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과 다른 길"…FT,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조명

입력 2015-07-20 15:34  

영국의 경제 전문지인 파이낸셜타임스(FT)가 교보생명 신창재(62) 회장의 독특한 경력과 경영 철학을 조명했다.

FT는 20일 자 지면에 '탄생부터 가사체험까지(From births to fake deaths)'라는 기사로 신 회장의 경영 방식과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다.

기사의 제목은 산부인과 의사로서 생명 탄생을 돕던 신 회장이 예상치 않게 교보생명 회장으로 취임해 임원들과 함께 '가상 장례식'을 체험하는 등 생명보험의 본질을 추구하기까지의 과정을 표현한 것이다.

서울대 교수로 10년을 재직한 신 회장은 경영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으나 선친인 신용호 창립자가 암 선고를 받은 이후 고민 끝에 1996년 교보생명에 합류했다.

그는 아시아 외환위기의 여파로 회사가 위기에 몰려 있던 2000년 경영일선에나서 혁신을 선포했다.

FT는 교보생명이 2000년 2천540억원의 적자를 보고 2조4천억원의 자산 손실을입은 상태였지만, 신 회장의 혁신경영을 통해 현재 한국 금융회사 중 가장 높은 신용등급의 회사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로 경영을 배운 그가 기존의 업계 관행에서 자유로웠기에 이런 성과가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생소한 생명보험업에 뛰어들어 매출만을 중시하던 외형 경쟁의 관행을 깨고 고객 만족과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돌이켜보면 (보험)산업에 대한 나의 무지는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FT는 또 신 회장은 소유주의 말 한마디가 곧 법으로 받아들여지는 일반적인 한국기업과는 다른 방식의 경영을 했다고 전했다.

회의실에 '우리는 투덜이 스머프를 응원합니다'라는 포스터를 붙이는 등 자유로운 소통을 중시하는 경영 방침이 그런 사례의 하나다.

신 회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권위주의적인 한국 기업 문화의 원인을 '명확한비전'이 부족하다는 데서 찾으며 이를 오케스트라에 비유해 설명했다.

악보가 없다면 모두가 지휘자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밖에 FT는 2000년 신 회장이 취임 직후 연설을 하던 도중 '교보생명이 파산했다'는 가상 뉴스를 틀어 강당을 잠시 충격에 빠뜨리고 임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준 일화를 소개했다.

생명보험의 가치를 깨우쳐 주고자 임직원들을 임종체험에 참여시키고 자신도 관속에 누워본 이야기도 곁들였다.

FT는 신 회장이 문어발식 확장과 거리를 두는 것도 일반적인 재벌기업의 경영방식과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지난해 우리은행 인수전에서 발을 뺀 것을 두고 '모험하지 않는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우리는 '승자의 저주'를 피하려 했다"며 "인수에 지나치게 큰 돈을 들여 회사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FT는 언젠가 신 회장도 후계자 선정이라는 이슈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자녀가경영권을 승계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신 회장은 이에 대해 "우리 회사는 구멍가게가 아니다"라며 "시기가 된다면 내자녀든 아니든 유능하고 준비된 사람이 경영에 나설 것"이라고 답했다.

sncwoo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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