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쟁점으로 번진 국책은행 자본확충…문답풀이

입력 2016-05-0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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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시급하진 않지만 향후 구조조정 대응위해 필요"정부 예산지원 오래 걸리고 어렵다 보니 한은 역할론 기대

부실 위험에 빠진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가운데 구조조정 재원 분담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조 원대에 이를 수도 있는 국책은행 출자 부담을 중앙은행에 지우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야당도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등 정치 공방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국책은행 자본확충과 관련한 쟁점과 독자들이 궁금해할 수 있는 사항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왜 국책은행에 자본확충을 하려고 하는가.

▲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채권을 처리하려면 은행은 건전성 면에서 부담을 안게 된다. 조선·해운업과 관련해 국내 금융권 위험노출액(익스포저) 60% 이상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 두 은행의 자본확충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 국책은행 자본확충이 구조조정을 위해 당장 시급한 것인지.

▲ 그렇지 않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작년 말 현재 산은과 수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각각 14.2%, 10.0%로 현재 예정된 해운업 등의 기업구조조정을 소화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다만 조선업등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초체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 정부는 한국은행에 왜 국책은행 출자를 요구하는가.

▲ 국책은행 출자는 전통적으로는 재정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선진국이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듯 상황 변화에 따라 전통적 역할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보고있다. 정부는 중앙은행이 국가적 위험요인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재정 여건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만 독자적으로 역할을 하기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한은의 출자 결정이 더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있다.

-- 한은의 출자가 정부 출자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 정부의 재정지출, 즉 국민 세금을 쓰기 위해서는 국회의 예산편성 동의를 거쳐야 한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이 정부안을 반대하면 원안 통과가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 의결만으로 국책은행 출자를 결정할 수있다. 일례로 한은은 지난해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안심전환대출을 지원하기 위해 금통위 결정으로 주택금융공사에 2천억원을 출자키로 결정한 바 있다.

-- 한은은 왜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난색을 보이나.

▲ 한은이 명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한은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혀왔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국책은행 자본확충이 물가안정, 금융안정이라는 한은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난다고 보는 인식이 강하다. 한은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 한은이 국책은행에 출자하려면 법 개정 또는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하나.

▲ 현행 수은법상 수은에는 국회 동의 없이 출자할 수 있다. 한은은 이미 수은의 주요 주주이다. 다만 산업은행에 출자하려면 산은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한은의 산은 출자가 필요할 경우 산은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산은이 발행한다는 조건부 자본증권(코코본드)은 무엇인가.

▲ 조건부 자본증권이란 유사시 투자 원금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되는 조건이 붙은 채권으로, 발행 조건에 따라 자본확충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산은법 개정이 어려우면 산은이 발행하는 조건부 자본증권을 유통시장에서 한은이 인수토록 하는 방안이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 산은의 조건부 자본증권을한국은행의 공개시장조작(공개시장운영)용 채권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 정부는 구조조정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부정적인데.

▲ 구조조정 자체는 추경의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현행 국가재정법 89조는추경 편성 요건으로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 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 침체·대량실업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추경을 편성하면 국가 재정건전성도 악화될 수 있다.

-- 구조조정으로 대량 해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 대량 해고가 발생하면 추경 편성 요건에는 해당된다.

-- 추경이 힘들면 내년 예산에 구조조정용 예산을 반영하면 안 되는지.

▲ 내년 예산안에 편성하면 시기적으로 늦을 수 있다. 내년 예산은 내년부터 집행되는데 대선이 치러질 내년 이전에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또 여소야대 정국을 고려하면 구조조정용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놓았던 '한국판 양적완화'는 무엇인가.

▲ 한국은행이 산은이 발행하는 산금채를 발행시장에서 인수해 구조조정 재원마련에 도움을 주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구체적인 방안이 추가로 논의되지는 않은상태다. 국책은행 입장에서는 한은의 채권 인수보다는 자본확충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자본확충과 더불어 한국판 양적완화도 병행해추진한다는 입장이다.

p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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