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국민이 효과 체감하려면 대외여건부터 개선돼야"
정부가 임금 인상과 재정 집행등을 통한 경제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지 않으면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일각에서는 디플레이션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노력이 효과를 볼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도 있다.
◇ 물가·생산·소비·수출 '적신호' 주요 경제 지표는 어둡다.
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물가는 담뱃값 인상 효과를 제외하면 마이너스다.
지난달의 물가 상승률(0.5%)은 1997년 7월 이래 15년7개월만에 최저치다.
수출은 지난 1월 10.0%, 수입은 16.9% 각각 줄어 '불황형 흑자' 구조가 더욱 선명해졌다.
1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7%, 광공업생산은 3.7% 각각 감소했다. 각각 2013년 3월, 2008년 12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같은 달에 소비는 전월보다 3.1% 줄었다. 설비투자는 7.1%나 감소했다.
정부도 최근 경제동향의 심각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저물가 상황이 이어져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큰 걱정을 하고 있다"며 "저물가의 장기화는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또 "부분적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내외 환경이 어렵다"며"고도성장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에서 경기의 급락 가능성은크지 않다면서도 한국의 전반적인 경기 상황은 여전히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 '발등에 불' 떨어진 정부 "모든 수단 총동원"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에 자꾸 부정적 지표만 부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가 하락으로 실질 구매력이 개선되고 국내기계수주가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개선 추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주택건설수주도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재계에 임금 인상을 요청하고 상반기 재정 집행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기업과 가계에 위기의식이 높아지면 실물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쓸 수 있는 수단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며 "정부가 경기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차원에서 경기회복을 위한 46조원 정책 패키지의 잔여분 15조원 중올해 배정된 10조원을 상반기에 모두 투입할 방침이다.
상반기 재정집행률 58% 달성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보조금이나 교부세 등도 가능한 한 빨리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 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기업에 임금 인상을 계속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근로소득자들의 지갑을 두툼하게 해줘서 소비를 늘려 내수를 살려보겠다는 것이정부의 기본적인 구상이다.
정부는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공무원·공공기관 임금인상, 가계소득 증대세제 등 임금 인상을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분위기가 민간 기업으로도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노력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 기업들, 정부와 엇박자…정책패키지 효과도 미지수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이런 노력의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도 있다.
일단 기업들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이 이상은 줘야 한다'는 하한선으로, 최저임금의 요건만충족하면 기업이 구성원들에게 주는 봉급은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거쳐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005930]는 최근 영업이익 악화를 이유로 금융위기직후인 2009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임금을 동결했다.
최 부총리가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강조해온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경기 침체탈출'을 무색하게 한 결정이었다.
이찬우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이 최근 브리핑에서 삼성전자의 이런 결정에 대한질문을 받고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대해 정부가 코멘트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답한것은 현실의 벽을 잘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지난 5일 올해 임금인상률을 1.6% 안의 범위에서 조정할 것을 회원사에 권고해 정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경영 상황을 감안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요구대로 '통 큰' 임금 인상을 결정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기업의 임금은 정부가 컨트롤할 수있는 부문이 아니다"라며 "기업이 경쟁력을 높여서 자연스럽게 임금이 올라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재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에 투입하기로 한 정책 패키지 10조원이 경기를 살리는 데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정부가 지난해 2기 경제팀 출범 이후 경제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46조원의 정책패키지 중 잔여분은 15조원으로 이미 31조원은 집행이 됐다.
최근의 부진한 경제지표는 정부의 이런 정책 수단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최대한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정책 효과를 국민이 체감하려면 대외적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며 "유럽의 분위기는 나아지고 있지만 중국·러시아·브라질 등 개발도상국의 불확실성이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ksw08@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정부가 임금 인상과 재정 집행등을 통한 경제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지 않으면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일각에서는 디플레이션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노력이 효과를 볼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도 있다.
◇ 물가·생산·소비·수출 '적신호' 주요 경제 지표는 어둡다.
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물가는 담뱃값 인상 효과를 제외하면 마이너스다.
지난달의 물가 상승률(0.5%)은 1997년 7월 이래 15년7개월만에 최저치다.
수출은 지난 1월 10.0%, 수입은 16.9% 각각 줄어 '불황형 흑자' 구조가 더욱 선명해졌다.
1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7%, 광공업생산은 3.7% 각각 감소했다. 각각 2013년 3월, 2008년 12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같은 달에 소비는 전월보다 3.1% 줄었다. 설비투자는 7.1%나 감소했다.
정부도 최근 경제동향의 심각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저물가 상황이 이어져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큰 걱정을 하고 있다"며 "저물가의 장기화는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또 "부분적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내외 환경이 어렵다"며"고도성장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에서 경기의 급락 가능성은크지 않다면서도 한국의 전반적인 경기 상황은 여전히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 '발등에 불' 떨어진 정부 "모든 수단 총동원"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에 자꾸 부정적 지표만 부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가 하락으로 실질 구매력이 개선되고 국내기계수주가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개선 추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주택건설수주도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재계에 임금 인상을 요청하고 상반기 재정 집행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기업과 가계에 위기의식이 높아지면 실물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쓸 수 있는 수단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며 "정부가 경기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차원에서 경기회복을 위한 46조원 정책 패키지의 잔여분 15조원 중올해 배정된 10조원을 상반기에 모두 투입할 방침이다.
상반기 재정집행률 58% 달성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보조금이나 교부세 등도 가능한 한 빨리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 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기업에 임금 인상을 계속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근로소득자들의 지갑을 두툼하게 해줘서 소비를 늘려 내수를 살려보겠다는 것이정부의 기본적인 구상이다.
정부는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공무원·공공기관 임금인상, 가계소득 증대세제 등 임금 인상을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분위기가 민간 기업으로도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노력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 기업들, 정부와 엇박자…정책패키지 효과도 미지수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이런 노력의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도 있다.
일단 기업들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이 이상은 줘야 한다'는 하한선으로, 최저임금의 요건만충족하면 기업이 구성원들에게 주는 봉급은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거쳐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005930]는 최근 영업이익 악화를 이유로 금융위기직후인 2009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임금을 동결했다.
최 부총리가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강조해온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경기 침체탈출'을 무색하게 한 결정이었다.
이찬우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이 최근 브리핑에서 삼성전자의 이런 결정에 대한질문을 받고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대해 정부가 코멘트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답한것은 현실의 벽을 잘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지난 5일 올해 임금인상률을 1.6% 안의 범위에서 조정할 것을 회원사에 권고해 정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경영 상황을 감안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요구대로 '통 큰' 임금 인상을 결정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기업의 임금은 정부가 컨트롤할 수있는 부문이 아니다"라며 "기업이 경쟁력을 높여서 자연스럽게 임금이 올라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재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에 투입하기로 한 정책 패키지 10조원이 경기를 살리는 데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정부가 지난해 2기 경제팀 출범 이후 경제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46조원의 정책패키지 중 잔여분은 15조원으로 이미 31조원은 집행이 됐다.
최근의 부진한 경제지표는 정부의 이런 정책 수단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최대한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정책 효과를 국민이 체감하려면 대외적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며 "유럽의 분위기는 나아지고 있지만 중국·러시아·브라질 등 개발도상국의 불확실성이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ksw08@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