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화재 덜 위험하다고"…까딱하면 대형참사 된다

입력 2015-08-16 16:05  

연기 초당 3~5m 수직 상승…상층부 피해 키울 수도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토요일 아침이었다.

그러나 주말의 평화는 난데없는 화마에 깨지고 말았다.

1층에 세워진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불길은 삽시간에 건물 꼭대기 층인 10층까지번졌다. 옆 건물 아파트에도 옮겨 붙었다.

지난 1월10일 경기 의정부 대봉그린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상황이다.

당시 이 화재로 모두 5명이 사망하고 135명이 다쳤다.

불이 옆 건물까지 번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0분이었다.

건물 상층에 사는 주민들은 불이 났다는 것을 알았지만 불길을 피하지 못했다.

1층은 벽 없이 기둥으로만 지탱하고 있어 방화문이 없었고 불길이 복도 계단을타고 위로 퍼지면서 1층 출구로 탈출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3년 7월 충남 당진 다방에서 난 화재도 비슷했다.

3층짜리 건물 1층 식당에서 가스 폭발로 화재가 났다.

연기는 2층 다방, 3층 숙소로 퍼졌다.

3층에서 잠을 자던 종업원 5명은 1층으로 대피했지만 1층이 연기로 차단돼 나오지 못했고 결국 연기에 질식해 사망했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나 당진 다방 화재 모두 1층에서 불이 나면서 상층부의 인명피해를 키운 사례다.

연기가 위로 퍼지고 주 출입구인 1층이 차단되면서 상층부 사람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된 것이다.

불이 나면 연기는 초당 3∼5m 속도로 수직으로 상승한다. 화재가 발생하면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확산한다는 뜻이다.

1층이라서 불이 나면 대피가 쉽다는 것도 뚜렷한 근거가 있는 얘기는 아니다.

테이블, 의자 등이 많은 다중이용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혼란 속에서 이용객들이 대피하기 쉽지 않다.

아울러 음주가 허용되는 일반 음식점에서는 손님들이 술에 취한 상태일 수 있어더 위험하기 마련이다.

지난해 11월 전남 담양 펜션 바비큐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이 같은 경우였다.

한 대학 동아리가 MT를 갔다가 1층 바비큐장에서 술을 곁들여 고기를 구워 먹던중 불판 불티가 천장으로 옮겨 붙으며 불이 번졌고 4명이 숨졌다.

출입구까지 거리가 멀지 않았지만 식탁이 입구를 막고 있어 빠져나오려면 지그재그로 돌아 나와야 했는데 동아리 회원끼리 회포를 푸느라 일부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사망자들은 모두 출구 옆에서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1층에서 불이 나 대형 인명 피해를 유발한 사례가 있음에도 1층 다중이용업소에대한 관련 법이 없어 안전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정부는 화재를 예방하고 화재 피해자에 대한 신속하고 충분한 보상을 유도하기위해 안전시설 설치, 정기 점검, 화재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다중법)'을 2006년 제정했다.

그러나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제과점·PC방·게임제공업으로 분류되는 업소가 건물 1층에 입점해 있으면 다중법 시행령에 따라 이런 의무에서 벗어난다.

불이 나더라도 손쉬운 대피가 가능하다는 막연한 추정에 따른 결과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 이윤호 사무처장은 "사고 사례를 보면 1층이 더심각한 경우가 많고 특히 1층에는 제과점, 음식점 등 화기를 다루는 경우가 많아 더위험하다"며 "요즘은 고층 건물이 많아져 1층 사고가 더 위험해지고 대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porqu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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