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창하는 '그림자금융'…순기능·역기능 공존

입력 2015-05-31 07:05  

"자본시장 발전에 도움되나 급증세 모니터링 필요"

우리나라의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System)' 규모가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그림자금융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명칭에서 느낄 수 있듯이 역기능이 있긴 하지만 금융시장에서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특히 한국의 그림자금융은 아직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크고 위험 수준 역시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금융위기시 시스템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그림자금융(광의 기준) 규모는 매년 10%대의 급속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국민계정체제(2008 SNA)를 적용해 추정한 규모가 2011년 1천75조원에서2012년 1천223조원으로 늘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1천346조원, 1천503조원으로 증가했다.

전년 대비 2012년도 증가율은 13.8%에 달했다. 2013, 2014년 증가율도 각각 10.

1%, 11.7%나 된다.

그림자금융이란 은행이 아닌 기관이 유사한 신용중개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하면서도 예금보험과 같은 공적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데다 감독당국의 규제 수준이 낮아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받는다.

국제적으로 통일된 정의가 정립돼 있지는 않지만 국제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FSB)는 활용목적에 따라 그림자금융을 광의와 협의로 나눈다. 경제 전반에 대한 신용공급 현황을 파악하거나 국가 간 비교를 할 때는 주로 광의의 기준을 사용한다.

광의 기준에는 증권기관, 여신전문기관, 머니마켓펀드(MMF), 집합투자기구, 자산유동화회사 및 대부사업자, 신탁계정 등이 포함된다.

그림자금융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부정적인 인식을 키웠다.

2007년 들어 미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상승하자MMF와 헤지펀드 투자자들이 손실을 우려해 대규모 자금인출을 시작했고, 이는 리먼브러더스 등 대형 투자은행을 파산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림자 금융의 순기능이 재조명받고 있다.

실제로 주가연계증권(ELS)이나 MMF 같은 다양한 신탁상품은 저금리·고령화 시대를 맞아 중위험·중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관리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모험자본 형태로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의 그림자금융 규모는 2013년 기준 1조5천억 달러로 미국(27조8천억 달러),영국(9조7천억 달러), 일본(3조4천억 달러) 등 금융선진국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그림자금융 규모는 109.3%로 FSB 조사 대상 주요26개국 중 7위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그림자금융 규모가 국제 금융위기 이후 크게 감소한 것과 달리 한국의 그림자금융은 매년 10% 이상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이 두드러진다.

급속한 성장세에도 아직 한국의 그림자금융은 위험을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게 당국과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그러나 금융위기 발발시에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예상할수 있는 부작용을 미리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내 그림자금융은 주요국에 비해 금융기관 간 자금거래나MMF 등 단기투자자금 비중이 작아 상호연계성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편"이라며 "규모와 변동성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관련 리스크를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림자금융은 저금리 상황에서 자연스럽게뒤따르는 현상으로 자본시장 발전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며 "건전성 지표를 볼 때아직 위험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가파른 증가세는 유심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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