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한국 가계부채 뇌관 건드릴까

입력 2015-12-17 05:37  

미국이 9년여 만에 금리인상을 시작해 부채관리문제가 한국경제의 핵심 이슈로 한층 부각될 전망이다.

금리 인상기에 대비한 부채관리가 충분한 수준인지, 한국의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대내외 충격을 감내할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고된 이후인 작년 하반기 내수활성화 명목으로 부동산 금융규제를 풀어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더 가팔라졌다는 점에서 정부는 위기감을부추긴 당사자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저금리로 연명하는 한계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 구조조정이 최근에서야 본격화하고 있는 점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 금리인상에 주택가격 하락 겹치면 '큰일'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올해 9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1천166조원이고 올해 안에1천200조원을 돌파할 공산이 크다.

정부는 현 가계부채 규모가 소비위축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지닌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가까운 시일 내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는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내외적 악재와 맞물려 한국 경제에커다란 충격을 줄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다.

금리 인상 충격 시 이런 가계부채 규모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와 관련해 객관적인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국내 연구가 충분치 않다 보니 이런 논란은 확산되는 모양새다.

그나마 한은이 1년에 두 차례 발간하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가계부채가 가지는잠재 리스크를 어느 정도 추정해볼 수 있다.

한은은 지난 6월 말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토대로 가계부채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금리 인상과 주택가격 하락이 강하게 이뤄질 경우 가계 부문의 부실위험이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가 2%포인트 오르고 주택가격이 10% 하락하는 복합충격을가정해 가계 부문 부실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위험가구가 보유한 부채(위험부채) 비율이 19.3%에서 32.3%로 13.0%포인트나 상승했다.

한은은 이 경우 자영업자는 물론 고액자산가나 빚을 내 집을 산 자가 거주자도빚을 갚지 못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익명으로 기록한 '점도표(dot plot)'에따르자면 내년 4차례 금리인상과 함께, 현재 제로(0) 금리 수준인 기준금리가 최종적으로 3.5%로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점도표가 그대로 실행될지는 알 수 없지만 현 시점에서의 단순 추정에 따르자면스트레스 테스트상 국내 기준금리의 2%포인트 상승 시나리오가 과도한 가정인 것만은 아닌 셈이다.

인구구조 변화 등의 요인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까지 고려하면 가계부채의 잠재 위험 증가가 상당함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딩딩 IMF 아태국 선임연구원은 최근 국내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한국의 가계대출은 대체로 경기 순환 및 구조적 요인을 반영한 것이어서 가계의 대차대조표 측면에서 별다른 문제점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이자율 상승의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 저금리 연명하는 '좀비기업' 급증…금리인상 시 은행건전성 충격 한국경제의 또 다른 취약점은 기업부채 문제다.

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성이 크게 풀리면서 저금리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은 계속급증하고 있다.

한계기업이란 통상 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채 갚지 못하는(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을 말한다.

외부감사를 받는 비금융법인 중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12.8%에서 작년 말에는15.2%로 급격히 늘었다.

작년 말 현재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3천295곳 중 73.9%(2천435개)는 과거에도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적이 있는 만성적 한계기업, 이른바 '좀비기업'이었다.

미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금리 인상은 좀비기업에는 생명줄을 끊어놓는 독약이될 수 있다.

이들 기업의 빚은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부실채권으로 전락하고 은행의 건전성에 직격탄을 가하게 된다.

특히 장기침체에 빠진 조선, 해운, 철강, 건설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부실이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IMF 부국장을 지낸 훙 트란 국제금융협회(IIF) 집행상무이사는 최근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비금융 부문 부채 증가세는 다른 신흥국 대비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나 비금융 기업부채가 높은 수준인 점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금융당국 "가계·기업부채 철저히 관리할 것" 미국의 금리 인상이 이미 오래전 부터 예고돼왔던 사안이었기 때문에 당국도 이에 대비한 부채관리에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가계부채와 관련한 정부의 대책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같은 대내외 여건 변화로시장상황이 나빠지더라도 대출이 부실화되지 않도록 '부채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와 같은 핵심 규제가 빠져 있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내년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주요국보다 높은 DTI상한을 하향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 구조조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를 만들어 경기민감업종에서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채권은행은 지난 6월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에서 구조조정대상 35곳을 선정한 데 이어 현재 추가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골라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적립률(9월말 133.1%)은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손실을 흡수하는 데 충분한 수준이고, 안팎의 충격을 전제한 업권별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도 적정 수준의 자본과 유동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와 기업 부실이 금융시장 건전성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금리인상 등에 따른 금융시장의불확실성에 대응해 가계와 기업 부채를 철저히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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