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때 우산 뺏지 마라' 구조조정기업 지원 나선 정부

입력 2016-07-31 08:00  

임종룡 "경기민감업종이라도 옥석 가리는 세심한 배려 필요"

은행들이 조선업체들에 대해 강도 높은리스크관리에 들어가자 금융당국까지 나서며 기업들에 대한 '지원사격'에 돌입했다.

부실기업에 대한 리스크관리는 당연하지만, 정부의 지원이 퇴색하지 않도록 '비 올 때 우산을 빼앗지 마라'는 것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8개 시중 은행장들과 조찬 회동을 하고 경기민감업종에 대한 여신회수에 있어 옥석을 가려 달라고 주문했다.

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잇따르고 있는 은행권의 여신회수에 대해 우려를표명했다. "기업의 중장기 전망에 대한 면밀한 점검 등을 통해 옥석을 가려 여신을운영하라"며 비교적 강도 높게 질타했다.

이는 최근 조선·해운 등 경기민감업종에 대한 기업과 협력 업체에 대해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여신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이 옥석을 가리지 않고 리스크관리에 들어가다 보면 실업, 경기 부진 등여러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는 만큼 '무턱대고' 여신회수를 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정부는 여신회수가 업계에서 경쟁적으로 확산할 경우 정상기업도 안정적인 경영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업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업의 경우, 배를 수주하더라도 금융권의 선수급환급보증(RG)이 이어지지 않아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하거나 중도에 파산할 경우 선주에게서받은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대신 돌려주겠다고 보증하는 것을 뜻한다. RG가 발급돼야수주계약이 성사된다.

실제로 현대중공업[009540]은 신규 선박 수주를 계속하고 있지만, 은행들이 RG발급을 꺼려 어려움에 봉착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말 SK E&S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을 수주했으나 주요 은행이 RG 발급을 한 달 가까이 거부해 수주가 무산될 뻔했다.

결국 주채권은행(KEB하나은행)과 수출입은행이 1척씩 RG를 발급해줘 위기를 넘겼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여신 만기연장에 애를 먹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1년씩 연장해주던 만기 여신을 3개월 단위로 대폭 축소해 연장해주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작년부터 1년짜리 단기차입금 만기를 6개월 단위로 연장하다가 최근에는 3개월로 줄였고, 신한은행도 지난달 1천500억 규모의 단기차입금 만기를 연장하면서 대출 기간을 1년에서 3개월로 단축했다.

농협은행도 지난 14일 1년에서 3개월로 만기를 연장했다. 산업은행도 지난 29일3개월로 연장 기간을 단축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이미 만기를 축소한 데다,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해야 하는 등 불확실성이 많이 남아있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유상증자가 이뤄진 이후에는 다시 1년 단위로 만기를 연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권이 이렇게 여신연장을 잘 해주지 않고, RG에 대해 인색하게 나오자 해당업체는 물론 금융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에 대한 8개 주요 은행의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이 50조5천399억 원(4월 말 기준)에 달하는 만큼, 이들 기업이 무너진다면 그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형 조선사들이다시 살아날 수 있는 '생환 방법'은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종룡 위원장은 "기업의 중장기 전망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경기민감업종이라도 정상화 가능한 기업에 대해서는 옥석 가리기 등 채권단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uff27@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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