심사관행을 정착시켜 나가기로 했다.

◇전문가 "방향성은 맞지만 대책은 언 발에 오줌누기" 그러나 정부의 상황인식은 "가계부채를 생각하면 잠이 안온다"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발언이나 "작년 10월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가 높아져 금융안정 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1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선 금융위의 안심전환대출을 겨냥, "자칫 가계부채의 총량을 늘릴 수 있다", "장기·고정금리대출로 전환하더라도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는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랐다.

이런 지적을 반영해 정부가 은행권의 MBS 매입·보유 의무화 조치를 취했지만중기적으로는 대출속도 제어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김상조 교수는 "가계부채가 당장 터질 폭탄은 아니지만 큰 충격을 가져올 잠재적 위험이라고 본다면 가계부채에 대한 평가에 비해 대책 내용이 약하다"며 "언 발의 오줌누기"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가려면 정책이 견고하고 일관돼야하는데 한쪽에서는 부동산을 부양하기 위한 정책을 쓰면서 다른 한쪽으로 부채를 줄이겠다는 것은 시장에 제대로된 시그널을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당국이 가계부채수준을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한 것은정치적인 메타포(은유적 표현)"라며 "조용하고 지속적으로 가계부채 문제와 구조를보다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명배 충북대 교수도 "이번 정부 대책은 방향성은 맞지만 미봉책"이라며 "강제적으로라도 부채를 갚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저소득층의 생활비 대출과 영세 자영업자의 사업비 대출에 대한 대책 필요성을얘기한 목소리도 있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런 대출은 경기가 부진하면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당부했다.

yks@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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