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 아궁이에 6억 돈다발…세금 체납자 재산은닉 '백태'

입력 2015-11-25 12:01  

지난 9월 대구 외곽의 한 전원주택 앞.

대구지방국세청 조사관 5명이 집주인과 승강이를 벌이다가 경찰 도움을 받아 문을 따고 안으로 들어갔다.

양도소득세 9억여원을 내지 않은 서모씨의 재산을 찾기 위해서다. 서씨는 부동산 경매로 배당받은 수억원의 자금을 세탁해 현금으로 숨겨놓은 상태였다.

며칠간 숨죽이며 잠복하다가 수색을 개시한 조사관들은 서씨 부인과 자녀 명의로 된 전원주택 곳곳을 살피다 재래식 가마솥이 놓인 부뚜막 아래 아궁이 안쪽에서검은 물체를 발견했다.

잿더미 속에서 끄집어낸 검은 가죽가방 속에서 5만원권 등 한화 5억원, 100달러짜리 등 외화 1억원어치의 지폐뭉치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전체 액수가 자그마치 6억원에 달했다.

25일 국세청이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을 발표하면서 소개한 재산추적조사 사례를 보면 밀린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체납자들의 온갖 '꼼수'가 드러난다.

소득세 등 수백억원을 체납한 채 서울 성북동의 대저택에서 호화생활을 즐기던중개업체 대표 이모씨도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국세청은 이씨가 미국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이용, 회사에서 빼돌린 돈으로 주택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한 뒤 주택처분금지가처분 및 소송을 제기해 놓고 즉시 현장을 찾았다.

시가 80억원에 달하는 이 저택에서는 와인 저장고에 놓인 고급 와인 1천200여병, 명품 가방 30개, 그림 2점, 골프채 2세트, 거북선 모양으로 된 금 장식 등이 발견돼 압류·봉인조치됐다.

고미술품 감정·판매업자인 김모씨는 양도소득세를 줄여서 신고하는 수법을 써 93억원이 넘는 고액 체납세가 발생했다.

이에 김씨는 본인이 운영하던 업체를 폐업하고 미술품들을 숨겨놓은 채 차명으로 사업을 계속했다.

타인 명의로 고급 오피스텔을 빌려 호화 생활을 이어가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국세청 조사관들의 끈질긴 미행과 탐문 끝에 서울 종로구 사직동의 한 오피스텔에 마련해 둔 미술품 은닉장소가 들통난 것이다.

국세청은 김씨가 숨겨뒀던 고미술품 500여 점을 압류했으며, 이중 값비싼 것들을 중심으로 1차 공매를 준비하고 있다.

국세청은 부가가치세 43억원을 체납하고 그린피를 현금으로 받아 체납처분을 회피하던 전북의 한 골프장을 기습적으로 점검해 클럽하우스 사무실에서 2억원을 압류하기도 했다.

골프장 이용객이 몰리는 주말이 지난 뒤 월요일쯤 금고에 현금이 가장 많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현장수색을 실시한 덕이다.

국세청은 서울 강남의 여관건물을 매각한 뒤 양도소득세를 신고해 놓고 20억원을 체납한 조모 씨가 지인 명의를 빌려 주택을 매수한 사실을 확인하고, 소송을 통해 체납액 수억원을 징수하기도 했다.

또 조씨가 건물 매각대금으로 아들 빚을 갚아준 사실을 확인해 아들에게 증여세를 물렸다. 조씨 등은 검찰에 고발됐다.

부동산에 허위로 근저당을 설정해놓고 법인세 등 21억원을 내지 않으려던 윤모씨는 국세청 범칙조사를 받고 체납액을 모두 납부했다.

심달훈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앞으로도 고액·상습체납자의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고, 악의적인 체납자는 형사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해 성실 납세자가존경받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d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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