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내려야 하나…전문가들 찬반 엇갈려

입력 2015-03-08 06:02  

"디플레 우려로 금리 인하해야 vs "효과는 없고 부작용 크다"

올해 들어 물가가 더욱 낮아지고 경기는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통화정책 당국인 한국은행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는 12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의 월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앞두고 정치권, 경제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추가적인 인하를 주장하거나 이에반대하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론자들은 디플레이션 위험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통화당국이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그동안 두 차례의 인하에서 드러났듯이 현 상황에서 인하효과는 없고 가계부채만 늘리는 부작용이 큰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있다.

경제 전문가들의 찬반 의견을 들어봤다.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과거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에 들어갈 때와 비교해보면 오히려 한국의 물가가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생산자물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마이너스 상태이고 소비자물가도 최근 담뱃값 인상분을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디플레 초기다.

앞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정책금리를 올리기 전에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국내의 경기 회복세가 탄탄해지도록 해야 한다.

작년 8월과 10월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가 효과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강화 등 다른 요인에 의해 상쇄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재정 정책보다는 통화 정책을 써야 할 때다. 정부가 재정 정책을 쓰기위해 국채를 발행하면 시장 금리의 상승요인이 되고 민간에 부담을 주는 구축효과가발생하기 때문이다.

▲ 성태윤 연세대 교수 저물가가 유가 하락 등 공급자 측 요인 때문이라고 하지만 공급자 측 요인에 의한 저물가도 장기간 지속되면 위험하다. 일본도 디플레에 들어갈 때 상황이 비슷했다. 이미 디플레가 상당 부분 진전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디플레 문제에 대해서는 통화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한국은행은 추가금리 인하를 과감하게 할 필요가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가계부채의 총량을 늘릴 위험은 있지만 이자 상환부담도 준다.

가계부채의 증가에 대해서는 대출 규제 등 미시 정책으로 대응하면 된다.

다만, 입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재정정책과는 달라야한다. 특정 영역에 대한 자금 지원 등 정책금융이나 공공기관에 대한 출자 등은 정부가 맡고 통화 당국은 중립적인 거시정책을 담당해야 한다.

▲ 신관호 고려대 교수 물가가 낮고 사람들의 기대인플레이션도 떨어지는 징후가 있다. 소비자물가가한은의 중기 물가안정목표(2.5∼3.5%)를 장기간 밑돌면 한은이 목표를 지키려는 의지가 없다는 생각이 경제 주체들에게 확산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물가에 대한 일정한 기대를 유지하게 하는 물가안정목표제의 장점을 지키기가 어려워진다.

한은이 물가 하락을 좌시하지 않고 목표를 지키려 한다는 의지를 사람들이 느낄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우선은 한은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물가가 목표 범위에 들어올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물가가 떨어지면 한은이 마냥 놔두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수단의하나가 금리 인하일 수 있다.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지금도 금리가 충분히 낮기 때문에 더 내린다고 소비나 투자를 촉진하는 효과는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디플레를 막는 촉매제로 금리 인하가 작동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일본을 봐도 오랫동안 제로금리를 유지했지만 디플레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현재 금리를 내릴 경우, 효과가 있는 부분은 환율(원화의 평가절하) 쪽인데, 수출에 다소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역시 효과는 크지 않다.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지금 원·달러 환율이 거의 1,100원인데, 얼마나 더 올릴 것인가.

수요 위축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고 경기가 빠르게 개선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

이런 상황에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금리로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려고한다면 기대가 지나친 것이다.

국내 통화정책으로는 미세 조정하는 역할은 할 수 있다.

▲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가계부채에 대한 대책이 수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불안하다. 올해 중후반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이 진행되면 한국도 금리 인상 압박을 받게된다. 내렸다가 다시 올리려면 어려운 만큼 지금은 놔두는 게 낫다.

디플레 우려가 커졌다고 하지만 지금 금리를 내린다고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체적인 전망이 상반기에는 유가 하락 때문에 물가에 하향 압력이 크고 하반기로 갈수록 약해지는데, 지금 금리를 내린다고 상반기에 물가가 오르지는 않는다. 금리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은 2년 이상의 장기 물가이지 당장의 물가를 조절하지는 못한다.

올해 1∼2월 내수지표의 악화 이면에는 연말정산 문제가 있는 만큼 경기가 갑자기 나빠졌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지난해 금리인하로 부동산은 조금 도움을 받으면서 가계부채가 크게 늘었지만정작 기대한 실물경제는 움직이지 않은 것 같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 디플레 우려가 커지고는 있지만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까지 갈 것 같지는 않다. 근원물가는 2.3%다.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는 득보다 실이 많다.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했지만 소비심리는 살아나지 않았다.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것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금리를 더 낮춘다고 해서지금 상황에서 누가 빚을 내 소비하고 투자하겠는가. 부채만 늘어나 소비를 제약하게 된다.

차라리 금융중개지원대출처럼 발권력을 동원해 목적에 맞게 자금이 지원되도록하는 게 낫다.

저금리로 유동성을 확대하는 것보다 성장 가능성이 큰 곳에 집중적으로 뿌리는게 나을 수 있다.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생산성을 높여가야한다.

ev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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