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금리인하 뒷북 치지말고 재정도 투입"

입력 2016-03-06 06:05  

"의료·관광 등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해야"단기부양책에 신중론도…"규제 완화 등 제도 개선이 중요"

"한국은행이 그동안 금리를 선제적으로인하하지 못해 효과를 보지 못했다". "부동산 경기마저 식으면 이제 좋은 지표가 없다".

우리나라의 수출, 내수 등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런저런 상황 보느라고 우물쭈물하다가 면피용 대책만 찔끔 내놓고 '정부도 할만큼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경제살리기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평가다.

이들은 경기 부양책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소비세를 비롯한 세금 대폭 인하,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단기적인 부양책은 재정 적자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하고 규제 완화 등 제도적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우리나라는 가계 부채가 많고 집값도 다시 위축되면서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수출도 좋지 않다. 수출과 소비가 안 좋아서 기업들은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보고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다. 우선 정부는 수출 증대에 노력해야 한다. 환율이 우리나라의 경쟁국인 일본이나 중국보다 고평가된 것은 문제로 볼 수 있다. 최근 환율상황은 조금 개선됐지만, 원화의 평가 절하에 신경써야 한다. 또 세계 경제가 좋지않은 상황에서 내수를 부양하려면 음식, 숙박업 등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금융,의료, 관광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이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해결하는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당국이 과감하게 관련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추경을 편성한다면 단순하게 돈을 푸는 소비 지출보다 정부의 투자 지출에 중점을 둬야 한다. 댐 등 SOC와 물류 등에 투자하는 이른바 '한국판 뉴딜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 성장 동력을 확충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데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또 기준금리를 좀 더 내려야 한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늦추고 있을 때 실기를하지 말고 빨리 금리를 낮춤으로써 기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기준금리를 조금씩 내리고 선제적으로 인하하지 못하면서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전성인 홍익대 교수 경기 부진은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기업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하지 않아 수출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기업들이 부동산보다 연구개발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이 땅을 사는 것은 투자로 볼수 없다. 기업이 수익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데 대해 세금 혜택을 없애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또 내수 활성화에는 금리 인하가 제일 중요하다. 금리 인하가 투자로 이어지느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소비 진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금리를 낮추면 금리 상환 부담에 시달리는 가계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은 아직 때는 아니라고 본다. 기준금리 인하 등 다른 수단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재정 적자가 늘어나면 미래세대의 상환 부담이 커질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 올해 경제 성장률 3%대는 어렵다. 작년보다 회복될 만한 요인 자체가 많지 않고위험 요인들만 많은 상태다. 제일 큰 것은 중국발 경제 위기 가능성이고 그다음으로는 국제유가 하락, 자원 신흥국 부도 가능성 등이다. 자원 신흥국이 부도가 나면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한 수출에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국내 경제에서 나홀로 회복세가 나타나는 게 부동산이었는데 부동산 경기마저건설 과잉 공급 때문에 이미 식어가는 조짐이 보이고 올해 중반기에는 조금 더 뚜렷해질 것 같다. 부동산 경기마저 하락세로 전환되면 긍정적인 지표가 없다.

2월 부양대책이 효과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본다. 앞으로 나올 소비 진작책이나 소비재수출도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 수출 대상국의 소비가 살아날 때 수출이 활성화될 수 있다. 특히 소비재는 더욱 그런 면이 있다.

현 상황에서는 기준 금리 인하나 추경이 가능한 두 가지 큰 대책이라고 본다.

그런데 기준금리는 인하해도 실물 경제로 연결 안 될 가능성이 있어 추경 편성이 제일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과감한 추경 편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밖의 다른 대책들이 큰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

◇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3월 나오는 대책을 봐야겠지만 우리는 이미 올해 경제성장률을 2%대 후반으로전망하고 있었다. 1월 지표만 보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올해가 전년보다 더 안 좋다. 소비 쪽도 안 좋아졌고 수출도 최장기 감소다. 이런 적이 없었다. 이제까지는수출이 안 좋으면 내수가 어느 정도 뒷받침했다. 작년 상반기까지도 내수가 받쳐줬는데 최근에는 힘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내수와 외수가 동반 부진한 상황이다.

2월 대책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지만, 일시적인 대책이기 때문에 경기가 떨어지는 추세를 반등시키기는 어렵다. 떨어지는 폭을 줄이는 정도일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나 추경 편성을 긍정적으로 본다. 기준금리 인하가 실물 경제로이어지는 효과가 작다는 얘기도 있지만, 기준금리 인하를 하지 않았다면 내수는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제대로 분석한 것은 없었다. 기준금리를 인하했는데도 경기가안 좋았다는 결과만 단편적으로 보고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또 다른 카드는 조세 정책이다. 소비세, 부가가치세를 확 낮춰야 소비를 회복시킬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실제로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단기적인 경기 부양은 부작용이 클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정답이라고 말할 수없다. 예를 들어 토목 건설은 경기 부진의 구조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오히려 부채증가 등 문제점이 커질 수 있고 가용자원이 소진될 수 있다. 그동안 단기적인 재정정책이 효과가 없다는 점은 드러난 것 같다. 주택경기 등에서 긍정적 신호도 있었지만 경제 성장이 본궤도로 돌아가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보다는 규제 완화, 신산업 육성, 벤처기업 창업 지원, 기업간 인수·합병(M&A) 활성화 등 제도 및 환경 개선에 힘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그동안 정부가 강조해온 정책이기도 하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제도 개선에 노력해도 효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가 조급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noj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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