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부자증세' 추진 공식화…정부 "증세 시점 아니다"

입력 2016-08-02 18:58  

정기국회 세법개정안 제출되면 격론 전망

4·13 총선에서 거대 야당으로 떠오른 더불어민주당이 법인이나 개인 소득자에 대한 세금부담을 늘리는 내용의 사실상 '부자증세'를 공식화했다.

이는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소득세와 법인세 세율을 건드리지 않고 '미세조정'에그친 정부안을 사실상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지금은 증세할 적기가 아니다"는 정부와 여당, 저성장·저부담·저복지의 틀을 깨기 위해 증세를 추진하겠다는 야당 간 치열한 격론이 예상된다.

◇ 더민주 "법인세율 올리고 고소득자 세율구간 신설" 더불어민주당이 2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증세없는 복지'를 내건 박근혜 정부의 정책 방향과는 달리 저성장 구조 극복을 위해 법인과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증세를 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우선 과표 500억원 초과 법인의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려, 이명박정부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방안을 담았다.

소득세 역시 과표 5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41%의 고세율을 매기면서 고소득자에 대한 조세부담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반대로 서민·영세사업자를 위해서는 근로장려금을 상향조정하고 기회균등장려금제도를 도입하는 등 세제혜택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영세자영업자의 경우 부가세 납부의무 면제한도를 상향해주고, 월세 세액공제율도 10%에서 15%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변재일 더민주 정책위의장은 "정부는 부자감세를 통한 경제성장을 시도했지만성장은 제로상태까지 내려갔다. 이대로는 저성장·저부담·저복지의 틀을 깰 수 없다"면서 "조세부담률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원칙, 그 과정에서 고소득 법인과 고소득 개인의 부담을 늘리고 중산층과 서민층에는 따뜻한 세법을 마련하겠다는 원칙아래 개편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더민주의 세법개정안 중 근로장려금 상향조정, 월세 세액공제율 인상 등은 앞서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근로장려금 인상 수준이나 월세 세액공제율 상향 폭에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 큰틀의 방향 자체는 정부와 야당이 일치하기 때문에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큰 논란은 되지 않을 전망이다.

◇ 정부 "소득세·법인세 인상 적기 아니다"…야당과 격론 전망 문제는 소득세와 법인세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총급여 1억2천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신용카드 공제한도를 현행 300만원에서 내년부터 200만원으로 축소키로 했지만 소득세 세율 자체는 건드리지 않았다.

법인세 역시 기업 투자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현행 세율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법인세 정상화 등 사실상의 증세를 요구했음에도 그동안 성과를 내지 못한 더민주로서는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진 지금이야말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정기국회에서의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

소득세와 법인세는 부가가치세와 함께 3대 세목으로 꼽힌다.

올해 예산안 기준 소득세 세입은 60조8천억원, 법인세는 46조원, 부가세는 58조1천억원 등으로 전체 내국세(186조9천억원)의 88%를 차지한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세의 세율인상에 적기가 아니라는 입장을 계속 강조해왔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세율 인상이 우리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수 있다는 것이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등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이와배치되는 법인세 인상은 할 수 없고 소득세 역시 최고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아 건드리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부가세 역시 소비와 저소득층에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인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증세에 유보적인 여당의 입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당 일각에서는 올해 세제개편 방향과 관련해 조세부담률을 높이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담뱃세 인상이 4·13 총선 참패에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하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세 부담을 높일 경우 정권 수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더민주의 세법개정안 내용이 전해지자 정부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소득세와 법인세율 인상은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더민주의 자체 세법개정안과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저희가 검토하겠지만 세율 인상 등은 현재 경제여건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나 일자리 상황 등을 감안할 때 확장적 재정기조가 필요하다고 판단,11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상황에서 세율을 인상하면 정책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오는 9월 2일 정기국회에 제출하면 증세에 반대하는 정부와 여당, '부자증세'가 필요하다는 야당 간 갈등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최 차관은 "야당에서 의원입법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회에서 최대한 논의하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pdhis959@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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